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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현장을 가다] 이젠 돌아오지 않는 알래스카 왕연어

"바닷물 따뜻해져 회귀 안하는 듯"…비버 많아져 강줄기 막아 해빙 없어져 범고래 더 북쪽까지 진출, 생태계 질서 혼란

[기후위기현장을 가다] 이젠 돌아오지 않는 알래스카 왕연어
"바닷물 따뜻해져 회귀 안하는 듯"…비버 많아져 강줄기 막아
해빙 없어져 범고래 더 북쪽까지 진출, 생태계 질서 혼란


[※ 편집자 주 =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위기의 수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북미, 유럽, 아시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글로벌 특파원망을 가동해 세계 곳곳을 할퀴고 있는 기후위기의 현장을 직접 찾아갑니다. 폭염, 가뭄, 산불, 홍수 등 기후재앙으로 고통받는 지구촌 현장을 취재한 특파원 리포트를 연중기획으로 연재합니다.]

(앵커리지·수어드[미 알래스카주]=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수산업이 주요 산업인 미국 알래스카주는 주가 정한 '공식 물고기'(the official state fish of Alaska)가 있다.
주인공은 왕연어(king salmon).
치누크 연어로도 불리는 왕연어는 몸길이 90㎝, 무게 13㎏ 이상으로 태평양에서 가장 큰 연어종이다.
1963년 공식 물고기로 지정돼 알래스카를 상징하는 동물이 됐다. 왕연어를 잡는 관광상품도 꽤 인기다.
앵커리지에서 동남쪽으로 한 시간 거리의 윌리워크릭은 8, 9월에 돌아오는 각종 연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찾은 이곳에선 노래 가사처럼 상류를 향해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를 상당히 많이 볼 수 있었다.
흰연어, 홍연어, 곱사연어, 은연어 등 종류도 다양했다.



작년 여름 폭염으로 강물이 따뜻해진 탓에 알래스카의 주요 하천으로 회귀하는 연어가 사상 최소였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사실인지 의아해질 때쯤이었다.
"그런데 왕연어가 안돌아와 걱정입니다."
윌리워크릭을 안내한 미 농무부 산림청 소속의 짐 서머 씨는 설명을 시작했다.
알래스카 공식 물고기가 점점 적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왕연어 개체 수 감소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키나이강에서 매년 집계하는 왕연어 개체 수가 2017∼2020년 48% 이상 감소했다는 통계도 나온다.
수온 상승, 해류 변화, 인간의 포획량 증가 등 여러 가지 가설이 나오지만 아직 원인은 정확히 모른다.
서머 씨는 "왜 그런지 몰라서 과학자들이 지금 연구하고 있다"며 "아마도 기후 변화로 바닷물이 따뜻해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는 이론이 아니라 실제, 실제 벌어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알래스카 주정부도 홈페이지를 통해 왕연어가 직면한 위협 요소로 과도한 낚시, 댐, 서식지 축소, 기후변화를 꼽았다.

왕연어와 반대로 알래스카에서 세력을 불리는 야생동물도 있다.
알래스카에서 비버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와 관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버는 이제 알래스카 주전역에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지난달 31일 비버가 많이 산다는 앵커리지 북동쪽 이글리버 계곡으로 향했다.
이글리버 방문자 센터의 자원봉사자 한스 씨는 "비버들이 댐을 많이 만드는 바람에 물길이 막혀서 연어가 회귀하지 못해 수가 줄고 있다"고 했다. 비버와 왕연어 개체 수 증감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비버가 많아진 것이 날씨가 따뜻해졌기 때문이냐고 묻자 "왜 그런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최근 몇년 사이 비버 숫자가 확실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비버의 증가가 왕연어의 회귀를 막는 데 그치지 않고 알래스카의 온난화를 재촉한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켄 테이프 페어뱅크스 알래스카주립대 교수 등이 5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49∼2019년 70년에 걸친 항공·위성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알래스카에서 비버가 최근 북극권 툰드라(동토 지대)까지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권 일대에서 비버가 만드는 댐으로 물길을 막아서 생긴 웅덩이 같은 연못이 1만 개가 넘고, 이 숫자는 날씨가 더워진 2003∼2017년 대부분 지역에서 배로 급증했다.
이렇게 생긴 '비버 연못'은 땅 온도를 높이고 이로 인해 지표면 아래 영구동토층이 더 빠르게 녹고, 이 영구동토층에 얼어있는 유기물이 부패하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가 대기로 방출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추정이다.
'온난화→비버 증가→추가 온도 상승→동토 융해→온실가스 방출'이라는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알래스카의 바다 생태계도 온난화의 여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북극권 해빙(海氷)이 빠르게 녹으면서 해양 동식물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지난달 30일 오전 수어드항에서 출항한 배가 두 시간 만에 레저렉션 만을 벗어나 광활한 북태평양에 접어든 직후 파도가 거세지자 예닐곱 마리 단위의 범고래 무리가 차례로 시야에 들어왔다.

모두 10마리가 훌쩍 넘는 범고래 떼의 장관에 배에 탄 사람들이 일제히 탄성을 지르며 휴대전화를 들었다.
몇 시간 후 귀항하는 길에 또 한 무리의 범고래가 나타나자 승무원 올리비아 씨는 "하루에 두 번이나 이렇게 많은 범고래를 보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여름마다 알래스카를 비롯해 추운 바다까지 올라오는 범고래는 북극권의 해빙이 녹아 사라지면서 점차 더 많은 수가, 더 북쪽까지 마음껏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탄성은 다른 바다 동물에겐 재앙을 알리는 경고음과 같다. 일명 '킬러 고래'로 불리는 최상위 포식자인 범고래의 증가로 다른 고래들과 바다사자, 물개가 많이 희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고래(수염고래)는 과거엔 범고래가 다가오면 두꺼운 해빙 아래로 몸을 숨겨 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숨을 곳이 줄어들면서 범고래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바다사자와 물개, 북극곰은 범고래의 증가에다 더워지는 바닷물과 해빙 감소 자체가 생존의 위기다.
1970∼1990년대 알래스카만 서부에서 80% 이상 사라진 것으로 보고된 큰바다사자(스텔라 바다사자) 십여 마리를 수어드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볼 수 있었다.
앞으로는 없을 행운일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강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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