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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총알에 끄떡없다…한국판 '트랜스포머 로봇' 보니 [김민석 배틀그라운드]


도로나 평지에선 바퀴로 고속으로 주행해 작전지역으로 빠르게 침투한 뒤, 바퀴 이동이 곤란한 산악이나 들판에선 두 발로 서서 걷다가 전투도 벌인다. 공상과학영화나 컴퓨터 게임에 등장하는 트랜스포머 모습이다. 바퀴 4개는 로봇의 무릎과 몸통에 달려있다. 상황에 따라선 차량으로 변신한 트랜스포머에 병사들이 탑승해 신속하게 이동할 수도 있다.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고기동 트랜스포머 로봇이다.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고기동 트랜스포머 로봇은 도로에선 4개의 바퀴로 달리다가 험지가 나오면 두 발로 서서 이동한다. 양쪽에 장착된 기관총과 로켓포로 전투임무도 수행한다. 필요시엔 자동차로도 변신한다.
이 로봇 몸통 좌우에는 기관총과 소구경 로켓포가 장치돼 있다. 강철로 된 몸통은 북한군 AK 소총 정도엔 끄떡없다. 미사일이나 RPG-7과 같은 대전차 무기로 맞춰야 파괴될 수 있지만, 전차(50t 수준) 또는 장갑차보다 덩치가 훨씬 작아 명중하기에 쉽지 않다. 고기동 트랜스포머 로봇의 무게는 200㎏ 정도로서 사람보다 약간 크다.
고기동 트랜스포머 로봇은 지난해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미래도전과제로 선정돼 올해부터 5년 동안 개발한다. 현대로템에 따르면 아직 자세한 제원과 성능은 결정하지 않았지만, 운용시간과 중량을 고려해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최적화할 계획이다.


다족형 로봇
현대로템은 또 다른 트랜스포머로 복합거동 다족형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고기동 트랜스포머 로봇은 다리가 2개이지만, 다족형 로봇은 4개다. 복합거동 다족형 로봇은 차량에 견인해 작전지역에 옮겨진 뒤, 도로에선 2개의 바퀴로 이동하다 도로를 벗어난 험지에선 4개의 다리로 보행한다. 혹시라도 뒤집힐 경우에는 스스로 자세를 바로 잡는다.

복합거동 다족형 로봇은 작전지역까지는 견인돼 두 바퀴로 이동하는데 작전에 투입되면 네 다리로 겉는다.


복합거동 다족형 로봇은 자체 중량이 500㎏인데 물자나 탄약 등을 200㎏까지 적재할 수 있다. 전투로봇이라기보다 수송용이다. 에너지원으로 현재는 배터리를 검토하고 있는데 수소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윤석열 정부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추진 중인 ‘국방혁신 4.0’의 핵심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무인체계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은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의 철 지난 군사력 건설이었다. 그래서 국내 방산업체들은 그동안 국방부의 소요가 없는데도 세계적 추세를 고려해 자구책으로 무인체계 연구개발을 추진해왔다. 그런 대표적인 업체 가운데 하나인 현대로템의 개발현장을 방문해 취재했다. 현대로템은 현대자동차의 무인기술을 무인체계에 응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세계적인 로봇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무인체계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다목적 무인차량 HR-세르파
현대로템이 개발해 육군에서 운용 중인 다목적 무인차량 HR-세르파는 미 육군의 분대 자율형 다목적 수송로봇(SMET)와 흡사하다. 원격 운용은 기본이고, 병사의 뒤를 자동으로 따라가는 종속주행, 일정한 지역 내에서의 자율주행도 가능하다. 이 무인차량의 기본 플랫폼에 기관총과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해 전투에 투입할 수 있고, 감시장치와 드론을 실어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감시능력은 주간 4㎞, 야간 2㎞다. 또 병사나 부상자를 이송할 수 있고, 식량이나 탄약 운반도 가능하다. 화생방 키트를 장착해 화생방 오염 여부를 탐지할 수도 있는 등 다목적용이다.


다목적 무인차량 HR-세르파는 수송과 전투, 감시정찰, 화생방 탐지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병사 뒤를 따라가는 종속주행과 스스로 알아서 목적지로 이동하는 자율주행도 가능하다.

