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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전차 탄뒤 "엑설런트" 깜놀…폴란드 '25조 수출 대박' 전말 [김민석의 Mr.밀리터리]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폴란드 전차·자주포 등 25조 규모 수출에 담긴 뜻

폴란드에 무기 대규모 수출, 한국 방산 경쟁력 본궤도 올라
독일 레오파드에 없는 충격흡수장치 우수, 사격 명중률 높아
가격·품질·신뢰성 등 국제적 인정…선진국의 견제 본격화할 듯
영세 방산업체 합병, 제도 혁신, 맞춤형 수출 전략 뒤따라야

지난 5월 말 현대로템 창원 시험장을 찾았던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K2 흑표 전차를 타보고 깜짝 놀랐다. K2 전차가 시험장 주행도로의 울퉁불퉁한 노면을 충격 없이 지나가서였다. 폴란드가 구매하려던 독일제 레오파드-2A7 전차가 장애물이 있는 노면에서 퉁퉁 튀었던 것과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에 따르면 브와슈차크 장관은 “엑설런트”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차의 충격 흡수능력은 기동 중 사격과 초탄(첫발)에 이은 두 번째 사격의 명중률에 결정적이다. K2 전차에는 ISU(로드암 내장형 유기압 현수장치)라는 충격흡수장치가 갖춰져 있고, 전차가 사격할 때 포신을 안정된 자세로 유지하기 위해 디지털로 자동 계산해 보정해준다. 이 장치 덕분에 K2 전차는 기동 중에도 2㎞ 앞의 적 전차를 거의 정확하게 맞힐 수 있다. 또 1차 사격한 뒤 포신의 흔들림이 적어 곧바로 2차 사격을 할 수 있다.

레오파드 전차는 다르다. 현수장치가 판스프링으로 된 기계식이어서 포신의 떨림을 보정하기가 어렵다. 레오파드 전차가 움직이면서 사격하면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첫발 사격 뒤, 이어 두 번째 사격할 때도 포신이 흔들려 곧바로 쏘기가 쉽지 않다. K2 전차엔 자동장전장치가 있어서 전차병 3명으로 운용이 가능하고 분당 12발까지 쏠 수 있다. 반면 레오파드 전차는 해당 장치가 없어 이동 중 분당 사격량이 K2의 절반 수준이다.

K2, 레오파드 전차가 맞붙으면 이겨
결과적으로 평지에서 K2와 레오파드 전차가 맞붙으면 K2 전차가 이긴다는 얘기다. 두 전차가 마주 보고 다가오다 K2 전차가 2㎞쯤에서 사격하면 레오파드 전차를 맞힐 수 있지만, 레오파드 전차는 포신 떨림 때문에 명중률이 크게 낮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사용하고 있는 T-90 전차도 마찬가지다. K2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T-90 전차도 레오파드 전차처럼 기계식 판스프링 방식의 현수장치를 사용하고 있어 사격 명중률이 낮다.
K2 전차는 지난 1월 노르웨이 레나 기지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표준 표적의 4분의 1 크기에 사격했는데 정확하게 맞혔다. 이 소문이 폴란드를 비롯한 나토 회원국에 퍼졌다. 그런데다 미국과 독일 등에선 당장은 전차 생산 여력이 없는 상태여서 관심이 K2 전차에 쏠렸다.

K2 전차의 성능에 놀란 브와슈차크 장관은 K9 자주포와 FA-50 경공격기도 돌아봤다. 그는 폴란드로 귀국하자마자 일주일 뒤 전문가팀 34명을 한국에 보냈다. 폴란드 전문가팀은 전차를 검증할 전차장 외에도 K9과 FA-50을 평가할 전문가와 공군 조종사, 소프트웨어 담당자 등으로 구성됐다. 우리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 군 당국은 이들의 현장 실사에 적극 협조했다.
최근 폴란드가 한국 무기체계를 25조원어치 이상 대거 구매하기로 결정한 것은 우연한 행운이 아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기였지만, 한국 무기의 성능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한국 방산 기술과 품질, 신뢰성과 생산 능력이 독일과 프랑스 등 군사 선진국을 제친 것이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싸다.

폴란드 국방부 장관이 반한 한국 무기는 K2 전차뿐이 아니다. 한국 측은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도 보여줬다. 국방부와 방사청이 육군과 협조해 계획에 없던 K9 실사격까지 해줬다. 실제 사격 과정에서 K9은 1차 사격한 포탄이 표적에 정확하게 명중했고, 두 번째 쏜 포탄 역시 그 자리에 고스란히 떨어졌다.


