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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영화감독·작가에게 저작권은 없나

이윤정 영화감독·DGK 부대표
“저작권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서 한국의 감독과 작가들이 저작자로서의 위치를 되찾고, 창작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게 되기를 바랍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는 박찬욱 감독이 지난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천만 영화감독들 마침내 국회로: 정당한 보상을 논하다’ 토론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하여 전한 말이다. 박 감독을 포함한 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 507명이 요구한 저작권법 개정안의 요지는 무엇일까. 영상물 제작을 위해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영상물 저작자에게 영상물 최종 공급자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제작자에 영상물 저작권 넘겨줘
감독·작가는 정당한 보상서 제외
K콘텐트 키우려면 법 개정해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이런 규정을 두고 있는 스페인의 넷플릭스 히트작 ‘종이의 집’의 작가 에스더 모랄레스는 “나는 넷플릭스로부터 저작권료를 정산받았다. 작가들은 벌써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작품을 쓰고 있는데 저작권을 보장받지 못 하는 나라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모든 나라의 창작자들은 동일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히트작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뭐라도 더 있으면 좋겠지만,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한 것과 대비된다.

두 나라에서 넷플릭스는 동일한 방식으로 사업을 하지만,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는 저작권법 유무에 따라 각 나라의 창작자들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일한다. 한국에서 영상물 창작자는 저작권법 제100조 제1항에 의해 제작자에게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것으로 추정하는데, 실제로는 대부분 계약을 통해 저작재산권 전부를 확정적으로 양도하여 버린다. 저작재산권이 남아 있지 않은 한국 창작자에게는 권리를 주장할 근거가 없다. 이 차이를 극복하고 모든 영상물의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작권법 개정이 필요하다.

2019년과 2021년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실시한 ‘영화감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감독 중 70%가 영화로 버는 수입이 연봉 2000만원 이하라고 답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이상까지 작품을 준비하는 감독들의 작업 특성상 편당 계약금으로 갈음하는 수입 구조는 필연적인 빈곤을 야기한다.

한국에도 스페인과 같은 저작권법이 도입된다면 감독들은 작품 준비 기간을 단축하고 양질의 작품을 만드는 데 더 큰 에너지를 투입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한 영상콘텐트산업에 새로운 인재 유입은 기대하기 힘들다. K콘텐트 융성이 10년을 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기에서 나온다.

또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창작자들에게 지급한 저작권료가 한국 저작권법 규정 미비로 인해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정당한 보상이 보장된 전 세계 40여개 국가는 자국뿐 아니라 한국 창작자들의 보상권까지 보호한다. ‘내외국의 창작자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베른협약 조항 때문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사용한 프랑스 방송국과 OTT 플랫폼들은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의 로열티를 따로 분류해 모아둔다. 그런데 이렇게 쌓인 저작권료를 한국으로 가져오려면 선결 조건이 있다. 우리에게도 동일한 법이 있어 상대국 창작자들에게 로열티를 보내줄 수 있어야 한다. 국가 간 호혜평등 원칙이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대표되는 K콘텐트의 인기는 이제 세계인의 일상이 됐다. 세계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콘텐트를 제외한 전 세계 영상물 사용에서 발생한 창작자 로열티는 총 6억5200만 유로(약 8800억)였다. 이 중 한국 콘텐트 비중을 5%로 잡는다면 해마다 최소 440억원의 로열티가 한국 콘텐트 창작자들에게 지급되지 못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돈은 영원히 쌓여 있는 게 아니고 6년 정도 지나면 해당국의 문화기금으로 귀속된다. 그야말로 외화벌이 차단이자 실시간 국부 유출이다.

한국이 콘텐트 선진국임을 자부하려면 성공한 작품들을 나열하기 전에 세계 수준에 걸맞은 제도를 갖추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잘 달릴 때 날개를 달아줘야 힘차게 비상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개정안 토론회에 여야 의원들이 대거 참석하여 뜻을 모았다. 정부는 우리 콘텐트 산업에 날개를 다는 작업에 동참하여 주기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윤정 영화감독·DGK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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