차체 중량은 2t 이하인데 포장된 도로에선 시속 30㎞를, 비포장 길은 시속 15㎞로 달린다. 한번 충전에 25㎞를 이동할 수 있다. 현재 육군의 요구수준이 25㎞이지만 배터리를 더 장착하면 작전거리를 늘릴 수 있다. 31도 경사(60%)의 오르막길을 오를 수 있고, 30㎝ 높이의 장애물도 극복한다. 이런 성능은 현재 육군이 제시한 요구성능을 100% 충족했다고 한다. 특히 전기 구동이어서 소음이 적고 엔진 구동 방식 차량보다 열(적외선)을 덜 내기 때문에 적에게 탐지될 가능성도 낮다. 지난 17일 현대로템의 시험장에서 다목적 무인차량은 40㎝ 높이의 턱을 거뜬하게 넘었다.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도 곧잘 했다.

HR-세르파는 2020년 방위사업청의 2차 신속시범획득사업으로 선정됐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육군에서 시범운용도 완료했다. 현재 육군 전방 사단의 GOP(일반전초)에 2대를 투입해 실전 운용하고 있다. 현대로템 김석환 스마트무인로봇실장은 “진화적 무기체계 개발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며 “AI 기능이 현재는 영상기반을 주로 적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자율적인 전투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무인전투체계에는 센서 융합, AI에 기반한 객체 인식, 경로계획 및 주행제어 등의 자율주행기술이 기반이 된다. 또 차량용 음성 인식과 다관절 로봇의 직관적 제어를 위한 AI 기술,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 기술 등이 핵심 기술이라고 한다.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도 앞으로 군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전망이다. 지난 8월 10일 현대로템이 방사청과 신속연구개발사업 방식으로 처음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2년 안에 시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모양과 기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4족형 로봇인 스팟과 흡사한데 순수한 국내 기술로 연구했다고 한다.


원격·자율형 대테러용 다족보행로봇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은 기본적으로 원격 및 자율형 전투로봇이다. 개발되면 특전사 또는 육군 보병부대에 배치해 대테러작전과 감시정찰, 방역작전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대테러용은 구경 9㎜ 권총과 원격사격통제시스템(RCWS), 비살상무기 발사장치 등을 장착해 임무를 수행한다.


대테러 다족보행 로봇은 적이 침투한 경우 네 다리로 다니면서 감시 및 정찰과 상황에 따라 병사의 통제를 받아 적을 제압하는 임무까지 수행한다.

또 다족보행로봇은 방어작전에서 적의 예상 접근로를 감시하고, 공격작전에선 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투입해 정찰한다. 북한의 무장공비 등에 대한 국지도발작전이 있으면 적이 숨을 가능성이 있는 예상 은거지에 투입해 정찰임무를 할 수도 있다. 정찰활동 중 적을 만나면 로봇이 권총 또는 비살상무기로 적을 제압할 수 있다. 물론 로봇이 적을 제압하는 과정을 아군 병사가 통제한다.


발 대신 바퀴 장착한 DOSS 로봇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과 모양은 유사한데 다리에 발 대신에 바퀴를 장착한 DOSS(Daring Operation in Service and Search)라는 로봇도 개발 중이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7월 미국 연구소 뉴 호라이즌 스튜디오와 함께 개발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DOSS 로봇은 네 바퀴로 신속하게 이동이 가능하고 도로가 아닌 곳에서는 네 다리로 이동할 수 있다. 주로 운반 및 수송용으로 활용한다.

DOSS는 바퀴로 달릴 수도 있고 장애물이 있을 땐 4족 보행으로도 이동한다. 산악지형에서 감시정찰은 물론, 화력지원, 부상자 후송과 물자 수송, 폭발물 탐지 및 제거, 심지어 달 탐사 등 다양한 임무를 할 수 있다.


자율주행·전투하는 무인중전투차량
현대로템이 구상하고 있는 무인중전투차량은 장기적으로 기존의 전차를 보완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 군에선 아직 무인중전투차량에 대한 소요를 내지 않고 있다. 미 육군은 장기적으로 M1A1 전차를 무인전차로 대체할 계획이다. 미 육군은 무인전차를 대(20t)-중(10t)-소형(5t) 등 3가지로 개발했는데 내년부터 2년 동안 무인전차 중대급(14대) 시험운영에 들어간다.

무인 중전투차량은 전차병이 탈 수도 있고 무인으로도 운용이 가능하다. 앞으로 전차를 보완해 다양한 전투임무를 수행할 전망이다.

현대로템의 무인중전투차량은 자율주행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투 상황에 따라 유인 또는 무인을 선택할 수 있다. 동력은 수소연료전지 등 미래형 하이브리드 동력장치를 적용하고, 궤도형 또는 바퀴(차륜)형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취재에서 국내 방산업체들이 혁신적인 무인체계를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군 당국도 미국과 중국 등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무인체계 개발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AI 기반 무인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이번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혁신 4.0에 기대를 걸어본다.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김민석.김은지(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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