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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용 사건' 강제 전역 육군 대령...대법 "국가배상 청구 가능"

대법원 전경

박정희 정권 당시 '윤필용 사건'(쿠데타 모의 의혹)에 연루돼 강제 전역을 당한 황진기 전 육군 대령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보고 황 전 대령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해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7일 밝혔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던 윤필용 소장이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술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형님이 각하의 후계자'라고 발언한 게 쿠데타 모의로 비화하면서 시작됐다. 보안사는 이들의 쿠데타 모의 혐의가 입증되지 않자 윤 전 소장과 측근 10여명을 수뢰·횡령 등 별도 혐의로 군사재판에 넘겨 징역 1~12년 형 등으로 처벌받게 했다. 연루된 군인 30여명과 중앙정보부 요원 30여명도 강제로 옷을 벗었다.

2010년 윤 전 소장이 숨지자 유족의 재심 청구로 대법원은 앞서 징역 12년형을 확정받은 윤 전 소장에 대해 2015년 유·무죄 판단없이 ‘형을 선고하지 않는다’라고 판결했다. 기존 형의 선고를 취소한 셈이다. 당시 수도경비사령부 참모장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손영길 전 준장도 42년 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황 전 대령의 경우 당시 여죄를 조사한다는 이유로 보안사에 불법 체포돼 고문과 폭행을 당한 뒤 강제로 전역지원서를 제출해 석방됐다. 지난 2016년 행정소송을 내 전역 처분이 무효였음을 확인받았고, 이 판결은 2017년 9월 확정됐다. 그러자 2018년 3월 황 전 대령과 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황 전 대령의 청구를 기각했다.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에서였다. 민법상 국가의 불법행위로 생긴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5년 지나면 소멸한다. 하급심 재판부는 황 전 대령이 1973년에 불법행위를 인지했는데도 3년이 훨씬 지난 2018년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판단했다.

황 전 대령 측은 "다른 피해자들이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아 불법행위가 드러났고, 전역 무효 소송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항변했다.

이에 원심 재판부는 "군사정권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보인다"면서도 "행정소송이 확정되기 전에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봤다. 정치적 제약이 없어진 뒤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소송을 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소멸시효를 계산할 때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 등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안 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안 날'이라고 했다. "개별 사건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대법원은 강제로 쓴 전역지원서로 인한 전역 처분이 외관상 존재했던 상황에서, 황 전 대령이 행정소송 승소가 확정되기 전에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전역처분 무효가 확정됐을 때에야 비로소 강제 전역 사실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결국 황 전 대령의 행정소송이 확정된 2017년 9월부터 3년의 소멸시효를 계산하면, 2018년 3월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효정(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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