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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140) 바람의 힘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바람의 힘
홍사성(1951~)

바람이 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더위가 사라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는 일 다 그렇다 기쁨도 슬픔도
- 고마운 아침(책만드는집)

아득하여라, 우리 삶이여!

참으로 그러하다. 그렇게 무덥더니, 장마가 오더니, 태풍이 휩쓸고 가더니, 갑자기 더위가 사라졌다. 시치미 뚝 떼고 가을이 왔다. 이 시조의 참맛은 종장에 있다. 마치 우리 사는 일처럼, 기쁨도 슬픔도 가을처럼 그렇게 갑자기 온다. 그러니 너무 서두를 일도, 너무 절망할 일도, 너무 기뻐할 일도 아닌 것이다.

홍사성은 의리의 사나이다. 사형(師兄)인 설악 무산 스님이 입적한 뒤에도 스님의 유지를 받듦이 생전과 같다. 눈물을 글썽이며 울먹이던 그때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그는 내가 만난 사람 가운데 가장 완전한 인간형을 갖춘 인물이다. 자유시로 등단했으나 시조도 쓰는 그의 작품 한 편을 더 읽는다.

‘툰드라 얼음장 그 추운 다람쥐 굴에서/ 삼만년을 견딘 끝에 꽃 피운 패랭이꽃// 눈감고/ 기다린 사랑!// 내 사랑이 그렇다’(패랭이꽃)

러시아 세포생물연구소팀이 콜리마강 인근에서 발견한 3만1800년 전 패랭이꽃을 조직 배양해 꽃을 피우는 데 성공했다니, 시인의 사랑도 그러하다니, 고와라, 그 아득함이여.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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