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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조용한 퇴사

박형수 국제팀 기자
오전 9시, 업무 시작. 내 프로젝트 범위 내에선 되도록 성실하되, 초과 업무나 돌발 상황엔 응하지 않는다. 오후 6시, 업무를 칼같이 종료함과 동시에 휴대전화를 끄고 e메일은 무시한다. 저녁은 동료나 상사가 아닌 가족·친구와 함께한다.

일은 충실히 하되, 완벽을 추구하진 않는다. 사표는 던지지 않았지만, 회사의 평가·경쟁과는 결별했다. 회사가 내게 제공한 것 이상을 되돌려줄 생각이 없으며, 조직에서 더 나은 지위·조건을 얻으려 애쓰지 않는다.

미국 MZ세대 사이에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방식이다. 미국 뉴욕의 24살 엔지니어 자이어드 칸이 자신의 틱톡에 이 개념을 올린 뒤 널리 퍼졌다. 미국의 많은 젊은이가 “내가 꼭 이런 식으로 일하고 있다. 많은 일을 완벽히 하려다 크게 아픈 뒤, 이 방식을 택했다”라며 공감했다.

소셜미디어를 강타하고 있는 조용한 퇴사에 대해 일각에선 “저성과자들의 무책임한 행동”이라 비판한다. 조직 전체의 분위기를 흐리고, 동료의 불만을 야기하는 부적응 행위라며 “보상만을 위해 일하는 것은 불행하며, 업무를 즐기거나 몰입하지 못한 채 시간 낭비하는 건 슬픈 일”이라 동정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일이 삶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통념의 거부, 초과 근무를 할 것이란 ‘당연한’ 기대에 저항, ‘일을 사랑하라’는 허슬(hustle) 문화에 대한 반발”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시각은 좀 더 새롭다. “조용한 퇴사는 나쁜 직원이 아닌 나쁜 상사에 관한 문제”라고 짚었다. 직원들의 동기 부족은 관리자의 행동에 대한 반응이자, 신뢰할 수 없는 리더십의 결과라는 것이다. 조용한 퇴사를 감행한 직원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직원들은 자신의 에너지·창의성·시간·열정을 ‘자격이 있는 조직과 리더’에 주고 싶어한다는 사실부터 명심하라고 강조한다.

미국 얘기지만 가슴 한쪽이 뜨끔하다. 지난달 기록적 폭우 다음날 회사에 2분 늦어 시말서를 썼다는 사연, 새마을금고 출근 첫날부터 밥 짓고 수건 빨래했다는 여직원 얘기는 일부이긴 하지만 한국 직장의 여전한 현실이다. 미국도 한국도, MZ 탓 직원 탓 말고 리더의 자격부터 돌아볼 때다.



박형수(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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