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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백인·여성 띄운 英 트러스 내각, 빚 내서 에너지 극복 다짐

리즈 트러스(47) 영국 신임 총리가 사상 처음으로 내각 주요 요직을 비(非)백인과 여성으로 채우고 출범 첫날부터 당면한 에너지 위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리즈 트러스(왼쪽) 영국 신임 총리가 지난 6일 남편 휴 오리어리와 함께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39조원 투입해 가계 에너지 요금 동결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B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는 이날 오후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가진 취임 첫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함께 폭풍우를 헤치고 경제를 재건해 멋진 영국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의 전쟁으로 인해 가격이 치솟은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 조치를 이번 주에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날 보수당 당 대표로 선출돼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후임을 맡게 된 트러스 총리는 이날 오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하고 정식으로 총리에 취임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와중에도 취임 행사에는 지지자와 반대 시위대가 몰려 북적거렸다.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가 6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취임 후 첫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러스 총리가 고안한 에너지 위기 대책은 ‘정부가 빚을 내서 가계와 소상공인의 에너지 요금을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이 골자다. 이미 다락 같이 오른 에너지 요금이 더는 오르지 않게 정부가 차입해서 가스 도매가격과 소매 에너지 요금 사이의 차액을 에너지 업체에 직접 보조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약 2년간 1500억 파운드(약 239조원) 규모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추산되는 각 가계 에너지 비용은 연간 2500파운드(약 400만원) 선이다. 앞서 지원된 400파운드(약 64만원)를 더하면 연간 가계 부담은 2100파운드(약 335만원)로, 현재 들이는 1971파운드(약 314만원)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글로벌 투자회사 제프리의 아흐메드 파만 공인재무분석가는 "코로나19 관련 지원 규모보다 크다"면서 "최근 영국에서 가장 큰 복지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법인세 인하 등 감세를 약속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방비 증액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상 부채 규모가 상당해 우려도 크다.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의 폴 존슨은 "끔찍한 정책"이라면서도 "실질적인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대책이 없다면 영국 가계 에너지 요금은 다음 달 연간 3549파운드(약 564만원)로 현재 기준 대비 80% 오를 예정이다.

요직에 비(非)백인…"측근만 기용" 비판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수엘레 브레이버먼 내무장관, 제임스 클리벌리 외무장관, 쿼지 콰텡 재무장관, 테레즈 코피 부총리 겸 보건사회복지장관이 6일 총리 관저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러스 총리와 함께 할 초대 내각도 화제다. 재무·외무·내무장관 등 주요 요직에 백인 남성을 임명하지 않았다. FT는 "총리·재무·외무·내무장관 등 주요 4개 공직에 백인 남성이 없는 것은 영국 역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쿼지 콰텡 재무장관 부모는 1960년대 아프리카 가나에서 영국으로 이주했다. 제임스 클리벌리 외무장관은 어머니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출신이다. 둘 다 각각 영국 최초의 흑인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이 됐다. 여성인 수엘레 브레이버먼 내무장관 부모는 인도계로 1960년 아프리카 케냐와 모리셔스에서 영국에 왔다. 이밖에 부총리는 여성인 테레즈 코피 보건사회복지장관이 임명됐다.

영국 싱크탱크 브리티시 퓨처의 선더 카탈라 대표는 “이제 우리는 이런 다양성을 일상적인 것으로 취급하게 됐다"면서 "변화의 속도가 놀랍다"며 의미 있는 인사로 평가했다.

그러나 트러스 총리가 자신에게 충성하는 측근 위주로 내각을 구성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당 대표 최종 경선에서 경쟁자였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을 지지했던 도미닉 라브 법무장관, 그랜트 섑스 교통장관 등은 모두 제외했다. 이로 인해 자신을 지지해주는 대가로 장관직을 줬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디언은 "보통 총리직을 맡은 부담이 커서 이미 신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대는 경향이 있지만, 트러스 총리는 드러내놓고 라이벌 수낵 전 장관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소외시켰다"면서 "트러스 총리가 흔들릴 때 소외된 수많은 의원이 그를 힘들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RFI는 "존슨 전 총리 사임을 두고 분열됐던 보수당에 또 다른 균열이 생기게 됐다"고 전했다.



박소영(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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