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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품수지 10년 만에 적자, 복합 위기 직면한 한국 경제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1385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원화값 떨어지자 수입가격 급등, 적자 확대
방치하면 통제 범위 벗어나 위기 올 수도
한국 경제가 복합 위기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갈수록 환율이 폭등하고, 무역적자는 커지고 있다. 어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장중 1388.4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월 1080원보다 28% 넘게 하락했다. 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에너지와 원자재 값이 치솟으면서 급속도로 수출 경쟁력을 상실하면서다.

어제 발표된 ‘2022년 7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수출·수입 차액을 나타내는 상품수지가 전년 동월 대비 67억3000만 달러 줄면서 11억8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상품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4월 이후 10년3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은 “상품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입 단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경기 둔화 등에 따른 수출 물량 축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미·중 패권 경쟁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무역의 불균형 심화에서 비롯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경제 제재로 궁지에 몰리자 유럽으로 연결된 가스관을 더욱 강하게 걸어 잠그고 있다. 이 여파로 에너지 값이 뛰며 상품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 확대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8월 무역수지는 94억7000만 달러의 적자를 내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과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중국의 통화가치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42엔까지 하락하며 원화보다 더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엔화 하락 폭은 지난해 1월 이후 42%에 달한다. 위안화 역시 약세를 지속해 한국 기업의 수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원화는 다른 나라 통화보다 덜 떨어졌다”고 했으나 기업의 현실은 딴판이다.

더 큰 우려는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조만간 1400원을 넘어 150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4%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발작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선다고 해도 미국이 가파르게 올리면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원화가치 하락을 부채질하면서 한국 기업의 수출 상황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다.

정부는 대외 상황에는 별 수단이 없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수출진흥회의를 매일 소집해서라도 수출을 늘려 무역수지 악화를 막아야 한다. 무역적자를 방치하면 환율이 통제 범위를 벗어나 외환위기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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