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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 바꿔먹은 '삼성 농성' 불편한 진실, 모두 알면서 침묵했다 [김경율의 댓글 읽어드립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나는 고발한다' 필진이 자신의 칼럼에 달린 댓글을 직접 읽고 생각을 나누는 콘텐트인 '나는 고발한다 번외편-댓글 읽어드립니다'를 비정기적으로 내보냅니다. 오늘은 참여연대 출신 회계사이자 시민단체 활동가인 김경율 회계사가 주인공입니다. 김 회계사가 쓴 '고공농성이란 돈벌이...'삼성에 승리했다'는 2년전 그날 부끄럽다' 칼럼에 달린 댓글에 그가 직접 답변해드립니다.

김경율 회계사는 지난 2020년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씨 측이 다른 해고 노동자를 배제하고 삼성으로부터 협상금을 독식한 비상식적 협상을 벌인 데 대해 "온갖 의혹을 덮고 침묵을 택한 당시의 선택이 부끄럽다"고 말했습니다. 김용희씨는 지난 1991년 삼성에서 해고당한 이후 20여 년 동안 복직 투쟁을 벌이다 2019년 서울 강남역 CCTV 철탑 위로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김씨는 1년 만에 삼성으로부터 '보통 사람은 꿈도 못 꿀 상당한 보상금'을 받았는데요. 김 회계사는 "김씨 측 자료를 보고 의문이 생겨 협상팀에 물었지만 '대의 앞에서 그게 무슨 대수냐'는 답을 들었다"며 "이 협상은 명분도 과정도 모두 잘못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회계사는 "나도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에 분노하지만, 과연 정당과 시민단체가 이런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파업에 동조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경율은 자본 편이라 노동자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독자도 있는 한편, "파업을 일삼아 돈 뜯어가는 노동자가 약자냐"고 묻는 독자도 있었습니다. 김 회계사의 생각은 어떨까요?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Q : 김 회계사님, 과거에는 왜 고공 노동자 입장에서 협상을 수행했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때는 옳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lsim***)
A : 김용희씨가 옳다, 라기보다는 김씨 주장을 일단 받아들였고 사람은 살리고 봐야겠다고 생각한 거였죠. 그런데 자료를 보니 의심스러운 부분이 좀 있었어요. 삼성의 해고 사유는 김씨의 성폭행이었고, 김씨는 조작이라 주장한 거죠. 그런데 김씨 측에서 성폭행 주장을 부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를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Q : 노동자의 절박한 투쟁이 진실이 왜곡되어 활동가라고 내세운 사람의 글로 폄하한다면 김경율씨는 자본 편입니다! (pmh7***)
A : 이런 시각이 매우 위험하다고 봅니다. 막무가내식 투쟁은 분명 지양돼야 합니다, 이런 투쟁이 누구를 위한 건지 모르겠어요. 노골적으로 말씀드리면 장기적으로는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에 훨씬 더 유리한 결과만을 초래할 수밖에 없거든요. 이와 같은 시각이 만연한 한, 진보 진영의 미래도 없다고 단정 짓고 싶네요.


Q : 을매나 괴로우면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고공농성을 할까요? 배부른 경영자들을 편들어 주는 기사들만 보여 주네요. (elde***)
A : 오로지 본인 주장 관철을 위한 막무가내 농성에는 절대 동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진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제발 사건의 실상을 들여다보는 시각을 갖추면 좋겠어요. 삼성 측에서는 '과거에 비슷한 방식으로 금전적 편익을 제공했다'고 주장했고, 김용희씨 측에서는 '받은 바 없다'고 했죠. 그런데 김씨 측 자료를 봐도 과거에 '협상 타결'이라는 문구가 있거든요. 그 당시에도 김씨 측은 금전적 요구를 했으니 '협상 타결'은 금전을 주고받았다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Q : 30% 인상 요구하니까 그나마 4.5% 인상된 거지. (wonj***)
A :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는 4.5% 인상안을 압도적으로 지지했습니다. '30% 인상' 구호는 대체 누구를 위한 거였는지 의문이에요. 뙤약볕 내리쬐는 현장에서 점거 농성하는 분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 투쟁을 질질 끌면서 결국 파국으로 치닫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위한 것인지 말입니다. 20년 경력에 달하는 용접 노동자의 시급이 1만원 안팎밖에 되지 않는 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그들의 입장을 어떤 수단으로 관철할지는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평균 연봉 1억을 넘는, 그러면서도 무소불위의 파업과 불법 농성을 일삼는 그들이 약자인가? (yain***)
A : OECD 평균과 견줘도 우리나라는 양극화가 심합니다. 노동 계급 내에서도요. 민주노총 소속인 상당수 대기업 노동자는 임금 상위 10% 안에 드는 상층일 겁니다. 그렇게 본다면 노동과 자본,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각자의 이해관계 속에서 움직이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Q : 대부분의 국민은 일부 양아치들의 파업 목적과 내용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도 정치가 개입되어 국민들의 찬반으로 갈라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kimt***)
A :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제가 이 글에서 실명을 거론하기까지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는데요. 노동계 인사, 진보 진영 활동가들은 사실 김용희씨 사건을 다 알고 있어요. 이 사안을 맡으면서 여러 곳에 전화했을 때도 다들 "형, 그거 이상해요" 또는 "그래서 저희는 빠진 거예요"와 같은 말을 하는 거예요. 의아한 건, 모두 이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는 거죠. 사실 몇몇 분은 협상 타결 이후 페이스북에 '이 사안은 잘못됐다'고 알리기도 했는데 별로 퍼지지 않았습니다. 다들 덮기 급급했죠. 아마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권과 자산을 위해서 한 행동이지 않았을까요? 그런 분들은 제 글이 상당히 불편하실 겁니다.

김경율의 원 픽(PICK)
민족, 계급, 그리고 이데올로기, 진영이라는 프레임으로 움직이는 사람들한테 도덕과 양심 그리고 합리성이란 그저 엿 바꿔먹는 치장품에 불과하다.(evel***)

이분들(일부 투쟁 노동자)은 도덕과 양심·진실을 버리고서 민족·계급·이데올로기로 뭉친 자기 진영만을 옹호하는, 즉 선후가 바뀐 태도를 보이는데요. 우리 사회가 여러 경제적 지표 측면에서는 OECD 내에서도 상위권인데, 정신적으로 근대화조차 되었는지는 의문입니다. 근대화 핵심은 결국 ‘나’라는 주체성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인데 자꾸 내 생각이 아닌 진영의 이익을 따라 움직이는 걸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김경율(c_proje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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