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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 질문만 받겠다"…'비상복' 尹, 이번엔 용산서 철야대기

5일 아침 노타이 차림 민방위복을 입고 출근한 윤석열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질문을 받기 전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태풍 힌남노에 관한 말씀(질문)만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네 달 간의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이 ‘특정 질문만 받겠다’고 기자단에 통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수사를 ‘전쟁’이라 규정하며 김건희 여사와 자신에 대한 쌍특검을 주장한 상황에서, 관련 질문을 준비했던 기자단에 대한 대응책의 성격이 짙었다. 지난주 “노코멘트라는 입장마저도 없다”(대통령실 고위관계자)라며 이 대표 관련 검찰 수사와 거리를 두고 '민생'에 방점을 찍었던 대통령실의 기조와도 일맥상통했다. 다크서클이 짙고 푸석한 윤 대통령의 얼굴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전날 밤 늦게 까지 태풍 관련 상황을 보고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도어스테핑에서 태풍 관련 질문만 받겠다고 했다. 사진 대통령실

태풍 질문만 받겠다는 尹, 李와 거리두기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모두발언에서도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비상 상황에 대응해 선조치 후보고를 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재난 관리와 구급 구조에 종사하는 분들은 모든 국민이 내 가족이란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며 “오늘은 제가 비상대기를 하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6일까지 대통령실에 머물 비상 복장을 미리 준비해 출근했다.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도 윤 대통령은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위험 지역 안전 조치를 철저하게 해 단 한명의 인명 피해도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재난 이후 추석 물가 안정에도 전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대선 기간 김 여사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것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최고 통수권자의 역할과 의무에 전념할 뿐 그 이상 이하도 보탤 말이 없다”고 거리두기 기조를 유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5일 오전 민방위복을 입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힌남노’가 2003년 전국을 할퀴며 4조 7000억원가량의 피해를 낸 태풍 ‘매미’ 수준이란 예보가 있은 뒤부터 태풍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지난달 집중호우 당시 퇴근해 ‘사저 전화지시’ 논란이 일었던 때와 달리 1일부터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주말에도 연이어 “최고 단계의 태풍 대응 태세를 갖추라.”(3일)고 했고 4일엔 대비상황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도어스테핑에서 관저 이주 관련 질문에도 “지금 관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나중에 얘기합시다”라고 했다. 태풍 점검회의에 참석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지난 세 모녀 사건과 같이 추석 전 취약층의 인명피해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수차례 언급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5일 밤과 6일 줄곧 대통령실에 머물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집무실에 머물려 필요시엔 위기 대응 센터를 직접 방문하고, 지자체장이나 관계부처 장관들과 함께 수시로 상황을 체크하겠다는 것이다.


규모만큼 추석 전 닥친 태풍에 고심
대통령실과 여권은 ‘힌남노’의 역대급 규모에 긴장하는 한편, 정무적으로는 태풍이 닥친 시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지율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머무는 상황에서 ‘추석 밥상’에 재난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올라가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윤 대통령이 회의에서 언급했듯 작년 기준 8.4%포인트가 올라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먹거리 물가(소비자물가지수 중 식료품 가중치 반영값)’도 골칫거리다. 여론조사 업체인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 요소 중 ‘무능’이란 프레임에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 태풍에 대한 '유능'한 대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5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뒤 대구와 부산을 방문하며 전통적 지지층을 우선적으로 달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원전산업 재도약 방안을 보고받은 뒤 “지난 5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경쟁력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천문학적인 국부손실을 자초했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지지율 상의 반등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5일 발표된 리얼미터 주간 집계조사(8월29일∼9월2일, 2516명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지난주 대비 1.3%포인트 떨어진 32.3%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1.6%포인트 오른 64.9%였다. 4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일 조사를 기준으로는 지난 2일 29.4%를 기록하며 지난달 10일 29.7% 이후 한 달 만에 지지율이 다시 20%대로 주저앉았다. 갤럽조사를 기준으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3주간 28~27%대에 굳어진 상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이란 근본적 요인을 외면하며 지지율을 올리는 것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지율 하락에 대한 질문에 “저희는 늘 초심을 유지하고 부단하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박태인.이세영(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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