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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끝난 7년만의 NPT 회의…‘한반도 CVID’ 등 선언문 불발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7년 만에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의 반발 등에 막혀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하고 폐막했다. 채택하려던 선언문엔 북한의 핵 도발을 규탄하고 비핵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핵 등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선 NPT 평가회의 36쪽짜리 선언문 초안의 채택이 특히 러시아의 반발로 무산됐다. 러시아는 선언문 최종안에 든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군사행위에 중대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문구를 문제 삼으며 반대표를 던졌다. 평가회의 결과문이 채택되려면 191개 회원국 모두의 승인이 필요해 이로써 4주 동안 진행된 이번 NPT 평가회의에서 최종 선언문 채택은 결국 무산됐다.

초안은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대한 지지 ▶국제 비확산 체제를 위협하는 북핵에 대한 우려 ▶유엔 대북 제재의 충실한 이행 ▶북한의 지난 여섯 차례 핵실험에 대한 규탄과 향후 추가 핵실험에 대한 경고 등을 담았다. 러시아 외에 이란도 “최종 선언문에는 서방이 군림하는 현 NPT 체제를 개선할 만한 어떤 희망도 담기지 않았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은 회의 첫날인 1일 연설에서 “북한은 NPT 체제를 악용해 대놓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유일한 나라로, NPT의 북핵 대응은 NPT 체제 생존의 리트머스시험지가 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공조를 호소했다. 한국은 프랑스 외교부와 공동으로 각국 대표단 70여 명이 참석한 북핵 관련 고위급 토론회를 여는 등 총력 외교전을 펼쳤다.

NPT 평가회의는 회원국이 모여 조약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5년 주기 회의로, 이번 회의는 2020년 예정됐지만 코로나 여파로 올해로 연기됐다.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했다가 2003년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그런데 이번 회의 내내 중국·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사사건건 부닥쳤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핵 공유, 이란 핵합의(JCPOA), 미국·영국·호주가 핵추진 잠수함에서 협력하는 오커스(AUKUS) 등 현안에서다.

외교 소식통은 “원론적 문구를 놓고도 회원국 간 이견이 심해 결과문 채택이 어차피 어려울 거란 회의론이 초반부터 있었다”며 “2015년 회의 때도 중동 비핵지대를 놓고 갈등을 빚다 결과문 채택이 결국 무산됐지만, 회의 때마다 만들어진 결과문 자체는 회원국 의견을 반영한 문서로 남기 때문에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6일 “이번 NPT 회의에선 기존 NPT를 강화하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핵무기 군비 증강 문제를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짤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간 북핵을 제어하던 국제질서의 중요한 두 축인 ‘유엔 안보리’와 ‘NPT 체제’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상당히 훼손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NPT가 앞으로도 공통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경우 북한이 현 정세를 악용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등극하고, 1968년부터 지속했던 NPT 체제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현주(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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