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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싱글 중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전수진 투데이·피플 뉴스 팀장
누구나 하나쯤 있다. 나오고 싶지만 못 나오는 단톡방. 동창회 장소를 정하려 만들었는데 어느새 육아 팁을 공유하는 장이 된 단톡방이 내겐 그렇다. 그들에겐 물론 잘못이 없다. 어린이집 명절 선물 품목부터 시댁 선물 가격대, 영어유치원 선생님 선정 꿀팁은 그들이 사는 세상에선 삶의 중요한 질문들일테니까. 단톡방에서 나오는 것 자체가 불편해서 침묵을 지키지만, 그 와중에 “근데 넌 애가 몇 살이야?”라는 질문이 더 불편하다. 아이가 있는 건 당연할테니 몇 살인 게 궁금한 것을 스스럼없이 묻는 게 친근함의 표현이 되는 것이 외려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상황이어서다.

그 불편함은, 내가 나고 자란 사회에서 정상(正常)으로 정의한 틀 밖에 있다는 것을 환기함에서 유래한다. 특정 연령이 됐어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싱글인 이들은 자신이 비정상임을 확인할 때마다 쌉싸름한 외로움과 함께 달콤한 해방감에 마음이 복잡할 터다. 지금처럼 추석 명절을 앞둔 시기라면 더더욱.

추석 연휴면 으레 등장하는 사진들. 2020년 추석 때 귀성객이다. 사회는 그러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래서일까. 『당신은 아이가 있나요?』(호밀밭)라는 책에서 접한 ‘논맘(non mom)’이라는 단어에 더 끌렸다. 저자인 케이트 카우프만은 다양한 이유로 아이가 없는 여성을 규정하는 용어가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아이가 없다는 부재(不在)를 강조하는 ‘차일드리스(childless)’부터, 아이가 없다는 것에 대한 가치 판단을 보류하고 오히려 옹호하는 용어인 ‘차일드 프리(child-free, 아이로부터 자유로운)’라는 용어들이 있지만, 이들 역시 ‘아이’에 방점을 찍은 단어들이다. 카우프만은 대신 ‘엄마가 아닌 존재’라는 뜻으로 ‘논 맘’이란 단어를 제안했다. 귀에 쏙 들어오진 않아도, 사회가 모르는 척 하거나 비정상으로 치부하는 이들에 이름을 찾아주려는 의도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둘러보면 사실 가족의 형태는 이미 다양해졌다. 이미 최저 수준의 출산율뿐 아니라 결혼하는 비율 자체도 낮아지고 있는 건 비단 집값 폭등 탓만은 아닐 터다. 결혼과 출산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삶의 방식을 조용히 선택한 이들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어서다.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이란 부제가 붙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위즈덤하우스)라는 책이 2019년 출간 당시부터 지금까지 조용하지만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일 터다. 이들의 안녕까지 헤아리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출산율 높이기에도 벅찬 상황이겠지만, 한 사회의 발전 정도를 판단하는 척도 중 하나는 다양성 존중이라는 점을 상기하고 싶다. 추석을 앞두고 고독은 원하지만 외롭고 싶지는 않은 싱글 중·장·노년들을 위해 응원을 보낸다.



전수진(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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