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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칼럼] 대공황 위기 막은 오바마, 윤 정부의 운명은?

이하경 주필·부사장
미국은 2008년 두 번째 대공황(Great Depression)의 지옥문 앞에 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글로벌 금융 위기로 경제는 속수무책의 자유 낙하(free fall) 중이었다. 그해 11월 5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44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언론은 ‘최악의 책무(Worst Job)’가 그에게 주어졌다고 했다.

딱 한 달 뒤 워싱턴의 백악관 대통령비서실장 사무실에 12명의 전·현직 비서실장이 모였다. 생존한 14명 가운데 두 사람만 불참했다. 6주 뒤면 물러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조슈아 볼턴 비서실장이 차기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내정된 램 이마누엘을 위해 소집한 초당적 비공개 모임이었다.

부시 비서실장, 역대 실장들 소집
위기 속 새 정부 성공 위해 조언
경제 비상 … 여야 ‘전쟁’중단하고
대통령, 통합·개혁 메시지 집중을

34세의 젊은 나이로 포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현직 부통령인 딕 체니는 “오바마는 선거운동을 더 잘해 우리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우리 대통령이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클린턴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레온 파네타는 “대통령이 듣고 싶지 않은 것을 항상 얘기하라. 다른 사람들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일행은 대화를 마치고 오벌 오피스로 내려가 부시 대통령과 인사하고 헤어졌다. 미국은 위기 앞에서 하나가 되는 나라였다.

윤석열 정부가 당면한 경제 위기는 14년 전 오바마 집권 전후의 미국만큼이나 심각하다. 한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에 시달리고 있다. 물가는 올라가는데 경기는 하강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8월 말까지의 누적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치인 247억 달러로 치솟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전기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현대차가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은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외국 기업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비상이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른 나라야 어찌됐든 나만 살면 된다는 식이다. 한국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

이 와중에도 한국의 신구(新舊) 정권은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정기국회 회기 첫날인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소환 통보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로 맞불을 놓을 태세다. 열 가지가 넘는 비리 의혹으로 검경의 수사가 좁혀져 들어오자 의원직과 대표직을 꿰차고 당헌(黨憲)까지 바꿔 3중 방탄 태세를 갖춘 이 대표의 민주당이 또 다른 무리수를 두고 있다. ‘이재명’과 ‘김건희’ 수사는 별개로,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민주당은 보전 받은 434억원의 선거자금을 토해내야 한다. 이러니 이판사판으로 나오는 것이다. 여야의 격돌은 쌍방이 ‘전쟁’이라고 규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집권당인 국민의힘 내분도 점입가경이다. 새 비대위원장을 8일 선출하겠다고 하자 이준석 전 대표는 “출범 즉시 또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도처에서 불을 지르는 사람만 있고 끄는 사람은 없다. 정치도, 민생도 설 땅이 없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지금 새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다. 전방위 경제·안보 리스크에 초당적으로 대비하려면 여야가 내부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 파네타가 주문한 대로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말을 할 용기가 필요하다. 온갖 ‘핵관’들과는 달리 사심이 없는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가장 적임자다. 그가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일체의 언행을 피하고 통합과 개혁의 메시지를 발신하라”고 직언해야 한다.

오바마는 취임 직후 유럽연합(EU)이 긴축을 외칠 때 사상 최대 규모인 7870억 달러의 긴급 경기부양 법안을 꺼냈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GM이 파산위기에 몰리자 지분의 60%를 정부가 매입해 국유화했다. 이런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고 의회의 입법 협조를 받아 유럽보다 먼저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다. 지금처럼 여야가 사사건건 대치하면 대통령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오바마처럼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쟁을 초월한 지도자의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위기에 처한 오바마의 분신이었던 이마누엘은 “대통령은 ‘좋거나 나쁜 것(good or bad)’ 사이에서 고르는 게 아니라 ‘나쁘거나 더 나쁜 것(bad or worse)’ 사이에서 결정해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최악을 피하는 현실적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화엄경(華嚴經)은 “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고 했다. 국가 최고 지도자답게 국민을 위해 나를 내려놓고 냉철하게 대처하면 지금의 위기도 축복이 될 수 있다.

인간은 모든 면에서 불완전한 존재다. 시각(視覺)기관도 전자기파 중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가시광선을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 그저 ‘볼 수 있는 세계’만 보는 것이다. 그러니 나와 다른 존재의 직언과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민심의 바다와 만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길이다.



이하경(lee.ha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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