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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마흔아홉’을 되돌아본다

마흔아홉을 지난 지도 십여 년이 넘었다. 마흔아홉까지 오는 길은 복잡하고 때로 예상치 못한 길이었다. 공부를 계속하고 그것을 업으로 삼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두 나라를 떠돌며 살았다. 이제 한국에 산 시간보다 더 오래 한국을 떠나 있게 되었다.  
 
해마다 또박또박 나이를 먹다가도 앞자리가 바뀌는 해가 오면 삶을 더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된다. 지난 십년을 정리하고 다가올 시간은 더 잘 살아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스무 살 즈음에는 어른이 다 된 줄 알았다. 어른들은 그 시절이 좋은 때라고 했지만 그때는 그것을 몰랐다. 가진 것이 없어 불안한 시절이었다. 이십 대가 끝날 즈음 결혼을 하고 새내기 부모가 되었다. 아이 키우는 일도, 모국이 아닌 곳에서 먹고 사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서른에서 마흔까지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자식 키우는 일에 전념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자리를 잡아가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의기소침하기도 했다. 배운 것과는 다른 일을 하며 생활인이 되어갔다.  
 
마흔아홉에 비로소 꿈을 내려놓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떠나보내지 못했던 가르치는 것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대단한 후회나 회한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마흔아홉까지는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십이 다가올수록 세상에서 한 발자국 밀려날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다. 사십 대의 마지막에 이제까지와 다른 무엇이 되고 싶었다. 늘 하던 것을 하지 않거나 안 해본 것을 조금씩 해 보았다.
 
빨간 치마를 하나 장만했다. 빨간 가방도 샀다. 검은색 단화를 벗고 빨간 구두를 신었다. 거기에 어울리는 붉은 립스틱도 짙게 발랐다. 방에서 마루를 지나 부엌까지 모델처럼 걸어 보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었다. 여러 해 동안 옷장을 차지했던 빨간 치마는 결국 한 번도 외출복으로 입지 못했다.
 
오십 대가 되니 생각 속의 나이와 실제 나이가 크게 달라졌다. 마음은 사십 대에 멈춰 있는데 나이가 훨씬 앞서가기 시작한 것이다. 젊은 사람이 보면 그저 나이밖에 없는 중년일 터이고 노인이 본다면 아직도 창창한 꽃 같은 시절이었다.  
 
이제 육십을 넘었다. 지루한 노년이 시작된 것이다. 얼굴은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 없고 목에는 실개천 같은 주름이 흐른다. 허리 디스크도 얻었고 두통도 달고 산다. 가지고 있는 힘을 적절히 분배하여 쓰고 있다. 마음 가는 일에는 에너지를 쏟고 불편한 것은 피한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무리하거나 욕심내지 않는다. 제한적이지만 순도 높은 삶을 살게 되는 것 같아 그것도 나쁘지 않다.  
 
 하고 많은 나이 가운데 하필 마흔아홉이 기억에 남은 나이가 되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 나이를 앞둔 아우들이 이 글을 읽으면서 나이든 선배의 생각 하나를 훔쳐가 주었으면 좋겠다.

박연실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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