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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많은 곳에 고기도 많다...정부 손 놓자 K해상풍력 헛돌판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의 풍력발전기. 편광현 기자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서 서쪽으로 9km 떨어진 바다 위. 물살을 가르는 배의 창밖으로 바다에 꽂힌 대형 ‘바람개비’가 나타났다. 아파트 30층 이상 높이의 하얀 해상풍력발전기 20대는 북서쪽을 향해 거인처럼 서 있었다. 풍력발전기 사이의 간격은 800m 안팎, 가장 키가 큰 발전기는 프로펠러 끝까지 157m다. 배들이 풍력발전기 사이를 지나다닐 수 있다. 지난달 24일 오후 3시에 찾은 현장엔 바람이 1.8m/s 속도로 약하게 불어 발전기의 절반 정도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국내 최대 원거리 해상풍력인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의 모습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는 지름 15cm짜리 해저케이블을 통해 육지로 향한다. 발전용량은 60MW(메가와트)로, 이상적인 환경에서 시간당 그만큼 출력할 수 있다는 뜻이다. 통상 풍력 발전효율이 30% 내외라 실제 연간 발전량은 155GWh(기가와트시·시간당 발전용량에 시간과 발전효율성을 곱한 값)가 된다. 전북 고창과 부안 지역의 전기 13.9%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양인선 한국해상풍력 실증센터장은 “전기생산량이 양호하고 어민·지역 주민과 매년 130억원의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국내 풍력발전단지 건설의 모범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모범 사례라 불리지만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의 건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계획을 세울 때부터 어민과 주민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풍력발전사업자와 어민 사이의 구조적인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대 짓는 데 8년 걸렸다
한국해상풍력에 따르면 서남해 해상풍력실증단지의 발전기 20대를 완공하는 데 총 8년이 걸렸다. 공사 기간은 2년 6개월로 비교적 짧았지만, 착공 전 어민·주민들을 설득하고 인허가를 획득하느라 5년여를 보내야 했다. 그동안 주민대책위원회는 실증단지 개발사업이 생태환경을 파괴할 수도 있다며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선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국 한국해상풍력이 어업보상금을 사전에 지급하고, 주민들에겐 연금 형식의 이익 공유를 약속했고, 협상에 지친 어민들도 해상풍력사업에 동의했다.
지난달 24일 방문한 서남해해상풍력실증단지에 풍력발전기가 20대가 4열로 서있는 모습. 편광현 기자
바다에 지어지는 해상풍력발전기는 주민들에게 소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바다의 풍부한 바람을 사용할 수 있어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희망으로 불린다. 육지와 달리 도로, 주택으로부터 거리 규제에서 벗어나 육지 태양광, 풍력발전보다 잠재력이 크다. 그래서 지난 2011년 정부는 서남해 실증단지 설립 계획을 세우면서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도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용량을 12GW 정도로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앞선 정부의 의지와 달리 9월 기준 우리나라에 운전 중인 해상풍력발전단지는 6개뿐이다. 6개 단지에서 나오는 발전용량은 132.5MW.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의 0.5% 미만이다.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에 따르면 해상풍력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사업자는 총 65개인데, 대부분 상업운전까지 허가를 받지 못했다.

예비사업장 94%가 '황금어장'
어민들의 반발이 심한 이유는 풍력발전사업이 '황금어장'을 선호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발전 허가를 받은 풍력발전사업장 65개 중 61개가 해수부가 지정한 어업활동보호구역에 들어간다. 통상 풍력발전이 가장 용이한 지역은 수심이 얕고 바람이 많이 불어오는 바다다. 우리나라에선 어업활동이 가장 활발한 남해안과 제주도가 꼽힌다. 바람이 많은 곳에 조류(潮流)도 좋아 어민과 풍력발전사업자가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해안 연간 평균 풍속. 통상 최소 6.5m/s 이상이어야 풍력발전의 경제성이 나온다. 자료 기상청
어민들은 "영향평가부터 제대로 하라"고 요구한다. 풍력발전기가 수산자원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할 수 있을 만한 근거 자료를 아직 받아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유충열 수협중앙회 해상풍력대응지원반장은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등 여러 절차를 통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철새나 멸종위기종만 조사할 뿐 멸치나 조기 같은 수산자원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연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수산업계 관계자는 "800m 간격으로 설치된 대형발전기 사이에선 그물 펼치기가 어렵다. 사업자가 나타날 때마다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건 어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아파트처럼 분양' 법안은 계류 중
10여년간 다퉈온 해상풍력발전 사업자와 어촌계의 공통된 입장은 "최소한 입지 선정만큼은 정부가 해달라"는 것이다. 해상풍력발전 입지를 정부가 선정한 뒤, 민간 사업자에게 분양하는 '계획 입지' 방식이다. 어민들은 정부를 통해 어업권을 명확히 요구할 수 있고, 사업자는 어민과의 갈등 소지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이런 계획 입지 방식을 담은 해상풍력특별보급법안도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됐다. 하지만 사업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조항이 포함돼있어 또 한 번 어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지난 2017년 서남해 해상풍력발전 실증단지 공사에 반대하는 전북 고창군, 부안군 어민들이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전문가들은 어민과 사업자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가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다 위 대규모 건설 경험이 적은 우리나라에선 민간이 제대로 사업을 평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류종성 안양대 해상바이오학과 교수는 "우리는 아직 바다를 잘 모르기 때문에 기존 환경영향평가만으론 부실하다. 해외 선진국도 재생에너지 사업 초기엔 정부가 나서서 조사 비용을 대폭 늘리고 평가 항목을 개선하는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편광현(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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