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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놀랍다"뒤 野 공세...'지역화폐 국비 0원' 거센 후폭풍

유정복 인천시장이 5일 시청 공감회의실에서 서민경제 활성화 대책 및 인천사랑상품권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인천시
“보편적인 재정 지원을 안하는 게 새 정부의 방침이다. 현재까진 정부가 (지역화폐) 국비지원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지난 5일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역화폐 ‘인천이음’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배경을 “새 정부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모든 가맹점 이용 시에 소비자에게 30만원 한도에서 5%로 제공하던 캐시백 정책을 연 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을 이용할 땐 10%, 연 매출 3억원 이상 가맹점 이용 시엔 5%로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유 시장은 “서민과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개편했다”며 “정부가 내년에 지역 화폐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2000여억원을 시비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지원된 국비(842억원)를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인천 이음을 지속 운영할 방안을 찾기 위해 개편이 불가피했다는 취지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 화폐(지역사랑 상품권)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2일 기획재정부는 지역 화폐 지원 예산을 0원으로 삭감하는 내용이 담긴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자체 예산만으로도 발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고 자체적으로 추가 재원 투입도 가능하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삭감 이유다. 지난 7월 말까지 전국에서 17조5000억원 어치의 지역 화폐가 발행됐고 정부는 이에 대해 7053억원(2차 추경까지)의 국비를 지원했다. 지역 화폐의 경기부양 효과를 강조해 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지역 화폐 예산 삭감 소식이 정말 놀랍다”고 말한 이후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전국 10개 광역 자치단체와 220여개 기초자치단체가 지역 내 소비를 늘리기 위해 자체 지역 화폐를 발행한다. 지역 내 가맹점에서 지역 화폐로 결제하면 일정 비율(통상 10%)을 캐시백 형태로 돌려준다. 역외소비를 줄이고 지역상권을 활성화하는 게 목표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말까지 지역 화폐의 총 발행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정부는 2018년부터 지역 화폐 사업에 국비를 지원해 왔다. 처음엔 위기 지역 위주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 많아지자 지원 범위와 규모를 늘려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효용성 두고 조세연 vs 이재명 대립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시절부터 지역 화폐 활성화를 정치적 어젠더로 끌어올리며 그 효용성 논란이 계속됐다. 2020년 조세재정연구원과 이 대표와의 논쟁이 대표적이다. 조세연은 연구보고서에서 “지역 화폐 도입으로 지역 내 매출이 늘어나는 경우 인접 지자체 소매점의 매출은 감소한다”며 “인접 지자체도 지역 화폐를 함께 도입하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지고 소규모 지자체는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대표는 “(조세연은) 근거 없이 정부 정책을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며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방적 주장을 연구결과라고 발표하며 정부정책을 폄훼하는 정부연구기관이 아까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현실이 실망스럽다”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대표는 지난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역 화폐 예산 삭감을 시도할 때도 “경제순환 효과가 분명한데 경제전문가라는 홍 부총리는 왜 모르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기재부가 ‘국비 지원 전액삭감’ 카드를 꺼내면서 논란은 다시 불붙고 있다. 기재부의 삭감 계획이 전해지자 지난달 30일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예결위원들은 “가계에 큰 보탬이 되는 지역 화폐 사업은 전액 감액돼 내년 예산안이 국민께 희망이 되기보다 불안이 되는 예산이 될까 심히 우려된다”는 성명을 냈다. 이튿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방송 인터뷰에 나와 “지역 화폐는 효과가 개별 지자체에 한정되는 지자체 고유 사무로, 국가가 나라 세금으로 전국 모든 지자체에 (지원)해주는 건 사업 성격상 맞지도 않는다”고 맞섰다.

국비 지원 ‘0원’에 지자체 당혹
지역 화폐 발행 규모를 늘려온 지자체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국비 지원 업무를 맡은 행안부의 담당 부서엔 최근 “국비 지원이 빠진 예산안이 어떻게 될 것 같냐”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 대표의 유산을 이어받은 경기도의 속내는 복잡하다. 지역 화폐 사업이 이전부터 역점사업으로 추진된 데다가 국비 지원액(올해 1266억원)이 가장 큰 지자체여서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은 지난 7월 말까지 3조4635억 원어치의 지역 화폐를 발행했다. 이중 시흥시를 제외한 30개 시·군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존 5%인 지역 화폐 인센티브를 일시적으로 최대 10%까지 늘리기로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31일 경기도청에서 주재한 ‘8월 도정 열린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달 31일 도정 열린회의에서 “정부가 지역 화폐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는데, (이러한 결정이) 정치적인 이유나 목적으로 이뤄졌다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결정은) 중앙정부의 정책 신뢰도와 안정성에도 문제가 있다. 국회의원들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예산이) 반영되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엔 불안한 기류가 감지된다고 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내 지자체들은 국비 40%, 도비 30% 시·군비 30%를 활용해 지역 화폐 캐시백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국비가 삭감되면 월별로 캐시백 혜택을 다르게 제공하거나 캐시백 비율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부산, 대전 등 다른 지자체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부산시는 지난달 지역 화폐 ‘동백전’의 캐시백 혜택을 10%에서 5%로 줄였다. 대전에선 지난달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역 화폐 캐시백(할인율)을 기존 10%에서 최소 5%로 줄이겠다. 연말에는 폐지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국회에서 예산이 증액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비 지원은 2021년까지 한시적으로 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었다”며 “정부가 지역 화폐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업 자체가 중단되진 않는다. 올해 지방 교부세가 늘어난 만큼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발행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심석용(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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