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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시시각각] 핵관들과 헤어질 결심

김동호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추석이 임박했다. 모처럼 평온한 시간이다. 하지만 이번 연휴 중에도 인터넷이나 TV를 통해 정치권의 막장극이 중계될 것이다. 국민에겐 짜증이 아닐 수 없지만, 그게 우리 정치 현실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7년 전 꿰뚫은 대로 한국의 정치 4류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태풍 ‘힌남노’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의 광역단체장과 재난 관련 부처의 기관장과 유선전화로 대응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오히려 상황이 악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실망감이 유례없는 임기 초반 20~30%대 국정수행 지지율이다. 문제는 국가 경쟁력의 후퇴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낮으면 연금·노동·교육 같은 핵심 개혁과제가 속도를 낼 수 없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 지형이 좋지 않아서다. 그 중심에는 유례없는 여당의 내홍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여파로 지금처럼 국정 동력을 낭비해선 안 된다. 추석 이후에도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금세 연말이 다가오고 집권 1년 차는 국정 동력의 좌초 시기로 기록되고, 전체 임기 5년도 잿빛 그림자로 뒤덮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 국민에게도 불행이지만, 보수 여당에도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진보를 표방한 문재인 정권이 5년 만에 권력을 잃은 것이 바로 그 방증이다. 자해나 다름없는 탈원전과 700만 자영업자를 궁지로 몰아붙인 최저임금 1만원 같은 경제정책의 이념화는 국민에게 정권교체라는 심판의 칼을 휘두르게 했다.


윤 대통령은 무너진 원전 생태계를 복구하고 민간 주도 성장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많은 일을 했다. 첫 예산안에서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면서도 복지 예산은 오히려 100조원 넘게 지출하기로 한 것도 바람직하다. 시장을 중시하면서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예산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균형 잡힌 정책 철학이 반영됐다.


낮은 지지율은 정치 혐오 반영
국민의힘 내홍부터 가라앉히고
불협화음 없애야 국정 힘 얻어

그러나 여기서 더 나가야 한다. 거세게 다가오는 경제위기를 막아내고 2% 달성도 힘겨워진 경제성장의 불씨를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국정 동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내부 문제부터 털어내야 한다. 그 핵심은 연일 회자하는 ‘윤핵관’ ‘이준석’ ‘김건희’다. 이 세 이슈는 핵심 정책을 모두 제치고 여론의 중심에 서 있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사안이다. 그래도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이슈는 의지만 있으면 가라앉히기 쉬워 보인다. 해명할 건 해명하고, 여론이 좋지 않은 행태는 멈추면 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불협화음은 좀처럼 끝나기 어려워 보인다. 윤 대통령에게는 ‘내부 총질’ 하는 인물로까지 각인됐을 만큼 불신의 골이 깊다. 다만 이 전 대표는 현재 당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만날 일은 없다. 직접 충돌할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서 관계를 악화하지 않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


그렇다면 남은 이슈 하나는 윤핵관이다. 지난 넉 달간 국민은 생각지도 못한 막장극을 보고 있다. 나라를 이끌어 달라고 권력을 줬더니 여당이 밤낮으로 내홍을 일삼고 있다. 상황은 악화일로다. 윤핵관(윤석열 대선 캠프의 핵심)이 이준석 전 대표와 거듭된 마찰음을 낸 뒤 주춤하자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참모진)과 검핵관(검찰 출신 관계자)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역대 정부에서 내부 권력 다툼은 국정 동력 약화와 국론 분열의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친박’ ‘진박’ 하면서 아귀다툼을 벌인 끝에 정권이 조기 퇴출당했다.


지금은 정치에 대한 혐오가 더 커지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세우더니 법원으로부터 정치 활동의 정당성을 판단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태 관련자들은 집권의 의미를 성찰해 보기 바란다. 국정은 5년 단위로 국민이 선거를 통해 위임한 책무일 뿐인데, 정권을 잡았다고 호가호위하면서 자기 정치에 몰두한다면 국민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추석 이후에는 달라져야 한다. 오롯이 윤 대통령 주도의 국정이 돼야 한다. 그 진심이 통하고 국정 동력을 회복하려면 그간 드러난 세 가지 장애물의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중에서도 핵관들과 헤어질 결심이 시급해 보인다.



김동호(kim.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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