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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론스타 판정 취소 신청”…“BIS조작 유죄였으면 완승”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론스타 청구보다 많이 감액됐지만 수용하기 어렵다”며 “판정 취소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 판정부가 이날 “론스타에 외환은행 매각 지연에 따른 손해 약 2800억원과 이자(185억원)를 배상하라”고 선고한 데 대해서다.

정부는 중재 판정부 3명 중 1명이 “론스타 측 주가조작 과실 상계로 한국 정부의 배상액은 0원”이라고 소수의견을 낸 것을 근거로 120일 안에 판정 취소를 신청하는 이의 제기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국제투자분쟁 중재 판정은 기본적으로 단심제여서 ICSID 취소위원회가 판정 취소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구제 절차는 없는 상황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법무부 "청구금액 95.4% 승소…그래도 이의신청 할 것"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소재 ICSID 중재 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약 2855억원, 환율 1300원 기준)를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론스타가 당초 배상을 요구한 46억 8000억 달러(약 6조 1000억원) 대비 4.6%에 해당한다.

중재 판정부는 한달 만기 미국 국고채 수익률만큼 10년치 이자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지연 손해금 명목인 이자액은 2011년 12월부터 완제일까지 약 185억원 정도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물어줄 돈은 약 3000억원이다.

이날 중재판정은 론스타가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ICSID에 중재 신청을 한 지 10년 만에 나온 결과다.

한 장관은 이날 직접 브리핑에 나서 “정부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 승인심사 과정에서 국내 법규와 조약에 따라 차별 없이, 공정, 공평하게 대우했다는 일관된 입장”이라며 “비록 론스타가 청구한 액수보다 많이 감액되긴 했지만, 중재 판정부 판정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난 10년간 정권과 무관하게 소송 대응에 최선을 다했다”면서 “끝까지 다퉈볼 만하다. 피같은 세금이 단 한 푼도 유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라며 취소 신청 의사를 거듭 밝혔다.

소수의견 "한국 배상액 0원" 근거…취소 인용률 10% 불과
우리 정부는 판정부 3명 중 1명이 우리 측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ICSID의 판정문 400페이지 중 40페이지가 이 1명이 작성한 소수의견이라고 한다. 소수의견은 “론스타가 주장하는 손해는 주가조작으로 스스로 자초한 것이므로 한국 정부의 책임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며 우리 정부의 배상액을 0원이라고 판단했다.

다수결에 의해 이자 포함 3000억원 가량의 배상액이 결정되긴 했지만, 판정부 내에서 의견이 정반대로 나뉘고 소수 의견이 비중 높게 적시됐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이상갑 법무부 법무실장은 “소수 의견이 아주 조목조목 많은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판정문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는 게 취소신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객관적 근거”라고 말했다.

국제투자분쟁해결(ISDS) 중재 절차는 단 한 차례 판정으로 마무리되는 단심제가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항소 성격의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허용하고 있다. 중재 판정부 구성원이 적절한지, 월권 여부, 절차상 하자 등 5가지 사유로 판정 후 120일 내에 판정 취소를 신청할 수 있고, 그럴 경우 ICSID는 별도의 취소위원회를 꾸려 다시 판단해야 한다. 기간은 최소 1년 이상 소요되고 지난 10년 동안 약 10% 사건만 기존 판정이 취소됐다고 한다.

론스타 '주가조작' 덕에 배상액 줄어… 나머지 청구도 기각
중재 판정부는 론스타가 2012년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청구한 전체 46억7950만 달러(6조 1000억원) 중 2억1650만 달러(2800억원)만 인정했다. 론스타 측 청구액은 2008년 HSBC(홍콩상하이은행)와 63억1700만 달러(약 5조 9000억원) 매각이 무산된 뒤 결국 하나금융지주에 35억1000만 달러(3조 9157억원)에 판데 따른 HSBC와 차액·세금 등 약 32억 달러, 기타 한국 정부의 과세 처분 총 15억 달러를 포함한 액수라고 한다.

론스타 측은 “당시 금융위원회가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지연해 무산시켰고, 결국 하나금융에 더 낮은 가격에 매각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중재 판정부는 이 가운데 HSBC 매각 무산에 대해선 “2011년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 발효 이전에 발생한 행위로 관할권이 없다”며 론스타 청구를 기각했다. 세금 15억 달러도 “한국 정부의 과세처분은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지막 쟁점인 금융위가 하나은행 인수 승인을 지연해 매각 가격이 떨어진 데 대해 “공정·공평 대우 의무에 위반한다”며 론스타 측 손을 일부 들어줬다.

판정부는 다만 “당시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 때문에 외환은행의 주가가 낮아졌다”며 론스타에 50% 과실상계 책임을 물어 떨어진 가격 4억3300만 달러의 절반인 2억1650만 달러만을 인정했다. 과실상계(過失相計)란 소송에서 채권자나 피해자에게 불법, 과실이 있는 경우 그만큼 배상액을 깎는 것을 말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은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조작에 의한 외환은행 헐값 인수 의혹 사건과 함께 수사한 론스타 관련 양대 의혹 사건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직후 외환카드를 헐값에 합병하려고 허위 감자설을 퍼뜨려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게 골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포함된 당시 론스타 수사팀은 당시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와 론스타 펀드를 함께 기소했다.

헐값 인수 의혹은 당시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외환은행장이 2010년 대법원에서 "배임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확정받으며 마감됐다. 반면 주가조작 사건은 2011년 안대희 당시 대법관이 주심을 맡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하면서 반전이 벌어졌다. 이듬해 2월 유회원 대표는 징역 3년형, 론스타는 벌금 250억원이 확정됐다.

론스타의 주가조작 유죄는 금융위 매각 승인을 지연하는 복병으로 작용했지만 결과적으로 국제투자분쟁 소송에서 2억 달러 이상 배상액을 깎는 데 기여한 셈이 됐다.

한국 정부 대리인 중 한 명은 “결과적으로 론스타의 헐값 인수 의혹이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면 이번 분쟁도 전부 승소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김철웅.오욱진(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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