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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그날 떠올라 떨린다" 교통사고뒤 극단선택, 보험금은? [그법알]

[그법알 사건번호 81] 교통사고 ‘우울증’ 후 극단선택, 보험금 지급 대상일까

지난 2017년 9월 오후 10시께 A씨는 운전 중 갑작스레 나타난 고양이를 피하려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말았습니다. 그 충격으로 뇌진탕 등 상해를 입고 약 10일 동안 B병원의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받은 사고. 셔터스톡
약 반년 뒤 A씨의 남편 역시 교통사고로 같은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A씨는 병원에 기거하면서 남편을 돌봤죠. 그리고 불과 약 이틀 뒤 A씨는 여자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활달하고 사교적이던 A씨는 교통사고 이후 병원에서 “눈만 감으면 교통사고 때 갇혀서 안 나오는 느낌이 들고 불이 나는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우울증을 앓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A씨가 ‘교통상해 사망’ 특약 등의 조건으로 가입한 보험사는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습니다. A씨의 우울증은 교통사고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우울증 외에 정신병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자 보험금 수령 대상이던 A씨의 아들은 소송을 냈습니다.

여기서 질문
법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가 교통사고 보험금 지급 대상이라고 봤을까요?

관련 판례는
대법원 판례 하나(2002다564)를 보시겠습니다. 대법원은 “민사 분쟁에 있어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라고 했습니다. 보험 약관상의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였을 때'라는 문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과관계가 반드시 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법원 판단은

1심에서는 숨진 A씨 아들의 손을 들었습니다. 당시 인정된 사실들은 이러합니다. 비가 오던 교통사고 날, A씨는 연기 나는 차 안에서 구조될 때까지 갇혀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차 내에서 갇혀 나오지 못하던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 A씨를 무력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습니다. ‘밤, 비, 밀폐 공간, 차’ 등이 그러했죠. 두통과 불면증, 우울감에 시달리던 A씨는 가족들의 권유로 통원 치료도 받았지만 그사이에도 극단적인 시도를 했고 그때마다 아들이 발견해서 불행한 사태를 막았습니다.

A씨는 통원치료 받던 병원의 의뢰로 B 병원에 아예 입원을 하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진단받았습니다. 당시 약물치료 등의 진료로 상황이 나아져 퇴원하긴 했지만, “비오는 날 몸이 떨린다”는 새로운 증상과 수면 중 이상행동이 있어 재입원도 고려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뜻하지 않은 우연의 일치로 약 10여일 만에 남편이 교통사고로 같은 병원에 입원해 머무르며 남편을 간병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A씨는 극단 선택을 내렸습니다.

1심 법원은 “A씨는 교통사고 전에 정신질환 병력이 없을 뿐 아니라 활달하고 사교적인 성향이었다”며 “A씨 아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2심에서는 판단이 뒤집혔습니다. A씨가 우울증을 겪고 있고, 우울증이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임은 인정됐는데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우울증의 필연적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중앙포토]
과연 대법원은 어떻게 봤을까요.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사건을 되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A씨의 주치의가 A씨의 극단적 선택을 병리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며 “이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쉽게 배척할 수 있는 성질의 증거가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교통사고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주요 우울장애를 앓게 됐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치료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외상의 부정적 경험을 자극할 수 있는 외부적 상황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의 보험금 청구를 모두 배척한 원심 판단에는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법알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김수민(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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