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서경호의 직격인터뷰] “규제는 감춰진 세금...규제 혁신하면 감세 효과”

서경호 논설위원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했다. 국무총리실 산하의 민관 합동 기구로 행정부에서 만드는 모든 규제를 미리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예산실의 예산관리처럼 규제개혁이 정부의 상설기능이 됐다. ‘시스템에 의한 규제 개혁’이라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종석 민간 규제개혁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베스트셀러 경제학 교과서인 『맨큐의 경제학』을 프린스턴대 동문이자 매제인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와 함께 공동번역했다. 김상선 기자

규개위는 행정규제기본법에 근거한 법정 기구다. 위원장은 총리와 민간위원장이 공동으로 맡는다. 최근 민간 규제개혁위원장에 임명된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전 국회의원, 전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를 지난달 29일 만났다. 김 위원장은 한국규제학회 회장을 지냈고, ‘규제’라는 이름이 붙은 이런저런 정부 부처의 위원회에 단골로 참여했다. 특이하게도 김대중·노무현·박근혜 정부에서 세 차례나 민간 규제개혁위원을 맡았다.

규제개혁위에 네 번째 참여 기록
-국회의원은 초선에 그쳤는데, 규개위원은 이번까지 ‘4선’이다.
“그런 셈이다.(웃음) 노무현 정부 때는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돼 직무정지 중이어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총리)이 임명했다. ‘행정의 달인’ 고건 총리한테 많이 배웠다.”

-새 정부의 규제개혁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규제심판제도가 이전 정부와 차별화된 혁신이다. 이해관계자의 어려움을 소관 부처가 수용하지 않으면 규제심판부가 열린다. 공무원이 규제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 소관 부처가 규제심판부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규개위로 올라간다.”

-근데 규제심판부 1호 사건인 대형마트 의무휴무제 심판이 연기됐다.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가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건 아니다. 해결책이 나올 거다. 흑백논리로 푼다, 안 푼다의 문제가 아니라 대화와 소통을 통해 양자에게 모두 이로운 결과가 될 것이다. 규제개혁에는 대통령 지지도가 중요하다. 대통령 지지도가 낮으면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데 거래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대형마트 의무휴무제 해결책 나올 것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봇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톱 밑 가시’처럼, 윤석열 대통령도 규제를 기업의 ‘모래주머니’라고 비판했다. 모두 당선인 시절 나온 표현이다. 정권 초기엔 기세등등하게 규제개혁을 시작하는데 왜 항상 흐지부지되나.
“대통령과 총리는 규제개혁만 하는 분들이 아니다. 다른 국정 현안이 발생하면 규제개혁은 관심권에서 멀어진다. 전임 정부에서 항상 그랬다. 규제개혁은 일과성 개혁이 아니다. 규제라는 저수지의 수질 관리 기능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정권 마지막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규제를 24시간 감시하는 규제 전담부서가 탄탄해야 한다. 현재 규제개혁만을 본업으로 삼는 최고위직은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고위공무원단 가급)이다. 1급이 아니라 차관급 정도로 직급을 올려서 ‘규제개혁의 차르’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 백악관 소속 예산관리국(OMB)처럼 우리도 규제개혁 전담기구를 강화될 필요가 있다.”

-공무원 조직을 늘리자는 얘기인가.
“정부 조직을 효율화하고 생산성을 높이자는 거니 정부의 비대화로 볼 건 아니다. 청소하기 위해 청소도구를 사는 건 낭비가 아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기획재정부 주도로 출범한 정부의 경제 규제혁신 TF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함께 공동 팀장을 맡았다. 한 달 만에 규제개혁위원장이 되면서 물러났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가 후임 TF 공동팀장이 됐다.
김종석 규제개혁위원장이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세금은 국회가 감시, 규제는 통제 안 돼
-TF 첫 회의에서 ‘규제는 감춰진 세금’이라는 말을 했던데.
“간단한 한 줄짜리 규제라도 규제받는 국민 입장에선 돈과 시간, 노력이 들어간다. 사실상의 세금이다. 세금은 그래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감시하는데, 규제는 공무원 맘대로 절차를 만들어서 집행하니 통제가 안 된다. 국민과 기업의 규제 준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감세 효과를 낼 수 있다. 재정·통화정책은 쓸 만큼 썼다. 규제혁신으로 기업환경이 개선되면 투자와 일자리가 늘고 경제가 활성화한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규제로 인한 비용 상승요인을 없애면 물가 안정에도 도움된다. 이런 점에서 규제혁신은 황금총알(묘방)이다.”

-규제개혁은 기업 민원 해결과 다르다고 했다.
“고비용 저효율 정부규제를 개선하는 것이지, 단순히 기업 민원을 들어주는 게 아니다. 과거엔 경제단체 요구사항을 받아 규제하는 사람이 수용 여부를 결정하고 시혜적 조치를 내리는 상향식 읍소형이었다. 규제 개혁은 시스템 재설계인데, 민원 해결 식으로 하니까 규제개혁이 기업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기업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소비자와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규제혁신을 오해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도 상향식이다.
“그래서 반대했다. 그동안 안 해주던 부처가 허용하겠나. 이해상충이다. 샌드박스를 허용할지 판단은 규제권자가 아닌 곳, 이를테면 총리실 같은 데서 해야 한다.”

