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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의혹에 헤매는 기시다…자민당 조사결과 발표도 연기

"정직하게 보고한 자가 벌받아" 당 내부서 불만 "자민당 국회의원 38% 통일교와 접점"…"광고탑으로 이용"

통일교 의혹에 헤매는 기시다…자민당 조사결과 발표도 연기
"정직하게 보고한 자가 벌받아" 당 내부서 불만
"자민당 국회의원 38% 통일교와 접점"…"광고탑으로 이용"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암살 사건으로 촉발된 '통일교 의혹'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집권 자민당 국회의원 3명 중 1명꼴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 측과 관계를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는 일본 유력지의 보도까지 나와 기시다 총리가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됐다.
보도에 따르면 가정연합은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의원까지 자민당을 중심으로 정계 인사와 광범위하게 직·간접적인 연결 고리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 자민당 의원 30∼40% 옛 통일교와 '접점'
아사히신문은 일본 국회의원과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의회 의원, 도도부현 지사를 상대로 가정연합과의 관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단이나 관련 단체와 접점이 있었다고 인정한 이들이 447명에 달했다고 4일 보도했다.
이들 중 국회의원은 150명, 광역의원은 290명이었고 이 가운데 약 80%가 자민당 소속이었다. 지사는 7명이 접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의원 가운데는 자민당 소속이 12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유신회 14명, 입헌민주당 9명, 무소속 4명, 공명당·국민민주당·참정당 각 1명이었다.

자민당 전체 국회의원 381명 가운데 31.4%가 가정연합 측과 접점이 있는 셈이다.
조사 방식이 같진 않지만 교도통신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가정연합 측과 관련 있는 자민당 국회의원은 적어도 146명(38.3%)으로 파악됐다.

◇ 교단 측 행사 참석·축전 보내기도…선거 때 도움받아
아사히의 조사에 응한 이들이 인정한 접점 중 교단이나 관련 단체의 행사에 참석하거나 축사, 축전 발송 등을 한 경우가 434명에 달했다.
행사에 회비를 낸 이들은 74명이었고, 선거 운동원을 파견받는 등 선거 때 지원받은 이들이 41명이었다.
정치자금을 받거나 정치자금 모금용 파티권을 판매한 이들은 23명이었다.
정치인 한 명이 복수의 형태로 관계를 맺은 사례도 있었다.
기시다 내각의 현직 각료 중에는 데라다 미노루 총무상,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 야마기와 다이시로 경제재생담당상 등 3명이 접점을 인정했다.
관련 단체 행사에 메시지를 보내거나 비서를 출석시킨 적이 있다고 밝힌 오카다 나오키 지방창생담당상은 이번 설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 고액판매 '영감상범' 논란…"광고탑으로 이용됐을 우려"
사쿠라이 요시히데 홋카이도대 대학원 교수(종교사회학)는 "이번 조사로 가정연합이 국가 정치에 그치지 않고 지방 정계에도 침투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의 표를 우선해서 교단의 반사회적 실태를 굳이 외면한 의원은 없었을까. (가정연합의) 광고탑으로 이용됐을 우려가 있는 것을 자각하고 경위나 앞으로의 대응을 유권자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연합은 어떤 물건을 사면 악령을 제거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믿게 해서 평범한 물건을 고액에 판매하는 이른바 '영감상법'(靈感商法)으로 일본에서 물의를 일으켰다고 비판받는다.
영감상법 피해자를 대리하는 변호사는 가정연합 측이 권당 3천만엔(약 2억9천만원)으로 값을 매긴 책을 신자 한 명에게 4∼5권이나 팔기도 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고 최근 기자회견에서 주장하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 살해범이 '어머니가 가정연합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범행 동기를 밝힌 것을 계기로 가정연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했다.
이와 관련해 다나카 도미히로 가정연합 일본교회 회장은 '경제적으로 파탄 난 가정에 헌금을 더하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 이상 헌금을 하면 가정이 파탄 나니 그만하라고 한 적이 많다'고 반박했다.

◇ 기시다 내각 지지율 급락…가정연합과의 관계 조사는 난항
일본 주요 언론이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가정연합과 자민당의 관계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27∼28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전월 조사 때보다 10%포인트 떨어진 47%를 기록했다.
지난달 20∼21일 실시된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는 16%포인트 하락한 36%였다.
기시다 총리는 결국 지난달 31일 "자민당 주요 정치인이 해당 단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와 의문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자민당 총재로서 솔직하게 사과드린다"며 가정연합과 관계를 끊겠다고 당의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관계 청산이 잘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자민당은 소속 의원을 상대로 가정연합 등과의 관계를 자체 조사했으나 결과를 예정했던 이달 6일 발표하기 어렵다며 연기했다.
신고서에 기재된 내용이 불충분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연기 이유다.
이와 관련해 마이니치신문은 여러 의원 사무소에서 "정직하게 보고한 자가 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불만이 분출했다고 분위기를 전하고 자진 신고하는 방식의 조사로 전체 양상이 규명될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3일 논평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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