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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의당, 재창당 넘는 혁신 통해 대안정당 거듭나야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5일 오전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 총사퇴 권고안에 대한 당원 총투표 관련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왼쪽부터 배진교, 강은미, 류호정, 장혜영 의원,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 김경록 기자
비례 의원 총사퇴안 부결됐지만 자멸 위기
‘민주당 2중대’ 벗고 왜 필요한지 증명해야
정의당 당원 총투표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총사퇴 권고안이 부결돼 의원들이 자리를 지키게 됐지만 그 충격파가 상당하다. 국회의원 사퇴 권고를 위한 당원 총투표 자체가 국내 정당 사상 처음인 데다 당내 인적 쇄신 요구도 크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총투표에서 사퇴 찬성이 40.75%에 달했고, 투표율도 42.1%나 됐다. 비례대표 의원 5명이 어제 회견에서 “성찰하고 책임을 다하겠다”고 머리를 숙였지만 정의당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2012년 창당한 정의당은 쇠락의 길을 걸어 왔다. 지난 대선에 유일한 지역구 의원인 심상정 의원이 후보로 출마해 2.37%를 얻었는데, 5년 전 대선 득표율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6월 지방선거에서도 광역·기초의원 9명을 얻는 데 그쳐 4년 전 37명 당선에 비해 몰락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진보 정당의 대표 자리는 원외 정당인데도 기초단체장을 비롯해 당선자 21명을 배출한 진보당에 내줬다.

정의당의 쇠퇴는 자초한 측면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정의당은 정체성을 살려 자립하는 대신 선거 때면 선거 연합을 추진하거나, 선거제도 개편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데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총선 때도 더불어민주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했지만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라는 부작용만 낳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불공정을 비판하지 않는 등 ‘민주당 2중대’라는 이미지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당 구성의 뿌리가 다양한 게 영향을 미쳤겠지만 ‘노동이냐 페미니즘이냐’의 이분법적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이번 투표를 두고도 안티 페미니즘 기류에 편승했다거나 친민주당 그룹이 의원직 승계를 노린다는 뒷말이 나왔다.

정의당은 이달 중순 대의원 대회를 열고 재창당 결의안을 채택할 것이라고 한다. 당명 개정을 포함해 리모델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의당의 위기는 지도부 개편 등 웬만한 변화로는 해소하기 어렵다. 우선 정의당이 왜 필요한지를 유권자에게 입증해야 한다. 노동과 젠더 이슈를 넘어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등에 대한 정의당만의 노선과 해법을 선보여야 한다. 복지 확대에 치우친 강령의 틀을 넘어 코로나 확산 이후 달라진 노동의 현실 등에 대한 실사구시적 비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의당이 처한 상황은 한국 정당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정의당 외에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비상대책위 체제를 운영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으며, 팬덤정치에 사로잡히기 일쑤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선 당 지도체제의 운명이 사법부에 넘겨져 있다. 거대 양당의 대립이 일상화한 만큼 정의당이 차제에 재창당을 넘어서는 쇄신과 혁신을 거쳐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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