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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다가 꺾인 청년정치 이준석·박지현 책임...대신 이 남자 보라 [장예찬이 고발한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왼쪽)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 배경은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청년 집회에 참여한 한 청년의 복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청년정치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선거 때 이용만 당하다 결국 팽당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많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청년정치의 근본적 한계 탓에 실패한 거라 말하기도 합니다. 청년정치는 정말 실패했을까요. 아니, 무엇보다 청년정치란 과연 무엇일까요. 국민의힘 내홍 사태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 편에서 이준석 전 당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바라보는 청년정치가 무엇인지를 담은 글을 싣습니다. 내일(8일)은 이와 전혀 다른 관점으로 청년정치를 바라보는 신인규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 대표의 글을 내보냅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지난 1년만큼 청년이 주목받은 시기는 없다. 굳이 찾자면 86그룹 정도인데, 이들은 청년이 아닌 운동권의 얼굴로 정치에 입성했다. 그렇기에 30대의 이준석, 20대의 박지현이 각각 거대 양당의 대표와 비대위원장을 맡은 건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두 사람에게 고개를 젖는 국회의원들도 처음엔 모두 이들의 돌풍을 응원하며 지지했다. 그런데 왜 지금 이준석과 박지현은 자기 정당에 등을 돌리고 무의미한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걸까.
속내야 알 길 없지만 문제는 이들이 청년정치 전반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양당 지지층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 역시 청년정치에 피로감을 호소한다. 이대로 가다간 아직 피지도 않은 청년정치 시대가 꺾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청년정치를 다시 살리려면 대한민국의 청년정치가 왜 실패했는지 우선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 후보자 등록을 시도하는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 박 전 위원장은 예외를 요구했으나 당원권 보유 기간이 짧아 서류가 반려됐다. [뉴스1]
여의도에서 주목받는 여야 청년정치인들에게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청년' 딱지를 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청년이기에 분에 넘치는 관심과 기대를 받았음에도 정작 자기 이름 앞에 '청년'이 붙는 건 싫어한다. 청년정치를 마이너리그로 여겨서다. 어떻게든 기성 정치권에 합류해 체급이 커지면 "난 청년이라 주목받은 게 아니"라고 뻔뻔스럽게 주장한다. 청년 타이틀을 이용해 원하는 지위를 얻고는 진짜 청년 문제엔 나 몰라라 외면한다. 청년정치에 애정 없는 청년정치인이 여의도에 가득하다.

두 번째, 평범한 청년이 겪는 삶의 문제에 관심이 없다. 얼마 전 보육원을 나온 자립준비 청년 두 명이 연달아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돈 몇 푼 손에 쥔 채 외롭게 세상을 떠난 두 청년의 사연에 온 국민이 울었다. 내가 이사장을 맡은 청년재단에서는 간담회를 개최하고 지원 방안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간담회에서 분출된 목소리를 정부와 국회의원실에 전달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청년정치인 중 나 말고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국민의힘 청년 스피커들은 마치 이준석 전 대표 구명운동이 유일한 사명인 것처럼 행동하고, 더불어민주당 청년들은 어디에 있는지 아예 존재감이 없다.

이처럼 대다수 청년정치인이 민생보다 자기 정치에만 관심을 두다 보니 결국 실패한다. 토론 배틀로 여당 대변인이 되면 무슨 소용인가. 대변인 정도가 아니라 장관, 국회의원, 당 대표가 나온다 해도 보통 청년에겐 아무 도움도 안 된다. 혼자 높은 자리에 올라 청년 딱지 떼버리고, 여의도 밖 청년이 고민하는 먹고사는 문제를 외면하니 말이다.
'2022 대선청년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1월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대선 후보들에게 노동·주거·지역격차·젠더·기후 등의 청년 문제에 대한 생각과 정책 비전을 요구했다. [뉴스1]
이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박지현 민주당 전 비대위원장 얘기를 해보자. 두 사람 모두 동시대 젊은이들의 관심사인 젠더 이슈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기는 했다. 한쪽은 이대남, 다른 한쪽은 이대녀를 대변하며 온라인에서 폭발한 젠더 이슈를 정치권으로 끌어왔다. 그 정도의 기능이라도 수행했기에 각각 당 대표와 비대위원장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왕관을 쓴 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정무적 판단은 차치하고, 위에 열거한 청년정치인의 두 가지 특징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지나치게 젠더 문제를 부각한 것도 청년정치의 운동장을 협소하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청년정치인 두 명을 비판하고 있지만, 사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대선에서 청년특보와 청년본부장을 맡았으면서도 얼른 청년 딱지를 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청년 공천에만 훨씬 관심이 많았다. 만약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년소통 TF 단장을 맡지 않았다면, 그래서 각 부처 공무원과 청년정책을 살피지 않았다면 나도 지금 이 글을 쓸 수 없었을 거다.

대선을 거치며 청년정치는 화두가 됐지만, 그 사이 청년정책 인프라는 황량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대한민국 청년정책 컨트롤타워인 국무조정실 산하 청년정책조정실 예산은 턱없이 적어 민망할 정도였다. 아동·청소년·여성·노인에게는 당연히 있는 진흥원과 정책연구원, 발전기금이 청년세대를 위해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청년을 무턱대고 취업이나 결혼을 시켜야 할 문제적 존재가 아닌, 국가 정책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조차 낯선 현실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도 너무 많다.

많은 전문가가 작금의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운명을 위태롭게 할 수준이라고 우려한다. 난 청년이 행복해져야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청년이 행복하지 않으면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없고, 출산과 육아는 드라마에서나 경험하는 일이 되고 만다. 결혼했다는 사실 자체가 청년세대에서는 몇 걸음 앞서가는 상류층이란 뜻이다. 청년 문제 해결이 곧 저출산 문제 해결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을 이끌어 내는 것도 청년 정치인에게 부여된 시대적 사명이다.

정쟁의 한 복판에서 날카로운 말을 내뱉는 것만큼 즉각적 관심을 받지는 못해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한 우물을 깊게 파는 청년정치인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그들과는 진영과 이념을 떠나 과감하게 연대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당시엔 전직 검찰총장 신분)이 모종린 연세대 교수와 서울 연희동에서 골목상권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두 사람과 동행한 이 글의 필자. [장예찬tv 캡처]
그런 의미에서 한 명의 청년정치인을 소개하고 싶다. 상대 정당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이준석 전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기도 했다. 그때 난 두 사람에게 각각 정치후원금을 보냈다. 그는 낙선 후 2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환경과 쓰레기 문제에 천착했다. 이후 책을 출간하고, 쓰레기 센터를 운영하며 친환경 선거운동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언론과 방송에 자주 등장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동학 같은 청년정치인이 늘어나야 망한 청년정치가 되살아난다고 믿는다. 난 청년재단에서 제2의 이동학을 발굴하는 등 새 인물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이다.

대한민국 청년정치는 망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장예찬(c_proje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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