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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 수혈 급한 러…자국민 징병 대신 "우크라인들, 입대하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부족한 병력을 수혈하기 위해 자국민 징집 대신, 지원병을 모집하고 우크라이나 점령지 주민에게 복무를 압박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징집을 할 경우, 자칫 반전 여론 등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징집병들이 지난 6월 러시아 옴스크에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민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규모 징집을 꺼리고 평시 전력으로만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법적으로 18~27세 남성을 징집해 1년간 의무 복무를 시키는데, 이들조차 우크라이나로 보내지 않고 최전선은 친(親)러 의용군으로 채우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현역 군인을 13만7000명 늘려 전투 가용 인원을 내년 1월부터 115만 명으로 확대하는 법안에 서명했지만, 구체적인 병력 충원 방식은 명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7개월째 접어든 상황에서 러시아가 병력 증원에 나선 것은 러시아가 고전 중이라는 강력한 증거라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사망자와 부상자를 포함해 최대 8만 명의 병력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NYT는 이미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수적 열세에 놓였다고 전했다. 추가 병력 투입이 더딘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 징집 대상 연령대 남성의 출국을 금지하고 군의 필요에 따라 병력을 수시로 뽑아 보강 중이다. 친 푸틴 성향의 통합러시아당 소속 알렉산드르 보로다이 국가두마(하원) 의원은 “적군이 우리보다 숫자가 많다는 사실이 전쟁을 지연시키고 피해 규모를 키우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수적 열세를 극복하려면 30만~50만 명 가량 추가 징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거리의 광고판에 러시아 군인 이미지와 "러시아 영웅들에게 영광을"이라는 글귀가 게재됐다. AFP=연합뉴스

NYT는 러시아가 2차 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지상전을 일으켜놓고 징집을 회피하는 것에 대해 “푸틴의 권력 한계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헤르손 등 남부 전선에서 밀려나고, 크림반도 공습이 이어져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특별군사작전은 계획대로 착착 진행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해 왔다. 만약 러시아 정부가 대규모 징집을 시행할 경우, 그간 언론 통제 등으로 부인해온 전쟁의 긴박한 상황을 인정하는 꼴이 돼, 대중의 반발에 직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권을 잘 아는 정치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푸틴의 주요 정치 철학 중 하나가 국민을 내버려 두는 것”이라며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전선에 배치된 이들을 제외한 국민 대다수는 특별군사작전에 영향 받지 않고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가 지난 3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라고 답한 러시아인이 75%였는데, 지난 7월엔 32%로 급감했다.

하지만 일부 러시아 국민들은 정부의 이같은 행보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전쟁 옹호론자들은 “전쟁터에서 군인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러시아의 고속도로는 휴가객으로 붐비는 상황 자체가 공포”라고 지적했다. 보로다이 의원 역시 “대다수 시민이 전쟁을 외면한 채, 절대적으로 편안하게 일상을 누리는 이 상황은 엄청난 불의(glaring injustice)”라고 말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음악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병력을 수혈하기 위해 징집 대신 돈을 주고 외국인 용병을 끌어모으고,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의 우크라이나 주민들에게 입대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다라 마시코트 선임정책연구원은 “러시아는 자국민 징병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을 감당하려면 결국 징병 외에 다른 선택지가 고갈되는 순간이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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