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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몰락 볼 것" 친중 재벌 달라졌다, 대만 1331억 기부한 사연 [후후월드]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대만 시민권을 되찾아 매우 흥분됩니다. 용감한 대만인들과 함께 중국의 침략에 맞서겠습니다. 대만을 미국처럼 자유와 용기의 땅으로 만들겠습니다."

 대만의 '반도체 대부' 차오싱청 롄화전자 창업자가 지난 1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 입법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로 발급받은 대만 국적의 신분증을 확대한 패널을 들고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새 신분증을 커다랗게 확대한 패널을 들어 보이며 한껏 들뜬 모습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만의 ‘반도체 대부’로 불렸던 롄화전자(UMC) 창업자인 차오싱청(曺興誠·75) 전 회장이다. 롄화전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다. 대만 자유시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차오 전 회장은 지난 1일 오전(현지시간)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입법원에서 ‘국적 회복 기자회견’을 열었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 회견은 주요 TV 채널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대만 국방에 1331억원 기부…11년 만에 국적 회복

차오 전 회장의 기자회견이 이토록 뜨거웠던 이유는, 그가 지난달 5일 "중국 공산당의 본성은 ‘조폭’"이라면서 "대만 국방 강화를 위해 30억 대만달러(약 1331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도발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지난달 초에는 중국이 대만을 포위해 ‘침공 시나리오’ 작전을 펼치는 것을 보고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일각에선 싱가포르인인 그가 갑자기 대만 안보에 관심을 갖는 것에 의문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1년 대만 국적을 버리고 싱가포르에 귀화한 후, 고가의 골동품 수집을 하며 유유자적하는 삶을 살았다. 이에 차오 전 회장은 지난달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반공주의자라고 해놓고 혼자 숨으면 안 된다"며 "싱가포르 국적을 포기하고, 대만 국적을 회복해 대만에서 죽기로 결심했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며칠 만에 공언대로 국적을 회복했고 수 십명의 취재진 앞에서 증명했다.

차오 전 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많은 대만인은 환호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이 어려운 시기에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조국 수호를 위해 많은 돈을 기부하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다’ 등 찬사가 쏟아졌다. 반면 ‘11년 전에는 국적을 포기하더니 왜 이제 와서 이러나’,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 등 달가워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차오 전 회장이 한때 유명한 ‘친중(親中)’ 인사로 꼽혔던 사실도 이 같은 의구심을 더했다.


자산 13조원 ‘반도체 대부’→ 친중 인사로 미운털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롄화전자 실험실 내부 모습. 사진 롄화전자 홈페이지

차오 전 회장은 1947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돌 무렵 그의 부모가 대만 타이중으로 건너왔다. 그는 1969년 최고 명문대인 국립대만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후, 1976년 미국에서 반도체 기술을 배우고 돌아왔다. 그리고 1982년 롄화전자를 세워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으로 키웠다. 자산 27억 달러(약 13조6000억원)를 벌어 대만의 부자 50인에 뽑히는 ‘반도체 재벌’이 됐다.

탄탄대로였던 그의 삶은 1990년대 중국에 진출해 본토 기업인 허젠테크놀로지와 손을 잡으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2005년 허젠테크놀로지에 기술을 불법 제공한 혐의 등으로 대만 당국 조사를 받았다. 결국 이 여파로 2006년 초 회장직에서 물러나더니 친중 발언을 쏟아냈다. 2008년 한 신문에 "대만은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해선 안 되고, 통일을 위한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글을 실어 논란이 됐다. 결국 친중 행보 여파로 싱가포르로 귀화했다는 분석이 많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보고 ‘반(反)공산당’ 선언

홍콩 경찰이 지난 2019년 7월 몽콕 근처의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나탄 로드에서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무력을 행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랬던 차오 전 회장이 왜 ‘반중(反中)’을 외치게 된 걸까. 대만 유력 시사·경제지 천하잡지에 따르면 차오 전 회장은 2019년 홍콩에 머물면서 민주화 운동을 직접 목격한 후 전향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홍콩 정부가 추진했던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 100만여명이 거리에 나왔고, 민주화 시위로 확대되면서 20개월간 1만여명이 체포됐다. 차오 전 회장은 "시진핑 집권(2013~) 후 중국 공산당은 감추고 있던 잔혹하고 원시적인 모습을 드러냈다"면서 "법이 지배하는 자유사회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분노가 일었고, 반공주의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고백했다.

이후 차오 전 회장은 조금씩 반중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대만이 고대부터 중국의 영토였다는 주장은 헛소리"라고 했고, 2020년에는 "다시 돌아간다면 반도체 사업을 하러 중국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지난 3월에는 "대만 국적인 두 아들은 중국 공산당이 쳐들어오면 반드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탄조끼 입고 "모든 대만인, 中에 저항하도록 도울 것"

차오싱청 롄화전자 창업자가 지난 1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 입법원에서 열린 국적 회복 관련 기자회견에서을 마치고 방탄조끼를 입고 철모를 쓰고 있다. AFP=연합뉴스

차오 전 회장은 지난 1일 국방 강화를 위해 기부한 30억 대만달러 중 10억 대만달러(444억원) 사용 계획도 공개했다. ‘흑곰부대’를 만들어 3년 안에 각 지역을 방어하는 민간인 용사 300만명과 민간인 사격수 3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대만 인구 약 2390만명 중 13% 정도를 무장시키겠다는 뜻이다. 그는 "모든 대만 사람들이 중국의 침략에 저항하겠다는 결심을 하도록 만들고 싶다"고 했다.

차오 전 회장은 지난달부터 방탄조끼를 입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을 향해 과격한 발언을 일삼으면서 언제 어디서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다. 껄껄 웃으면서 "중국 공산당 몰락을 보고 웃으면서 죽든지, 대만이 홍콩처럼 되지 않도록 싸우면서 죽겠다"는 다짐을 보여줬다.

※[후후월드]를 중앙일보 홈페이지(joongang.co.kr)에서 구독하세요. 세계를 움직이는 이슈 속에 주목해야 할 인물을 입체적으로 파헤쳐 드립니다.



박소영(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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