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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3년 콜 공유 보류해달라"...대낮 거리 나선 대리운전 사장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 본사 앞에서 티맵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시장확장 철회와 SK 본사의 중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리운전 업체 관계자 30여 명이 1일 머리띠를 매고 SK그룹의 티맵모빌리티(이하 티맵)가 있는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 앞에 모여들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 소속인 이들은 “티맵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된 전화 콜 시장에 우회적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생 공존’이라고 적힌 붉은색 머리띠를 맨 참석자들은 “SK 티맵은 대리운전 철수하라” “대기업은 대기업답게” 등 구호를 외쳤다.


갈등은 지난 6월 국내 1위 콜 중개 업체 ‘로지소프트’의 지분 100%를 547억원에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대리운전 호출 방식은 ‘전화 콜’과 카카오와 티맵 등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한 ‘앱 콜’로 나뉘는데 여전히 대리운전의 80% 이상은 전화 콜로 중개된다는 게 업계(대리운전연합) 추산이다. 지난 5월 동반성장위원회는 대리운전 전화 콜 시장에 대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의 해당 시장 진출을 3년간 제한하면서 관련 업체 인수 등 확장 자제를 요청했다.

문제는 티맵이 인수한 ‘로지소프트’가 대리기사와 손님 간의 전화 콜을 중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회사라는 점이다. 중개 업체는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전화를 건 손님의 '콜'을 업체로부터 받아, 이를 손님과 가까운 대리운전 기사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대리운전연합에 따르면 로지소프트는 전체 콜의 약 70%를 중개하고 있는 업체다.

대리운전 업체들은 티맵이 동반성장위 결정을 우회해 사실상 전화 콜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티맵은 지난 달부터 업체로부터 로지소프트가 받은 전화 콜을 티맵 기사들에게 공유해주는 '콜 공유'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이 전화 콜 시장 진출을 제한한 동반성장위 결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티맵의 경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2위 중개 업체인 '콜마너'를 인수하고 같은 방식으로 전화 기반 호출 시장에 진출했다. 대리운전연합은 "당시에는 힘이 없어 막지 못했던 것"이라며 결사 반대에 나섰다. 하지만 동반성장위가 지난 7월 “티맵의 로지소프트 인수 건은 대기업의 사업 확장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자, 대리운전연합 등은 지난달부터 집단행동에 나섰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 본사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티맵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시장확장 철회와 SK 본사의 중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리운전 업체들은 티맵에 최소 3년간 콜 공유를 보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장유진 대리운전연합 회장은 “(올해부터) 대리운전 기사 고용보험 가입으로 투잡이 힘들어지면서 대리운전 기사가 30% 이상 감소했다”며 “접수 콜 처리가 힘든 상황에서 대리운전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들어 시장을 낭떠러지로 몰고 있다”고 했다.

집회에 참석한 대리운전 업체 직원 A씨(49)씨는 "카카오 등이 들어오면서 콜이 많이 뺏겼다. 일상을 회복한 수준이 됐는데도 (코로나19) 이전의 1/3밖에 콜이 안 들어온다"며 "대기업이 시장을 잠식하게 되면 이 업체들의 결정에 기사도 손님도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포천에서 23년째 대리운전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B씨(59)는 "카카오가 들어오고 매출이 약 40% 줄었다. (로지소프트 인수로) 40%는 더 줄어들 거라 본다"며 "대리운전 업체들 보고 죽으라는 소리"라고 했다.

대리운전 기사들도 가세했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대리운전 기사 단체 한국플랫폼운전자노동조합 이상국 위원장은 "로지소프트 인수하면서 (로지소프트가) 대리운전 기사에 행하던 각종 갑질을 전혀 쇄신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리운전 기사들에 따르면 로지소프트는 자사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기사들로 하여금 특정 시간대에 일정 콜 이상을 의무적으로 수행하게 하고, 이를 거절하면 콜이 적게 들어오는 등 불이익을 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20여년 동안 대리운전 기사와 소상공인이 일궈왔던 대리운전 시장을 낼름 잡아먹고 있다. 경쟁업체를 돈으로 사서 잡아먹고 있는 게 정당한 방법이냐"고 했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 본사 앞에서 티맵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시장확장 철회와 SK 본사의 중재를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마친 뒤 SK 본사와 티맵모빌리티 관계자에게 결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티맵 측은 “로지소프트는 대리운전업이 아닌 인터넷전자상거래업이 주업인 회사로 중소기업적합업종 신청 품목과 무관하며 동반성장위 권고와도 관계가 없다”며 “로지소프트를 통해 모바일 플랫폼 기반 대리운전 서비스 고도화 및 탁송, 주간 동행 서비스 등 신규 사업 개발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승객·기사에 더욱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기존 로지소프트에 대한 현장의 불만은 현업 대리기사님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반적으로 점검 및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병준(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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