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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도 원전수명 연장 움직임…에너지난·탄소중립 대응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불어닥친 에너지 위기로 인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노후한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정부는 2025년 중단 예정인 원전 2기의 가동을 2036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올해 말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할 계획이었던 독일은 마지막 남은 3기의 원전을 내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일부 정치인은 내년까지가 아니라 더 오래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캘리포니아 전력의 약 8%를 생산하는 디아블로캐니언 원전은 2024년 폐쇄될 예정이지만,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적어도 2029년까지 또는 그 이상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고 WSJ는 전했다.

2028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할 예정이었던 영국도 ‘연장’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원전을 운영하는 프랑스 기업 EDF에너지는 수명을 20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은 최근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며, ‘국가 비상사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에너지규제기관이 정하는 에너지 가격 상한선은 현재 1971파운드(약 311만원)이지만, 오는 10월부터 이보다 80% 오른 3549파운드(약 540만원)로 책정됐다. 이는 1년 전보다 2.8배 오른 수치다.

2017년 보유 중인 원전 5곳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한 스위스에서도 철회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도 및 우익 성향 연방의원 5명이 주축이 돼 결성한 단체 ‘정전을 막자’는 30일부터 ‘원전 폐쇄 철회’ 국민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국민 투표를 통한 개헌으로 원전 폐쇄를 무효화한다는 목표다. 앞서 지난 24일 일본 정부는 현재 최장 60년으로 제한한 원전의 사용 연한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발표했다.

원전 수명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심화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한편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하는 ‘탄소중립(넷제로)’ 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WSJ는 풀이했다. 각 가정의 에너지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선진국에서 ‘원전 반대’ 여론이 약해진 것도 이런 흐름에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원전의 수명을 늘리는 방안은 경제적으로 이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원전 수명 연장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 달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적게 든다”고 했다. 예컨대 프랑스에서 가동 중인 56개 원자로를 모두 연장 가동할 경우 장비 교체와 안전 비용으로 500억 유로(약 67조원)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원전을 새로 짓거나 비슷한 용량의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얻는 것보단 저렴하다.

반면, 원전 수명을 연장했다 취소한 경우도 있다. 2019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플로리다 남단에 있는 터키포인트 원전 2기에 대한 사용 연한을 20년 더 늘렸다. 이 원전은 이미 한차례 연장한 전례가 있어 ‘80년’ 동안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환경단체가 이 발전소가 식물의 서식지 파괴 등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한 이후 지난해 2월 승인이 취소됐다.



김영주(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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