K9 자주포+K10 탄약운반차 동반 수출
K9은 2017년 이집트에서 실시한 사격시범에서 바다에 떠 있는 표적용 선박에 정확하게 명중해 국제적인 명성을 떨쳤다. 2014년 겨울 노르웨이에서 독일제 Pzh2000을 상대로 한 야전시범에서 완승한 경력도 있다. 한화디펜스는 내친김에 K9에 포탄을 자동으로 보급하는 K10 탄약운반장갑차도 보여줬다. 손으로 탄약을 옮겼던 폴란드군 입장에선 대환영이었다. 결국 K9 자주포와 K10을 세트로 묶어서 수출하게 됐다.

방사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초순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폴란드 공군 조종사가 FA-50 경공격기 후방석에 직접 타서 조종까지 했다. 폴란드 조종사는 FA-50의 성능이 F-16 전투기의 70∼80% 정도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 조종해보니 뒤지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FA-50은 폴란드가 보유하고 있는 F-16 블록52 전투기와 호환성이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였다. FA-50과 F-16은 조종석 디스플레이와 기능이 거의 유사해 F-16 조종사 양성을 위한 훈련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FA-50은 미국 록히드마틴(LM)의 기술 도움을 받아 한국 KAI가 개발했고, F-16은 LM이 만든 전투기다.

폴란드 공군이 구매한 이탈리아제 M346 훈련기는 기체결함으로 가동률이 떨어지고, 납기까지 늦어 불만이 컸다. 그러나 FA-50은 KAI가 생산하기에 곧바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조급한 폴란드 공군 입장에선 FA-50을 단기간에 납품받을 수 있다.
이번 폴란드 방산 수출은 한국 방위산업 역사를 새로 쓸 획기적인 사건이다. 브와슈차크 장관이 7월 27일 한국 무기 구매를 발표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8월 26일 한국 방산물자 구매를 위한 1차 이행계약을 체결했다. 이례적 속전속결이다. K2 흑표 전차 180대와 K9 자주포 48문에 대한 57억6000만 달러(7조6780억 원) 규모다. 조만간 FA-50 전투기와 K2 전차 및 K-9 자주포의 잔여 물량에 관한 후속 이행계약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가 구매하려는 K2 전차는 모두 1000대다. 현대로템이 한국군에 납품하는 K2 전차 400여대의 2배 이상이다. 폴란드 육군 전체를 K2 전차로 무장할 수 있는 양이다. K9 자주포의 폴란드 수출 물량은 모두 670여문이다. 탄약운반장갑차 300대도 수출된다. FA-50 경공격기는 48기다. 폴란드에 대한 이번 방산 수출은 25조원 규모이지만, 앞으로 30년 이상 군수지원까지 더하면 60조∼70조원으로 추정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 방산업계의 구조적 취약성
한국 방산이 이처럼 도약하게 된 것은 “자주국방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기본병기는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며 번개사업(1971년)을 추진한 박정희 대통령 의지로부터 비롯됐다. (한국방위산업학회 『방위산업 40년 끝없는 도전의 역사』) 이후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들과 방산업체가 밤낮으로 노력해온 결실이다. 국산 무기가 우리 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도 큰 경쟁력이다.

한국의 방산 수출은 2010년대 후반부터 크게 증가했다. 2017년 23.8억 달러, 2018년 36억 달러, 2019년 31.9억 달러, 2020년 30억 달러 안팎, 2021년 72억 달러다. 전 세계에서 9위로 도약했다. 하지만 한국의 방산수출이 갑자기 늘어났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진짜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방산 선진국들의 견제가 본격적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 방산업계엔 여전히 구조적인 취약성이 있다. 영업이익률이 턱없이 낮고, 중소형 업체가 난립해 있다. 규모도 세계적인 방산업체에 비하면 왜소하다. 그동안 방산 수출 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맞춤형 지원은 거의 없었다. 보안 문제나 규제도 보통 심각하지 않고, 잦은 방산비리 조사와 수사로 방사청과 업계를 위축시켰다.

따라서 방산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항공과 조선, 감시·정찰 등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방산업체 합병 등을 통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 국제 네트워크 구축과 수출 대상국별로 맞춤형 수출전략은 필수다. 정부 차원에서 방산 수출 지원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도 필요하다. 방산업체의 품질 보증과 마케팅 지원 등으로 신뢰성을 더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과 로봇, 5G 등 4차 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한 무인전투체계와 같은 미래 무기체계에 적극 투자해야 앞서나갈 수 있다.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이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혁신 4.0의 핵심이다. 그런 후에야 한국의 방산 수출이 세계 5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 이번 폴란드 방산 수출을 방산 제도 정비와 심도 있는 전략 수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번개사업=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이뤄진 국내 첫 국산무기 개발사업. 박 대통령은 1971년 10월 10일 “총구가 갈라져도 좋으니 우선 시제품부터 만들라”라고 지시했다. 이후 한 달 만에 M1 소총, 기관총, 60㎜ 및 81㎜ 박격포, 3.5인치 로켓발사기 등 8종이 개발됐다.



김민석(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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