성급하게 나온 서울시 반지하 대책
-2020년 12월 ‘규제연구’에 실린 논문 ‘규제개혁 30년: 평가와 과제’에서 ‘한국 규제 문제의 본질은 양보다 질의 문제’라고 썼다.
“한국에서 규제 때문에 기업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건 규제가 많아서가 아니라 규제의 품질이 나빠서다. 불량규제가 많다. 법령에 근거하지 않는 규제와 행정 간섭이 많다. 규제의 절차와 기준이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규제가 불투명한 탓에 공무원의 재량권이 많다. 그러니 한국 관청에선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그래서 규제개혁을 체감하기 힘든 건가.

“규제개혁 한다고 하지만 숫자 줄이기에만 집중했다. 규제 내용과 집행에서 불량 저질규제는 남아있고 계속 생기는데 말이다. 이런 게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되는 일은 확실히 되고, 안 되는 일은 절대로 안 되도록 하는 게 기업을 돕는 일이다. 기준과 절차를 현실화해서 지킬 수 있게 만들되, 위반시 철저하게 처벌하는 게 좋다. 무슨 일만 터지면 무조건 빨리 대책을 요구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언론도 비현실적 규제와 저질 규제 양산에 책임이 있다. 최근 서울시의 반지하 대책이 그렇다. 그게 하루 이틀에 나올 대책인가.”

-수도권 입지 규제 같은 덩어리 규제를 해결 못 하는 것도 문제다.
“원칙 금지, 예외 허용 식의 규제는 바뀌어야 한다. 수도권 입지규제와 관광·의료·교육 등 서비스 산업에 대한 사전적 규제, 우버택시와 에어비앤비 등 플랫폼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의 진화로 생겨난 신산업 규제도 마찬가지다. 현행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불법화했다. 근로자 파견업종 규제도 되는 일만 나열하고 규정에 없으면 원칙적으로 금지다. 민간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억제되고 하향평준화를 초래한다. 소수의 잠재적 범법자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국민이 단체기합을 받는 셈이다.”


-수도권 규제는 국가균형발전 정책과도 관련 있다.
“정책 목표를 훼손하자는 게 아니다. 모든 규제는 나름대로 정당한 공익적 목적이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바뀌고 시장도 진화하기 때문에 수단의 적정성은 검토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는지, 반드시 규제로 해야 하는지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김종석 규제개혁위원장이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낮은 준수율은 규제 만든 관료 책임
-규제의 준수율이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많은 규제가 비현실적인 기준과 절차를 요구하고 있거나 아예 집행할 의사와 능력도 없으면서 명분과 당위론만으로 도입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나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그렇다. 최저임금이 대표적인 비현실 규제다.(최저임금 대상자 가운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지난해 321만5000명, 전체 근로자의 15.3%에 달했다) 준수율이 낮으면 제도 도입 취지가 퇴색돼 사실상 무규제 상태가 된다. 법 지키는 사람이 바보가 된다. 한국은 준법투쟁이 가능한 나라다. 지킬 수 없는 규제를 만들어 놓고 국민을 탓한다. 낮은 준수율은 규제 생산자인 공무원 책임이다.”

-신고제인데 신고를 받지 않는 식으로 규제하는 경우도 있다.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꾸고 등록제는 신고제로 바꾸면 그게 규제완화라고 했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신고제로 바꿔놓고 신고 수리 안 하면 허가제 아닌가. 같은 규제라도 불확실성을 제거하면 지키기 편하다. 운전면허를 등록제나 신고제로 바꾸자고는 아무도 안 한다. 면허기준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허가제가 아니라 허가제보다 더 심한 규제라도 그런 건 양질의 규제다.”


-규제개혁위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규제 개혁이 겉돌고 있다고 비판했던데.
“정치인과 관료조직의 집단 이기주의가 문제다. 의원입법이나 국회에 올라온 법안들을 보면 규제만능주의와 계획 관치경제의 백화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부 부처는 규제개혁위의 사전심의를 피하기 위해 의원 청부입법으로 우회하기도 하다. 위원회 소속 공무원들의 인력 부족과 전문성 부족도 지적해야겠다.”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6년 중요 규제를 포함하는 의원 입법을 할 때 국회입법조사처 등이 작성한 규제영향분석서를 첨부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폐기됐다. 그는 “규제개혁은 이념이나 진영의 논리가 아니다”며 “불량규제의 80~90%는 의원 입법에서 나온다. 여야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라도 규제영향 분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석 위원장=1955년 서울 출생.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거쳐 1991년부터 홍익대 경영대 교수를 지냈고, 2007년부터 2년간 한국경제연구원장을 맡았다. 2015년 당시 새누리당(지금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정치에 입문, 20대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무위 야당 간사를 맡았다.


김종석 규제개혁위원장이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서경호(praxis@joongang.co.kr)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