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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 피해자 만난 박진 "책임 갖고 풀겠다"…'의견서'엔 "철회 없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일 광주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만나 “일본과 외교 교섭을 통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강제징용 피해자를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집을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질의응답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피해자 측이 요구하고 있는 '의견서 철회'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법령과 절차에 의해 정당하게 한 것"이라며 "철회는 없다"고 단호하게 답변했다. 뉴스1
"피해자 문제, 조속히 풀겠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광주 광산구에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8) 할아버지를 찾아 “정부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분들의 문제를 최대한 조속히 진정성을 가지고 풀겠다는 아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문제가 잘 풀리고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할아버지는 1943년 1월 일본제철 가마이시제철소에 동원됐고,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일본제철의 후신인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신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1억원씩을 지급하라는 대법원의 결정에 불복하면서 현재 해당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강제로 현금화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박 장관을 만난 이 할아버지는 “보상을 못 받아서 재판했는데 결과만 받았다. 살아있을 때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장관이 신경을 좀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대신해 명절 인사를 하고 싶다”며 이 할아버지에게 큰절을 올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의 광주 광산구 우산동 자택을 방문해 큰절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광주를 찾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만나 외교적 해법 마련을 약속했다. 연합뉴스
대법원 '현금화' 결정 임박
박 장관은 이어 광주 서구의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91) 할머니의 자택도 방문했다.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됐던 양 할머니는 미쓰비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에 대해선 미쓰비시가 자산 현금화에 반발하며 재항고하면서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교부는 지난 7월 26일 대법원에 ‘한·일 양국이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고, 피해자 단체들은 외교부의 의견 제시에 반발하며 강제징용 문제 해법 마련을 위해 출범한 민관협의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이날 피해자들과의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견서 제출 철회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의견서는) 법원 판결에 영향을 주거나 관여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며 “대법원 민사소송 규칙 등 법령과 절차에 의해서 정당하게 한 것으로,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이어 “한ㆍ일 교섭을 통해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조만간 직접 일본을 방문해 하야시 외무상과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2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한 편지. 뉴스1
하야시 "관계 개선 긴밀 협력"
한편 박 장관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난 이날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밝힌 한ㆍ일 관계 개선 의지 등에 대한 환영의 뜻을 밝히며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인 사명을 향해 나갈 때 역사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틀 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강화했을 때 양보와 이해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오 후보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런 상황에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 사건의 주심을 맡아온 김재형 대법관이 이날 퇴임식을 갖고 대법관직에서 물러났다. 김 대법관은 퇴임식을 마친뒤 ‘미쓰비시 관련 결정을 하지 않고 퇴임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김 대법관이 맡아온 사건은 지난달 2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오석준 전 제주지방법원장이 맡게 된다. 그러나 청문회를 마치고도 이날까지 그의 청문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대법원의 업무 공백과 함께 일본 기업들의 자산 현금화 관련 결정도 상당 기간 미뤄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강태화.이경은(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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