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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지하주차장·기울어진 펜션…포항 참사 옆엔 '이것' 있었다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 옆 공장 지반이 유실되면서 건물이 하천 쪽으로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희생자 7명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지반이 침하되면서 통째로 기울어져버린 펜션 건물, 추석을 앞두고 진열 상품 상당수가 물에 잠긴 이마트 포항점, 아래쪽 지반이 하천에 유실돼 내려앉은 공장 건물….

제11호 태풍 힌남노 여파로 물 폭탄을 맞은 경북 포항에서 유독 피해가 컸던 곳이다. 이곳 공통점은 인근에 ‘냉천’이 흐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냉천은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 발원해 영일만을 통해 동해로 빠져나가는 지방하천이다. 이 하천은 평소에 바닥이 보일 정도로 수량이 적어 ‘마른 하천’으로 불린다.

태풍 덮치자 무섭게 불어나 제방 넘어온 ‘마른 하천’
평소엔 물이 흐르는 사실도 알기 어려운 마른 하천이 이번에 기습 폭우를 만나 무섭게 불어났다. 태풍으로 참사가 발생한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냉천에서 범람한 물이 곧장 지하주차장으로 쏟아져 들어가면서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지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단지 인근에 위치한 냉천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범람해 아파트단지 앞마당까지 흘러넘쳐 있다. 사진 독자
지역민들은 이번 태풍 피해를 키운 큰 원인 중 하나로 냉천을 꼽고 있다. 오천읍에서 25년째 사는 주민은 “태어나 이렇게 큰 태풍 피해를 겪긴 처음”이라며 “지금까지 냉천이 넘친 적이 없었는데 힌남노가 오자 냉천이 범람해 물바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역민 상당수는 “과거에는 폭우가 내려도 넘친 적이 없던 냉천이 범람하게 된 것은 최근 이뤄진 정비사업으로 강폭이 좁아진 탓”이라고 한다. 지난 7일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 현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주민이 “냉천 둑 높이를 높여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생각에서다.

市 “한계수량 넘은 비 탓”…주민 “과거엔 안 넘쳐”
포항시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냉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을 했다. 245억4900만원을 들여 오천읍 진천저수지에서 동해면까지 8.24㎞ 구간을 재정비했다. 이어 1.8㎞ 구간은 18억6000만원을 들여 2020년까지 추가 정비했다. 이 정비사업을 통해 수풀로 뒤덮여 있던 하천변에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운동기구 등이 설치됐다.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하천 옆 펜션이 강한 물살에 지반이 유실되는 바람에 하천으로 내려앉아 있다. 연합뉴스
오천읍에서 주택 침수 피해를 겪은 한모(54)씨는 “몇 년 전부터 냉천 주변에 포장도로를 깔고 운동기구나 조경시설을 설치하는 공사를 해 강폭이 좁아졌다”며 “이번 태풍이 오기 전부터 폭우만 쏟아지면 설치해둔 운동기구나 도로 일부가 유실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포항시는 "냉천이 범람한 것은 정비사업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냉천의 한계 수량은 시간당 77㎜인데 이번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기습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수량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민들은 이보다 많은 강수량이 있었던 때에도 냉천이 범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비사업 전인 1998년 9월 포항을 덮친 태풍 ‘예니’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예니 상륙으로 포항에 516.4㎜에 이르는 비가 내렸지만 넘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23일 경북 포항시 냉천 수변공원 일원에서 '냉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 준공을 기념하는 걷기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포항시
환경단체 “범람원인 진단해 근본 대책 마련 필요”
지역 환경단체는 이번 태풍으로 냉천이 범람한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고향의 강 정비사업 등으로 냉천 주변을 휴식 공간으로 꾸몄는데 정작 이 과정에서 하천 본연의 기능이 약해졌다. 정비사업을 시작하고 냉천에 폭우만 쏟아지면 각종 시설이 쓸려내려 가곤 했다”며 “냉천 주변에 있는 주택 상당수가 제방 높이보다 낮은 곳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하천이 제대로 흐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더욱 신경 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사무국장은 “제방을 높이거나 준설 공사를 통해 바닥을 깊게 만들어 범람을 막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범람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서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석.김지선.김하나(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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