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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빵이 부른 패싸움 살인…"난 운전만 했다" 20년 도망자 최후 [그법알]

[그법알 사건번호 80] 살인 현장의 공범, 이후 20년 도망자…저도 살인범인가요?

경남 통영 시내 조직폭력배를 따라다니던 만 18세 소년 이모씨.

이 씨의 조직은 통영의 반대쪽 폭력 조직과 골이 몹시 깊었습니다. ‘저쪽이 계속해서 우리를 무시한다’는 데서 비롯된 적개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양쪽은 알루미늄 야구방망이와 쇠파이프 등으로 서로 구타하는 것은 물론이고, 식칼과 쇠파이프 등을 들고 집단으로 때리다가 심하게 다쳐 한쪽이 구속되는 사건까지 빚어졌습니다.

조폭 이미지. 중앙포토·뉴스1

한일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 7월 어느 날. 양측은 ‘옷 좀 단정하게 입으라’는 아주 사소한 말로 시비가 붙었습니다. 상대편 조직폭력배원이 이들의 어깨를 밀치는 등의 가벼운 실랑이로도 이어졌죠.

옷매무새가 촉발시킨 이 시비. 어깨빵으로 시작된 다툼은 급기야 살인 사건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이 씨 등은 상대편 조직원을 살해하기로 짜고 준비된 승용차에 알루미늄 야구방망이와 식칼 등 흉기를 실었습니다. 승용차로 반대편 조직원들을 쫓아간 이들은 야구방망이로 일부 조직원들을 내리치거나 회칼로 찌르는 등의 잔혹한 폭행을 저질렀습니다.

폭행 사건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불과 16세에 불과했던 상대편 조직원 한 명이 패혈성 쇼크로 숨진 것입니다. 또 다른 한 명은 전치 4주의 치료를 요하는 수준으로 다쳤습니다.

당시 이씨는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는데, 범행을 저지르고나서 약 20년 동안이나 도피 생활을 했습니다. 이씨에게 적용된 죄목은 살인과 살인미수. 20년만에 체포돼 재판에 넘겨진 이씨 측은 법정에서 “당시 승용차를 몰았을 뿐 살인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고, 관련자들의 진술에서도 이씨의 주장에 부합하는 정황이 나타났죠.

여기서 질문
살인 사건에 가담했을 뿐, 직접적으로 살인 행위를 벌이지는 않았다는 이씨. 법원은 이씨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법원 판단은
1심은 이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에서는 2년이 깎여 징역 10년이 선고됐죠. 항소심에서 유족들과 합의한 점 등이 반영됐습니다. 그리고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이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0년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습니다.

법원 역시 이씨의 주장처럼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폭력을 가하진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살인죄의 양형 조건에는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진 셔터스톡

살인죄에서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이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됩니다.

공범 관계 역시 비슷합니다. “사전에 치밀한 범행계획을 공모할 필요까지는 없으며 공범자 각자가 공범자들이 서로 관련된 행위를 나눠맡는다는 이해가 있으면 된다”는게 대법원 판례입니다.

이에 원심에서는 이씨를 두고 “공범들 가운데 최연장자로 차량을 운전해 피해자들이 있는 장소에 공범들을 데려온 후 사건이 종료될 무렵 공범들을 도피시키는 등 이 사건 범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며 “폭력 범죄로 인한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 중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이 사건 범행 이후 약 20년에 가까운 기간을 도피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유족과 합의해 유족 역시 선처를 바라는 점, 범행 당시 만 18세의 소년이었던 점,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직접 폭력을 가하지는 않았다는 점, 범행 이후 가정을 꾸려 아내와 두 자녀 등 부양하여야 할 가족이 있고, 직장에 근무하고 있으며, 다수의 지인과 친지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비교적 분명한 점 등이 양형에 반영됐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형을 확정지었습니다.

그법알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김수민(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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