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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8시간 물뺐는데…"물이 안줄어요" 오열한 가족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자리는 온통 진흙밭으로 변해 있었다. 하늘은 언제 태풍이 불어닥쳤냐는 듯 화창해져 있었지만, 태풍에 직격탄을 맞은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단지는 원래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흙탕물이 넘쳐흘러 아수라장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6일 오전 3시~오전 9시 사이 포항시 남구에는 261㎜의 비가 쏟아졌다. 주민 7명이 실종 신고된 아파트 현장이다.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가 난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단지 바닥이 흙탕물로 뒤덮여 있다. 김민주 기자

태풍 휩쓸고 지나간 자리 온통 진흙밭
아파트 상가 건물과 가로수, 지상에 세워져 있던 차량들은 물론 아파트 주민들도 온통 흙탕물을 뒤집어쓴 모습이었다. 대부분 주민은 장화를 신고 있었지만, 일부는 경황이 없어 신발조차 챙기지 못한 맨발이었다. 아파트 단지 한쪽에 천막을 차려놓고 생수를 나눠주는 모습까지 더해지니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 5시부터 7시 사이 이 아파트단지에는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순식간에 어른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이 때 지하주차장에 차를 옮기려 들어간 주민 7명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연락이 두절됐다.
6일 오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돼 119대원들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파트 주민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30분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지하 주차장에 물이 차고 있으니 차량을 옮겨야 한다”는 내용의 안내 방송이 나왔고, 주민들이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차량을 이동시키다가 주민 7명이 실종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7시 41분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수색 작업에 나섰다.

주차장서 실종된 주민…애타는 가족
주민들은 애타는 심정으로 구조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 중앙119구조본부 배수펌프 여러 대가 설치돼 끊임없이 물을 빼내고 있었지만 워낙 물의 양이 많아 속도가 더뎠다. 보다 빠른 작업을 위해 후속 장비들도 현장에 속속 도착하는 모습이었다. 답답한 주민들은 소방당국의 늑장 대응을 탓했다.

실종자 가족들도 배수 작업인 이뤄지는 현장에 머물러 있었다. 한 실종자 가족은 현장을 지켜보다 “물이 안 줄어든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후 약 8시간이 지난 오후 4시쯤에도 배수율은 20%에 그치고 있었다.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침수 피해가 난 가운데, 소방당국이 지하주차장에서 연락이 끊긴 실종자를 찾기 위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이런 가운데 지하 주차장 출차 안내 방송을 한 이 아파트 관리사무실도 물에 잠긴 상태였다. 직원 모습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경비 근무자는 관리사무실에서 내용과 시간을 알려주면 그대로 시간 맞춰 방송을 한다. 이번에 방송을 한 근무자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참사의 근본적 원인은 시간당 80㎜가 넘는 기습 폭우였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오전 6시쯤만 해도 해당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침수 상태는 그렇게 심하지 않아 보였고, 이 때문에 일부 주민은 차를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 빠져나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아파트 인근 하천이 범람해 지하 주차장에 흘러든 것도 침수를 가속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단지가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침수 피해가 나 바닥이 흙탕물로 뒤덮여 있다. 김민주 기자

범람한 하천까지 유입되며 빠르게 침수
포항남부소방서 김경태 예방총괄담당은 이날 현장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번 폭우는 기록적인 폭우였고 소방차들이 현장에 나가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면서 “물이 하천에서 범람해 (지하 주차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담당은 “현재 소방 40명, 경찰 10명, 해병 1사단 관계자 등 60여 명이 투입돼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정당국은 배수와 수색 작업이 끝난 뒤 아파트 지하 주차장 배수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아파트 단지가 하천 인근에 위치했었던 만큼 지하 주차장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하 주차장은 지상 건축물과 달리 출입구가 한정적이고, 배수 장비가 있더라도 배수량보다 많은 비가 내릴 경우 침수를 막을 수 없다. 또한 지하 주차장은 침수가 될 때 유속이 굉장히 빨라져 대피가 쉽지 않다. 방재관리연구센터에 따르면, 지상의 침수 높이가 60㎝인 상황에서 지하공간은 5분 40초 만에 수위가 75~9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석.김윤호.김민주.김하나(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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