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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유가상한제 참여국엔 가스도 석유도 없다”…韓에도 엄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7차 동방경제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유가상한제)에 참가하는 국가에는 에너지 공급을 끊겠다고 경고했다. 이와 별도로 러시아 고위 외교관은 이날 자국 언론에 “한국이 유가상한제에 동참하면 경제에 심각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참여하면 국물도 없다”…겁박하는 푸틴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7차 동방경제포럼’에서 “우리의 경제적 이익에 반대된다면, 아무것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스도, 원유도, 석탄도, 난방유도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다. 러시아 동화에서처럼 늑대의 꼬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형벌을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상한제에 참여하는 국가를 향해서도 “굉장히 멍청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지난 4월 불가리아 소피아에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의 로고가 교통정지 표지판과 함께 찍힌 모습. AF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또 서구 국가들에 팔지 않는 에너지는 중국 등 아시아를 통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는 "아시아에 충분한 고객들이 있다"며 “국제시장에서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높아서 판매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적인 수단으로 가격을 제한하려는 시도는 미친 짓일 뿐이고, 정말로 말도 안 된다”며 “가격 폭등만 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상한제는 원유 구매국 들끼리 일정 가격 이상으론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이지 않기로 하는 것을 말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가상한제로 러시아의 재정을 악화시키면서 국제유가를 진정시키는 두 가지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며 도입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미국 등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EU 집행위원장 “러시아 가스에도 가격상한제 도입”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와 별도로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가스에도 가격상한제를 도입할 뜻을 나타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9일 열리는 EU 집행위원회 에너지장관 비상회의에서 러시아산 가스에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는 걸 제안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푸틴이 벌이는 극악무도한 전쟁에 러시아의 수익이 흘러들어가는 걸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러 “韓, 유가상한제 동참시 심각한 결과 직면할 것”
추경호(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재무장관회의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편 러시아는 유가상한제와 관련해 한국에도 엄포를 놨다. 남북한과 중국·몽골 등을 담당하는 러시아 외무부 제1아주국의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국장은 이날 자국 관영 언론 스푸트니크 통신에 “한국 정부가 유가상한제에 동참한다면 한국 경제에 심각한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노비예프 국장은 “우리는 미국이 러시아 원유에 대한 ‘구매자 카르텔’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시도에 대해 알고 있다”며 “우리는 손해를 보면서 원유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한국 파트너들은 훨씬 비싼 가격에 원유를 사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이 이를 이해하고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어내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석유는 5374만 배럴로 전체 수입량의 5.6%였다.

이 같은 발언은 한국 정부가 유가상한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나타낸 것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19일 서울에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만나 유가상한제에 대해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추가 긴장 고조시키면 금융제재 강화”
지노비예프 국장은 한국의 대러 제재 동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러시아는 대러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는 “현 단계에서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행동을 하는 한국에 대해 취해지고 있는 (러시아의) 금융 조치는 충분하며 비례적인 것으로 본다”며 “한국 측이 추가로 긴장을 고조시키면 조치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우리는 한국에서도 러시아에서도 부정적 시나리오에 따른 사태 전개를 피하고, 미국에 의해 강요된 제재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 단계의 한·러 관계가 최악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승호(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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