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사라진 제2 'n번방' 주범…"왜 해킹수사 안하나" 공방 붙었다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이 일었던 2020년. 같은 시기 온라인상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또 다른 성범죄가 벌어졌다는 정황이 피해자 제보로 최근 수면 위에 떠올랐다. 통칭 ‘엘(L)’로 불리는 A씨가 주범으로 지목됐고, 그는 문형욱(n번방)·조주빈(박사방)과 같이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A씨를 추적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전담수사팀을 꾸리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7일 현재까지 A씨 신원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 등 검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가 범행 당시 유동 IP(인터넷 주소)를 사용하고, 암호화 특징을 지닌 소셜네트워크서비스(텔레그램)를 범행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n번방 사건 때와는 달리 피해자에게 금전을 요구하지도 않아 거래 내역 등으로 파생되는 단서 또한 부족하다고 한다.
지난 2020년 3월25일 텔레그램을 통해 이뤄진 이른바 'n번방' 성착취물 범죄 강력처벌 촉구를 위해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논의가 본격화된 ‘온라인 수색’의 필요성이 학계 등에서 회자하고 있다. 온라인 수색이란 국가가 피의자 등 대상자의 동의 없이 또는 비밀리에 컴퓨터나 휴대전화 같은 전자기기에 저장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국가기관의 합법적인 해킹인 셈이다. 지난해 9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에 따라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찰의 신분 위장 수사는 가능해졌지만, 온라인 수색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비교형사법학회 학술지 2022년 7월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는 온라인 수색 도입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영역”이라고 했다. 범죄 대상이 사회적 약자이며 그 수법이 잔혹하고 온라인상에서 은밀하게 이뤄진단 이유에서다. 또한 증거가 각 서버에 흩어져 있고, 다크웹(Dark Web·특정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는 웹사이트)이나 텔레그램으로 범행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특별한 수사 방법이 동원돼야 하며 이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됐다고 했다.

지난 1월 공개된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 보고서에도 온라인 수색에 대한 필요성이 다뤄졌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이화여대 산학협력단 젠더법학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과거와는 수사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전통적인 수사 방식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사이버 공간이 등장했고, 그 속에서 범죄자들은 한층 더 대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경찰청은 지난 5월 말부터 연구용역을 통해 온라인 수색 도입 방안 및 법령 개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사이버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관은 “수사기관 입장에선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n번방이나 엘 같은 사건에서 현행법 체계가 요구하는 절차에 따라 증거를 수집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진 셔터스톡]
한계점도 분명…“사찰 법적 근거 될 수도”
그러나 온라인 수색의 한계점도 분명하다. 법의 효력이 미치는 국내에 범죄자나 서버가 있어야만 하는 점,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등 시스템 특성을 뚫을 수사 인프라 부족 등이 거론된다. 또 과도한 기본권 침해가 될 수 있단 우려가 크다. 이원상 교수도 “온라인 수색은 개인의 정보기본권을 심각히 침해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며 “균형 있게 (시스템이) 설계되고, 이를 감시·통제할 수 있는 충분한 장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를 이유로 국가의 해킹을 합법화하게 된다면 분명히 다른 대상으로도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질 것이며 자칫 했다간 개인을 사찰할 법적 근거가 될 위험성도 안고 있다”며 “오프라인 수사와 같이 피의자가 특정된 상태에서 범죄혐의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뒤 강제 처분을 해야 한다. ‘온라인이라 특정은 안 되는데 의심스럽다’는 이유만으로 해킹을 허용한단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 첨단범죄수사부 출신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도 “영장제시 의무는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이 적법한지에 대해 피압수자가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인권보장 장치다”며 “(온라인 수색은) 이런 의무를 면제하는 것으로, 인권이 침해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텔레그램 이미지. [사진 연합뉴스TV]



나운채(na.unchae@joongang.co.kr)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