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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속튀’”인데 한국은 왜 50%?…한동훈 “책임 가릴것”

2022년 8월 3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선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론스타가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던 점에 비춰 보면 ‘먹튀(Eat and Run)’ 비유를 발전시켜 ‘속이고 튀었다(Cheat and Run)’라고도 볼 수 있다.”

법무부가 6일 공개한 지난달 31일 한국 정부 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사건에 대한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 판정문 요지서에 나오는 표현이다. ICSID 중재 판정부 역시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헐값 인수 과정에서 외환카드 주가조작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근거로 2012년 하나금융에 되팔아 수조 원의 차익을 거둔 전 과정에 대해 사기 등 부정행위로 비유한 것이다.

그런데 왜 한국 정부에 외환은행 매각가격 인하분 중 50%의 책임을 물렸을까. 판정문 요지에 따르면 당시 금융위가 매각 승인을 지연한 걸 문제 삼은 게 아니라 그 사이 하나은행 측에 인수 가격 인하 압력을 넣어 사적 계약에 개입했다는 걸 지목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관치금융이었다.

판정문 “론스타 유죄 받자 韓 금융당국 가격 인하 개입”
법무부가 전체 400쪽가량 분량의 판정문을 요약한 21쪽의 판정 요지서엔 한국 금융당국의 부당한 개입에 관한 중재 판정부의 지적들이 다수의견으로 상세히 담겼다.

요지서에 따르면 중재 판정부는 “2011년 10월 6일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주가조작 유죄 판결로 인한 금융위의 외환은행 주식매각 명령에 따라 론스타 측은 2012년 5월 18일 이후에는 외환은행의 대주주 지분을 더 이상 보유할 수 없게 되었고, 이는 금융당국이 매각가격 인하를 도모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고 봤다. 그러면서 “본건에서 핵심은 (한국 정부의) 승인 지연 자체가 아니라 그 지연에 부적절한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인 간 계약 조건에 관여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권한 내의 행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자 외환은행 매각가격 인하를 위해 노력했다”라며 “가격 인하를 달성할 때까지 승인심사를 보류한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 권한을 자의적이고 악의로 행사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2006년 12월 7일 당시 채동욱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이 ‘론스타 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윤석열 검사(현 대통령). 강정현 기자

“한국 정치인들 금융위원장 압박…가격 인하뒤 성공 축하”
중재 판정부는 금융위가 론스타 매각가 인하에 개입한 동기를 정치적 압력이라고 짚었다.

“금융당국은 매각가격 인하가 이뤄질 때까지 승인 심사를 보류하는 ‘관망(Wait and See)’ 정책을 취했다”라며 “금융위가 법령상 심사 기간을 넘길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 관망 정책이 정당한 규제 목적이 아니라 정치인들과 대중의 비판을 피하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면서다.

또한 “정치인들은 국회에서 금융위원장에게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압박하고, 가격 인하 이후에는 가격 인하 성공을 축하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한국 정치권의 압력과 금융위의 매각가격 인하 노력은 당시 한국 언론 기사, 하나금융 관계자와 론스타의 대화 등 증거로 제시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재 판정부는 “론스타가 가격 인하를 수용한 건 금융위의 부적절한 개입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하나금융 관계자는 론스타 관계자에게 ‘가격을 인하하면 금융위의 정치적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근거를 들었다.


중재 판정부는 결론적으로 “론스타의 위법행위는 금융위의 위법행위를 가능케 하였고, 양측 위법행위는 함께 4억 3300만 달러의 (계약상) 가격인하를 유발했다”라며 “한국 금융당국과 론스타 과실은 정황상 동등하게 분배됨이 적절하므로 50%씩 2억 1650만 달러를 부담하라”라고 판정했다.


물론 론스타가 제기한 다른 쟁점들에 대해선 한국 정부가 승소한 덕분에 총 소송 규모인 46억7950만 달러(약 6조3000억원)와 비교하면 한국 정부가 물어줘야 하는 금액은 4.6%로 대폭 줄어든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중재절차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판정문 전문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론스타 측과 전문 공개를 위한 협의를 시작했고, 신속히 공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2022년 9월 1일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왼쪽에서 두번째), 김종우 민변 통상위원회 변호사(왼쪽)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한 푼도 못 줘, 취소 신청…이후 책임자 가린다”
법무부는 2억 1650만 달러 배상 판정도 수용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 내고 120일 안에 ICSID에 판정 취소를 신청할 계획이다. 한동훈 장관은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지난 5∼10년을 분석하면 10% 내외의 받아들여질 확률이 있다”라며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판정문에 담긴 소수의견에 희망을 건다. 소수의견을 낸 인물은 한국 정부 측 중재인인 프랑스 파리1대학의 브리짓 스턴 명예교수로, 그는 “론스타가 주가조작 사건의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면 매각 승인이 보류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의견이 받아들여진다면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할 돈은 0이 된다.

판정 취소 절차가 마무리되면 세심하게 이번 소송 결과의 책임자를 가리겠다는 게 한 장관의 입장이다.



김민중.하준호.오욱진(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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