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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말" 의욕 보인뒤 돌연 사의...'이재명 원픽' 박구용 미스터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 나은 민주당' 만들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지지자들의 요청에 따라 엄지 손가락을 세우고 있다. 이날 행사의 사회는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맡았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최고위원으로 지명했던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전격 사퇴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신임 최고위원이 지명 당일 물러난 것 자체가 전례없는 일인데다, 박 교수 본인도 사의를 밝히기 직전까지 언론 인터뷰에서 “사심 없이 바른말을 하겠다”며 의욕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단 박 교수가 밝힌 사의 이유는 ‘국립대 교수’라는 자신의 신분 문제다. 5일 오전에 임명됐던 박 교수는 당일 밤 박성준 당 대변인을 통해 “국립대 교수로서 특정 정당의 최고위원을 맡는 것이 적절치 않고, 학생들의 교육에 전념할 수 없다는 주위의 만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국립대학 교원은 공무원의 지위를 갖는다. 당연히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가입할 수 없다. 박 대변인도 6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교수가) 고심 끝에 수락하기는 했었는데, 수락한 이후 여러 얘기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박구용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광주시립미술관 유튜브 캡처.

그런데 박 교수는 5일 오후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해관계 당사자가 아니어서 있는 그대로 얘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학자로서 소신 있게 발언하겠다”고 말했다. 이때만 해도 사퇴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당내에선 박 교수가 휴직하지 않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립대 교수는 신분상 안 된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조국 전 법무장관이 2015년 서울대 교수 신분으로 혁신위에 참석한 선례 탓에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초 이 대표는 당 안팎에서 추천한 복수의 광주·전남 인사를 놓고 지명직 최고위원을 고심해 왔다. 그러던 중 당 핵심 인사가 박 교수를 염두에 두고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있다”고 운을 떼자, 이 대표가 “박구용 교수요”라며 반갑게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박 교수는 지난 1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홀에서 열린 ‘더 나은 민주당 만들기’ 타운홀 미팅에서 사회를 맡아 이 대표와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박 교수는 “헤겔이 전쟁 중에 나폴레옹을 보고 ‘새로운 시대 정신이 나타났다’고 말했는데, 이 대표가 들어오는 걸 보니 ‘여러분께 이 대표가 새로운 시대정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차이트가이스트(Zeitgeist·시대정신) 이재명”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 측은 “그 전까지 직접 알던 사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내에선 “국정감사를 앞두고 전남대 측이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사실상 여야 전면전이 시작됐는데, 국립대 교수가 야당 최고위원이 되면 여당이나 교육부가 가만히 있겠느냐”라며 “최고위원이 되었다면 연구비부터 제자 논문까지 죄다 파헤쳐 공세를 퍼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박 교수가 개인적 문제가 불거져 그만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박 교수의 급작스러운 사의로, 민주당은 6일 저녁 다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서은숙 부산시당 위원장과 전남대 출신 임선숙 변호사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새로 지명했다. 각각 영·호남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박 교수 대신 호남권 인사로 지명된 임 변호사에 대해 “호남 지역 대학 출신 최초의 여성 사법시험 합격자”라며 “광주여성민우회장으로 광주 지역 신망이 높다. 호남 지역과 여성 시민의 모습을 당에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두 지명자는 민주당 당무위 인준 절차가 끝나는 대로, 향후 2년간 이 대표와 함께 민주당을 이끌게 된다.



오현석(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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