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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피노체트 군부 헌법' 개정 좌절…국민투표 부결(종합)

찬성 38.1%·반대 61.9%…국론 분열 속 급격한 변화에 '거부감' 보리치 대통령 "국민 목소리 겸허히 듣자"…개헌은 지속 추진 의지

칠레 '피노체트 군부 헌법' 개정 좌절…국민투표 부결(종합)
찬성 38.1%·반대 61.9%…국론 분열 속 급격한 변화에 '거부감'
보리치 대통령 "국민 목소리 겸허히 듣자"…개헌은 지속 추진 의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군부 독재 시절에 제정된 헌법을 뜯어고치려던 남미 칠레의 계획이 국민투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칠레 선거관리국(Servicio Electoral)은 4일(현지시간) 개헌 찬반 국민투표 개표 결과 찬성 38.1%(, 반대 61.9%(개표율 99.9%)로 각각 집계됐다고 밝혔다.
과반 찬성이 필요했던 개헌안은 이로써 부결됐다.



현행 칠레 헌법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정권(1973∼1990년) 시절인 지난 1980년 제정됐다. 이후 몇 차례 개정은 됐지만 그 근간은 유지됐다.
그간 해묵은 헌법을 갈아 치우자는 사회적 요구는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2019년 10월 불평등한 경제·사회 구조를 개선하자고 촉구하는 시위를 시작으로 개헌 목소리가 커졌다.
이른바 '피노체트 군부 독재 헌법'이 불평등을 조장하고 성별·계층 간 차별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개헌 절차 착수 여부를 묻는 2020년 국민투표에서는 78%가 새 헌법 제정에 찬성하면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후 성비 균형을 맞추고 원주민도 포함한 제헌의회(155명)가 구성돼 초안을 작성한 뒤 정부에 제출했다.



'칠레는 사회·민주적 법치국가다. 칠레는 다민족적이며 상호 문화적, 지역적, 생태적 국가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새 헌법에는 원주민 자결권 확대와 양성평등 의무화 등을 강화하는 내용이 폭넓게 담겨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헌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1개 장 388개 조항으로, 조항 수는 전 세계 헌법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개헌 취지엔 국민적 공감을 얻었디만 일부 조항 표현이 추상적인 데다 '공기업 구성원 남녀 동수', '난민 강제 추방 금지', '자발적 임신중절 보장' 등 충분한 여론 수렴없이 급격한 사회 변화를 사실상 강제하는 내용이 삽입되면서 국론은 분열됐다.
급기야는 투표를 수개월 앞두고 시행된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찬성을 웃돌았고 실제 이날 국민투표 결과도 개헌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그간의 여론 흐름을 그대로 반영했다.



개헌안 부결로 3월 취임한 가브리엘 보리치(36)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는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개헌을 동력으로 사회 전반에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겠다는 게 보리치 대통령의 의지였으나 속도 조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출범 5∼6개월 만에 내각 개편도 예고됐다.
보리치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오늘 결정은 우리 정치인들이 더 많이 대화하고 하나로 단결할 수 있는 제안에 도달할 때까지 더 열심히 일할 것을 요구하라는 뜻"이라며 "민주주의는 더 강해진다.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듣고, 왜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회, 시민사회와 함께 새로운 일정을 수립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약속한다"며 개헌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야당인 독립민주연합 하비에르 마카야 대표는 "이번 결과는 상식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칠레 도심 곳곳에는 개헌 반대파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기를 흔들고 환호했고 개헌을 지지했던 진영은 망연자실한 채 광장 한 편에 모여 있다가 뿔뿔이 흩어졌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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