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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열렸다"…아시아 유례없이 초토화시킨 '괴물 몬순' 정체

 홍수로 인해 파키스탄 인더스강 주변 지역이 물에 잠긴 모습이 NASA 위성에 포착됐다. 왼쪽부터 홍수 이전(8월 4일)과 홍수 이후(8월 22일)의 모습. 사진 NASA
‘괴물 몬순(Monster monsoon)’이 전국에 끊임없는 대혼란을 일으키고 있어요.” -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변화 장관


파키스탄 전역이 유례없는 여름철 폭우로 인해 역사상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홍수로 인해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고 어린이 380명을 포함해 1100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또, 파키스탄 인구의 7명 중 1명꼴인 3300만 명 이상이 홍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최악의 홍수는 펀자브주, 신드주 등 인더스 강을 따라 발생했다. 신드주는 8월 초부터 26일까지 평년 강수량의 780%가 넘는 443㎜의 비가 내리면서 강이 범람해 가옥이 파괴되고 도로가 끊기는 등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 신드주의 한 관리는 BBC와 인터뷰에서 “성서에나 나올 홍수”라며 “지옥이 열렸고 대비책은 없다”고 말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30일 공개한 위성 사진을 보면 인더스 강 주변 육지가 홍수로 인해 물바다로 변한 모습이 그대로 포착됐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이번 홍수는 파키스탄 역사상 최악”이라며 “전국에서 훼손된 인프라를 복구하려면 100억 달러(약 13조 4450억원) 이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초토화한 ‘괴물 몬순’ 뭐길래
30일 파키스탄의 한 마을에 폭우가 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렇게 파키스탄에 유례없는 홍수 피해가 발생한 건 이른바 ‘괴물 몬순’이 몰고 온 기록적인 여름철 집중호우 때문이다. 몬순은 아랍어 ‘마우심(Mausim)’에서 유래한 말로 ‘계절’이라는 뜻이다. 몬순은 바다와 대륙이 만나는 곳에서 생기는 데 육지와 바다의 온도 차에 따라 겨울에는 대륙에서 바다로, 여름에는 바다에서 대륙으로 계절풍이 부는 현상을 말한다. 파키스탄과 인도 등 남아시아 일대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등 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몬순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몬순은 여름철이 되면 바다에서 수증기를 몰고 와 육지에 많은 비를 내리게 한다. 한국에 장마로 불리는 여름철 집중호우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가 몬순을 더 강렬하고 불규칙한 ‘괴물 몬순’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기온이 오르면서 대기 중 수증기의 양이 많아졌고, 이로 인해 몬순 기후의 영향권에 있는 지역에 집중호우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도 더 강해졌다. 실제로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은 7%가량 증가한다.

바다서 수증기 수송…한국·파키스탄 등 물폭탄
30일 파키스탄 남서부 일대가 홍수로 물에 잠겼다. AP=연합뉴스
올여름에 한국과 파키스탄 등 몬순 기후 지역에 있는 국가들이 기록적인 물폭탄을 맞은 것도 이례적으로 많은 수증기량과 무관하지 않다고 기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몬순을 연구하는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데워진 바다가 수증기를 계속 내뿜는 데다가 공기도 더 많은 수증기를 함유할 수 있기 때문에 계절풍을 타고 육지로 계속해서 수증기가 수송된다”며 “이로 인해 파키스탄 등 지역적으로 홍수를 유발하는 극한 강수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 디스토피아가 문 앞에 있다”
29일 파키스탄의 한 마을에서 홍수가 발생해 주민들이 건물 위로 대피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키스탄은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면 가장 먼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글로벌 기후 위험 지수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전 세계 국가 중에서 8번째로 기후 위기에 취약했다. 무엇보다 북부 지역에만 7500개가 넘는 빙하가 있는데 이는 극지방을 제외하고 어떤 국가보다 많은 수치다. 실제로 지난 5월 파키스탄은 일부 지역이 50도를 웃돌 정도로 극심한 폭염을 겪었고, 이로 인해 북부 산악지대의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홍수를 악화시켰다.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변화 장관은 “파키스탄은 폭염, 산불, 홍수 등 극한 기상 현상의 최전선에 있는 그라운드 제로”라며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보통의 몬순이 아니다. 기후 디스토피아가 우리 문 앞에 있다”고 말했다.

기후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후 위기가 심해지면 몬순 기후의 영향을 받는 아시아 국가들이 더 잦고 강한 집중호우로 인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구의 기온이 1도 올라가면 여름철 우기에 내리는 비의 양이 5%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기후 과학자인 안데르스 레버만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몬순은 해당 지역의 농업과 경제에 위협이 되며, 정책 결정자들에게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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