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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담대한 구상·전기차 차별 협의했다"는데…美, 언급 안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만났다. 대통령실은 회동 직후 3국의 북핵 대응 공조 등에 대해선 "생산적 협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논의와 관련해선 실질적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만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설리번 보좌관 트위터.
"담대한 구상, 미ㆍ일 환영"
2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회동에서 3국은 "북핵 문제, 한반도와 역내 평화를 위한 3국 공조, 첨단 기술과 공급망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또 "김 실장이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설명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한ㆍ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담대한 구상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북한 비핵화에 상응한 경제적 보상 방안이다.

김 실장은 회동이 끝난뒤 기자들과 만나 "담대한 구상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전적으로 공감했다"며 "북한이 앞으로 담대한 구상을 받아들이도록 미·일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어리석음의 극치"이며 "절대로 상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북한의 핵실험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김 실장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경우 지금까지와 대응이 확실하게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했는데 한 차례 더 한 것에 불과하다는 안이한 생각, 대응은 절대로 안 된다는 데 3국이 의견을 함께했다"며 "국제사회와 더불어 (핵실험은) 분명하게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점을 (북한이) 깨닫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대만 공약 논의"
대통령실이 이번 회동의 주요 성과로 북한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내세웠지만, 백악관 발표 내용엔 담대한 구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미국은 대신 '중국 견제'에 대한 성과를 부각해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 첫머리에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rules based international order)를 수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우회적으로 견제할 때 자주 쓰는 용어다. 백악관은 이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3국 공동의 공약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로 최근 대만을 둘러싼 미ㆍ중 긴장은 날이 갈수록 팽팽해지고 있다.

백악관은 또 "3국은 북한의 계속되는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개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한국과 일본을 향한 동맹으로서의 굳건한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ㆍ미는 이달 중순 4년여만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개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이번 EDSCG에선 추상적인 이야기보다는 구체적인 확장 억제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며 "미ㆍ일 간에도 (확장억제) 논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3자 간 확장억제 논의 기회도 모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3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동을 마치고 호텔로 들어와 취재진과 만난 모습. 뉴스1.
IRA 관련 진전 없어
한편 관심을 모았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논의에도 별다른 진전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최근 미국에서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과학법 관련 한국 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미 국가안보실(NSC) 차원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 보도자료에선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김 실장은 IRA 관련 논의 내용을 묻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집에 돌아가서 모두 IRA를 숙독해보자'고 했다"고 답했다. 이미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법안이 발효돼 현대차 등 한국산 전기차가 대당 최대 1000만원의 보조금을 잃게 됐는데, 이제 와서 미국 측이 "법안을 들여다보겠다"고 말한 걸 김 실장이 회동 성과로 내세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NSC 차원에서도 살펴보겠다"는 것은 한국의 문제 제기에 대해 미측 카운터파트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반응이라는 지적이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IRA는 자유주의 국가 간 공급망 문제를 어떻게 재정립할지에 대한 전략적 방향성을 담은 것"이라는 미국 측의 주장을 전했다.

김 실장은 전날에도 설리번 보좌관과 양자 회담 뒤 "(설리번 보좌관이) 'IRA가 한국 입장에서 마이너스보다 플러스가 많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측이 여전히 "IRA가 총체적으로는 한국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는 건 지난 보름 간 각급에서 대미 설득전을 펼친 정부가 IRA가 한국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파장을 제대로 인식시키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인도·태평양 사령부에서 취재진과 만난 모습. 뉴스1.
늑장 대응에 해결 난망
현재 정부는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돼야 한다"는 IRA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을 "북미 지역에 더해 '미국과 양자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국가'에서 최종 조립돼야 한다"는 식으로 허용 범위를 확대해 달라고 미측을 설득 중이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주요국 중 미국과 FTA를 맺고 있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 뿐이다.

다만 이는 법에 명시된 문구 자체를 손대는 일로 미국 측이 법안 개정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 정치적 고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는 11월 중간선거 이후를 기약하면서도 "미국의 동맹ㆍ우방 중 한국만 유독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장기적으로는 동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2일 외교부 차원의 대책 회의를 열고 "지난달 29일부터 사흘동안의 정부 합동대표단 방미 결과와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박현주(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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