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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의 이코노믹스] 예고된 한·미 금리 격차 확대, 환율 불안 부추겨

원화가치 하락 언제까지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우리나라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외환시장의 환율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미화 1달러당 1188원이었던 환율은 9월 이후 1360원대로 치솟아 원화 가치는 2022년 들어서만 10% 넘게 떨어졌다. 원화 가치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직전인 2020년 말 1080원대였음을 고려하면 25% 가까운 하락 폭이다.

1달러당 900원대에서 1900원대로 100% 이상 원화 가치가 떨어졌던 1997년 외환위기나 1달러당 1000원대에서 1500원대까지 50% 가까운 하락 폭을 보였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도의 위기 상황을 제외하면 상당 폭의 통화가치 하락이다.

미국 금리 오르자 달러 수요 급증
부동산처럼 수요와 공급의 문제
환율에 투기세력 영향 크지 않아
기업 경쟁력 유지해야 위기 넘겨

부동산 시장 vs 외환 시장

이코노믹스
그런데 이처럼 외환시장과 환율이 흔들릴 때면 자주 등장하는 것이 당국의 ‘외환 투기세력’에 대한 언급을 중심으로 한 구두(口頭) 시장개입이다. ‘환율 투기요인을 면밀하게 점검하겠다.’ ‘외환시장에 투기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닌지 살피겠다’ ‘불법적인 투기세력의 환투기가 작동하는 것은 아닌가’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외환시장이 아니어도 다른 자산 시장에서도 가격 급등락이 있을 때면 등장하곤 하는 이야기다.

지난 정부 때도 낯익은 표현으로 자주 등장했는데, 다만 그때는 외환시장이 아니라 주택가격이 폭등하던 부동산 시장이 주 대상이었다. ‘주택가격의 투기 요인을 면밀하게 점검하겠다.’ ‘부동산 시장에 투기적인 요소를 제거하겠다.’ ‘불법적인 부동산 투기세력의 준동을 수사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과 주택가격이 외환시장과 환율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접근 방식이 폭등하는 주택가격과 흔들리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던 것처럼, 환율과 외환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즉, 매매가격의 차이가 예상될 때 이를 이용해서 이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을 적대시하는 방식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어렵고, 시장에서 왜 매매가격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격의 급등락을 막고 시장의 안정을 회복하려면 결국 수요와 공급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투기 탓해도 환율 안정 못 시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당시 주택가격이 폭등했던 핵심 원인은 투기세력의 인위적인 준동보다 많은 사람이 향후 주택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했거나 이후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한 탓이 크다. 특히, 사실상의 재건축 제한과 임대차보호 3법 등 각종 규제 위주 접근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에서 신규 주택 건설을 줄이고 임대물량 공급을 축소할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예측할 수 있기에 가격상승을 기대하고 또한 우려하며 부동산과 주택 매입에 나선 이들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이러한 변화 자체를 이들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

현재 외환시장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국제금융시장 여건이 우리 통화가치의 하락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고, 이러한 환경이라면 우리 통화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흔들리고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이 놀랍지 않다.

자금 유출 없더라도 부작용 커

핵심에는 한·미 금리 역전과 그 폭의 확대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월 2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두 달 연속해서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이름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해 한국의 기준금리 2.25%보다 높은 2.25~2.50%대에 설정함으로써 한·미 금리 역전이 현실화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물론 한 달 후인 8월 25일 한국은행이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이미 미국의 대폭적인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예견되는 상황이고 오히려 우리 통화 당국은 큰 폭의 금리 인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기에, 결국 한·미 금리 역전의 예측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외환시장이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통화 당국에서는 한·미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자금유출 우려가 크지 않고 과거에도 한·미 금리가 역전된 시기가 있었으나 자금유출이 심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화 당국에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미국의 대폭적인 금리 인상과는 별도인 대응이 가능한 것처럼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당국의 입장을 듣고 있으면,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한·미 금리 역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기보다는 우리 통화 당국이 미국 수준으로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한·미 금리 역전이 심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 높여야

국제금융의 가장 기초 이론 가운데 하나가 이자율과 환율을 고려한 투자조건은 국가 간에 같아지게 된다는 ‘이자율 평형 조건(interest parity condition)’이다. 이자율 평형 조건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자율이 미국보다 낮은데도 우리나라에 투자하게 하려면 우리나라 통화로 표시된 투자자산이 싸야 한다는 뜻인데, 결국 우리나라의 통화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한·미 금리역전이 발생할 때 원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흔히, ‘위험 프리미엄을 고려하는 이자율 평형 조건’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쉽게 말해,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것이 덜 위험하다는 인식을 만들 수 있는 경우다.

그런데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상황으로 인플레이션과 경기 부진이 함께 진행되는 현재 상태 자체로는 국내외 투자자에게 우리 경제와 투자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어렵다. 특히,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하락한 통화가치로 인해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 우리나라 상황은 올해 들어 지속적인 통화가치 하락에도 수출이 증가하지 못한 채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하고 있다.

물론, 외환시장에서 우리 통화가치가 안정화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한·미 통화스와프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노력할 수는 있지만 결정할 수는 없는 방안이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한·미 금리 역전이 심화하지 않도록 우리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우리는 금리 인상 여력이 충분해서 한·미 금리 역전이 장기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기업 수익 낸다면 불안 차단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가 불안해지지 않고 한국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가 해외에서의 자금조달에 크게 의지하지 않고도 버틸 수 있다고 국제 투자자가 확신하게 만드는 방법밖에는 없다.

결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를 상쇄시킬 수 있을 정도로 기업의 비용 부담을 감소시켜 경쟁력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악화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감소시켜 노동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안과 조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처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방만하게 확대된 정부지출은 그대로 둔 채로 조세 부담만 줄인다면 재정적자를 메꿀 국채발행이 필요하게 되고, 이것이 해외 자금조달로 이어지면 또 다른 환율 위험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환율 불안을 보며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외환 투기세력이 아닌 한·미 금리 역전의 장기화이고, 이를 막는 작업의 출발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에도 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 생산성을 반영한 임금체계의 마련, 정부의 지출구조조정이 함께하는 조세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

1980년대 초반 위기도 떠올라

지금 상황은 1980년대 초반을 떠올리게 한다. 그 당시에도 지금처럼 전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하에서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미국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폴 볼커 의장이 이끌던 Fed가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이 여파로 멕시코를 필두로 급격하게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폭락하며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항상 모든 국가가 반드시 위기에 빠진다는 것은 아니지만, 미 달러 이외의 대부분 통화가 가치 하락 압력을 받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데 큰 격차가 나지 않도록 정책 조정이 가능한 국가는 위기로까지 번지지는 않았고, 정부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았든지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져 있었든지 또는 광범위하게 정부부채 규모가 커져 있었든지 금리 조정 등의 정책대응이 어려웠던 국가는 통화가치가 떨어지며 외환위기를 겪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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