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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

박청수 청수나눔실천회 이사장
내가 설립한 원불교 강남교당을 뜻밖의 한 특지가의 부지매입 희사에 힘입어 일찍 교당 신축 봉불을 마친 나는 나라 밖에 관심을 갖게 됐다. 높고 높은 북인도 히말라야 라다크 3600고지가 나의 일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년 동안 큰 열정을 쏟아 마하보디 초·중·고 기숙학교를 설립하고, 학교 운영을 위해 60개의 게스트룸을 지었다. 그리고 현대의학의 혜택이 필요한 그곳에 50병상의 종합병원을 설립했고, 영하 39도를 밑도는 그곳 설산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따뜻한 겨울옷을 모아 6개 컨테이너를 보냈다.

세계 55개국 어려운 사람들 돕기
2007년 퇴임 후 자료전시실 마련
지구촌 곳곳의 얼굴 만날 수 있어

지금까지 34년 동안 돕고 있는 킬링필드의 땅 캄보디아에서는 지뢰를 제거하고, 고아원을 건립하고, 67개 마을에 우물을 파서 1만 명이 맑은 물을 마시게 했고, 2개의 둑을 막아 농업용수로 쓰게 했다. 그리고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그 나라의 바탐방에 무료구제병원을 세워 23만 명이 무료 의료혜택을 입게 했고, 오인환 교육센터를 세워 한글과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수도 프놈펜에서는 빈민가에 원광탁아원을 마련, 0세에서부터 3세까지 어린이 65명을 하루 11시간 동안 돌보고 있다. 우리나라 여름옷을 모아 컨테이너 7개 분량의 의류를 국교가 단절된 그때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캄보디아 적십자사로 보냈다.

1999년 평양을 방문한 후 북한돕기 생활화 운동을 펼쳐 간장, 생필품, 의류, 천생리대 20만개, 5000명의 여성이 치마저고리를 해 입을 수 있는 스판벨벳 새 옷감을 9개 컨테이너에 담아 보내고, 비료 6000톤, 분유 컨테이너 2개, 폐결핵 환자돕기 1만 달러 등 10년 동안 7억6000만원 상당을 도왔다.

어린 시절 “너는 커서 시집가지 말고 원불교 교무가 되어 너른 세상에 나아가, 많은 사람을 위해 일해라. 기왕이면 한평생 큰 살림 해 볼 일이다”라고 한 어머니의 말씀을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나는 세계 53개국을 방문하고 강남교당 재직 26년 동안 세계 55개국을 도왔다. 원불교에는 여성 성직자에게도 설법할 수 있는 단상이 있어서 나는 매주 법회 설법 시간에 세계 도처에서 본 어려운 곳의 실상을 소상히 알리면서 돕자고 호소했다. 열정적이고 치열하게 살았던 강남교당 시절, 다행하게도 나의 염원을 알아차린 남녀교도들은 알 수 없는 힘으로 결속되고 한마음 한기운으로 협력하여 사무친 나의 염원을 하나하나 이루어내면서 세계의 무지·빈곤·질병을 퇴치했다.

모든 일은 오직 나의 직관력(直觀力)에 의지하고, 나의 직감(直感)을 판단의 척도로 삼아 이루어 낸 일들이다. 쉼 없이 일했던 그 시절, 세계 55개국을 도우면서 나라 안팎에 세운 학교는 9개 학교이다. 국내에는 영광 성지송학중학교, 용인 헌산중학교, 안성 한겨레 중고등학교를 설립했다.

2007년 정년퇴임을 맞아 그간 앞만 보며 마치 달리듯 살아왔는데 쌓인 짐을 살펴보니 어디에 잠시 쌓아둘 수도 없이 많았다. 그래서 고심 끝에 그 모두를 전시할 수 있는 전시실을 마련하기로 결심하고 내가 설립한 헌산중학교 뒷산 자락에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을 지었다. 전시장 기획과 배치는 프랑스에서 디스플레이를 전공한 강남교당 김기은 교도가 맡아 1년 동안 어떻게 전시실을 꾸밀 것인가, 무슨 물건을 내놓을 것인가를 선정했다. 나의 분신처럼 31년간 나를 따르던 신현대 교도는 세계 곳곳에서 현장 사진을 찍어두었다. 그 사진들을 전시실 벽면에 붙이고 그곳에서 했던 일들을 연보로 정리하고 설명을 붙였다. 그것을 다시 영어로 번역하여 기록했다. 그 아래 유리 진열장 속에는 각 나라에서 받은 문서와 선물들이 놓여 있다. 시청각실 벽면에는 나의 세 살 적부터 퇴임 때까지의 사진이 있고, 세계 도처에서 가져온 그 나라 문화의 얼굴을 하고 있는 작은 것들이 놓여 있다. 마야문명과 잉카문명을 상징하는 것들, 고대 이집트를 엿볼 수 있는 것들, 여러 나라의 초와 촛대, 유럽의 크리스털, 아프리카에서 온 것들, 여러 나라 불교국가에서 온 불두(佛頭)들이 있다.

전시관은 나라마다 구획을 지어 일목요연하게 되어 있다. 1·2층 전시관 면적은 76평이고, 3층 50평은 나의 거처이다. 어느 날 서정석 당시 용인시장이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을 둘러본 뒤 절차를 밟아 경기도 박물관으로 등록해주었다.

건축 설계는 김인철 교수 작품으로 노출 콘크리트인데 수준급이다. 특히 3층 설계가 마음에 든다. 서재 맞은편 남쪽 발코니에 나가면 눈앞의 앞산과 마주하게 된다. 산과 숲, 하늘만 무심코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금세 단순해지고 오롯해진다. 그러다가 그 마음은 어느 결엔가 무심적적한 골짜기로 빠져든다.

박청수 청수나눔실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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