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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의 뇌종양 '교아종', 굶겨 죽이는 '역발상' 치료법 개발

성상교세포의 '콜레스테롤 공장' 봉쇄→ 며칠 만에 종양 사라져 생쥐ㆍ종양 세포 테스트 모두 확인, 재발 억제 효과도 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진, 저널 '브레인'에 논문

불치의 뇌종양 '교아종', 굶겨 죽이는 '역발상' 치료법 개발
성상교세포의 '콜레스테롤 공장' 봉쇄→ 며칠 만에 종양 사라져
생쥐ㆍ종양 세포 테스트 모두 확인, 재발 억제 효과도 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진, 저널 '브레인'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경교아종(약칭 교아종)은 성인에게 흔한 악성 뇌종양이다.
뇌 조직에 잘 퍼지는 교아종(Glioblastoma)은 외과 수술로 절제할 수 없고 약물 치료에도 강한 내성을 보인다.
몇 년 전 타계한 존 매케인 전 미국 상원의원도 교아종으로 오래 투병했다. 현재 교아종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
그런데 교아종을 빠르게 제거할 뿐 아니라 재발까지 막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개발됐다.
중추신경계의 주요 지지세포(supporting cell)인 성상교세포를 종양 주변에서 제거하는 게 핵심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교아종은 성상교세포가 공급하는 콜레스테롤로부터 에너지를 조달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성상교세포를 제거하는 건 종양에 대한 영양 공급을 끊어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일(현지 시각) 저널 '브레인'(Brain)에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뇌종양 세포를 접어둔 채 그 주변을 눈여겨봤다.
이런 '역발상 접근'을 통해 교아종의 성장과 생존을 돕는 두 가지 메커니즘을 종양 미세환경에서 찾아냈다.
첫째는 면역계의 공격으로부터 종양을 보호하는 것이고, 둘째는 종양의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들 두 메커니즘을 모두 제어하는 게 바로 성상교세포였다.
약 200년 전에 발견된 성상교세포의 주 임무는 뇌가 정상 기능을 하게 돕는 것이다.
뇌에 위험한 물질이나 병원체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관리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연구가 이뤄지면서 그동안 몰랐던 성상교세포의 기능도 하나둘 밝혀졌다.
성상교세포가 다양한 뇌 질환의 호전 또는 악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번 연구는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됐다.
교아종 생쥐 모델의 뇌에서 활성화한 성상교세포가 종양을 둘러싸고 있는 걸 관찰한 것이다.
예상한 대로 이런 생쥐는 4∼5주 이내에 모두 죽었다.
하지만 성상교세포를 제거하자 한 마리도 예외 없이 며칠 만에 종양이 다 사라졌다.
이런 생쥐는 또 성상교세포를 없애는 치료를 중단해도 대부분 재발하지 않고 살아남았다.
뇌의 정상 기능을 보조해야 하는 성상교세포가 악성 종양의 성장을 돕는 '배신자'로 변한 셈이다.
연구팀은 건강한 뇌 조직과 교아종 주변 미세환경의 성상교세포를 각각 분리해 유전자 발현을 비교 분석했다.
여기서 두 가지 차이점이 드러났다.
우선, 교아종 덩어리에서 약 40%를 차지하는 면역 세포의 반응이 달라졌다.
대식세포(macrophages)를 필두로 한 이들 면역세포는 순환 혈액으로부터 오거나 성상교세포의 호출 신호를 받고 뇌의 다른 영역에서 달려온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면역세포가 종양 근처에 도달하면 성상교세포의 태도가 돌변해, 공격을 독려하는 게 아니라 말리는 쪽에 섰다.
성상교세포는 또 면역세포의 공격력이 떨어지게 했고, 이것이 종양을 보호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성상교세포는 또 콜레스테롤을 더 많이 만들어, 정신없이 분열하는 교아종에 넉넉히 공급했다.
교아종엔 뇌 안에서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이 꼭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뇌의 뉴런(신경세포) 등에 에너지를 대 주는 성상교세포의 '콜레스테롤 공장'이 유일한 공급원일 수밖에 없다. 뇌가 아닌 다른 기관이라면 혈액 쪽을 기대할 수 있지만, 뇌에선 이 루트가 혈뇌장벽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성상교세포의 유전체에서 유력한 치료 표적을 찾아냈다.
성상교세포가 만들어내는 'ABCA1'이라는 콜레스테롤을 종양에 운반하는 특정 단백질이 그것이다.
이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게 종양 주변 성상교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하자 단 며칠 만에 종양이 굶어 죽었다.
과학자들이 세운 '굶겨 죽이기 가설'(starvation hypothesis)은 교아종 환자에게서 채취한 종양 세포 샘플에서도 입증됐다.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리오르 메이요 박사는 "뇌 질환 치료에서 혈뇌장벽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됐다"라면서 "교아종이 뇌에서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건 모두 혈뇌장벽 덕분"이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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