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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영동대로 714에 그들이 있다

백일현 산업팀 차장
부슬비가 내리던 지난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714 하이트진로 본사 앞.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소속 천막과 차량, 현수막이 인도 곳곳에 엉켜있다. 화물연대 조합원 70여명이 지난 16일 농성에 들어간 지 14일째 되던 날이다. 조합원들은 본사 1층 점거는 풀었지만 옥상에 9명이 남아 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깔린 2m 높이의 에어 매트도 그대로다.

사정은 이렇다. 하이트진로의 물류 자회사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 명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110여일 전 파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운송료가 15년째 거의 제자리”라고 하고, 사측은 “이송 단가를 올려왔다”고 한다.

수양물류는 주요 파업 가담자 12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화물연대는 전원 복직을 요구한다. 사측은 지역 공장 시위자 25명에게 27억7000만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지만 화물연대는 철회를 주장한다. 양측은 이날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에서 옥상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천막 앞에 있던 한 조합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답을 꺼리던 그는 사측 주장을 언급하자 “사실과 다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곧 다른 조합원이 오더니 데리고 가버렸다. 또다른 조합원들도 입을 닫았다.

이어 만난 사측 인사는 “본사 직원들도 힘들다. 옥상 외 다른 사무실도 점거할까 봐 번갈아가며 야간 보초를 서고 있다”고 토로했다. “재계약 불가 인원을 12명에서 7명으로 줄이겠다는 우리 제안을 화물연대에서 받아들이려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25일 찾아온 뒤로 화물연대가 다시 전원 복직을 요구한다.” 이에 화물연대는 “줄곧 전원 복직을 주장해왔다”는 입장이다.

사측 인사는 이런 말도 했다. “화물차주 몇몇은 빨리 끝내고 집으로 가고 싶다더라. 그런데 위에서 ‘개별 행동을 하면 차에 불을 지르겠다’고 했다고 한다. 우리와 화물차주 이해당사자만 대화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데…. 쉽지 않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불을 지르겠다는 말이 나온 적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그간 기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점거 행위의 불법성을 따질 때 기업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양측 교섭을 지도중이라는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조의 불법 여부, 특수고용직의 노조 활동 관련 불확실성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고 “우리는 양측이 대화를 이어가도록 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만 했다.

되묻게 된다. 진정 화물차주들이 옥상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정치권이 오히려 해결을 막고 있는 건 아닌가. 정부가 교통정리를 못 하는 것도 문제다. 불법에 눈 감지 않으면서도, 일하는 이들을 위한 길을 모색하는 혜안이 절실하다.



백일현(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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