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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리자 원전 주민에 아이오딘…‘제2 체르노빌’ 공포 확산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중부 자포리자 원전의 지난 24일 화재 모습. 전력 공급 중단으로 원자로 6기 중 가동 중인 2기의 냉각시스템이 일시 멈췄지만, 비상전원을 가동해 사고를 막았다. 원자로 과열 시 방사선이 누출될 수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서 잇단 포격으로 안전사고가 우려되자 우크라이나 당국은 만일의 방사능 유출에 대비해 인근 주민들에게 아이오딘(요오드) 정제를 긴급 배포하기 시작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지 시찰을 서두르고 있다. 안정적인 물질인 아이오딘화 칼륨을 미리 복용하면 갑상샘 조직에 먼저 자리 잡아 나중에 방사성 물질에 노출됐을 때 방사성 요오드가 체내에 축적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지난 27일 AP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날부터 자포리자 원전 56㎞ 반경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아이오딘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빅토르 리아시코 우크라이나 보건부 장관은 “전문가가 권장하는 용량만큼 (정부가) 구매해 주민이 별도로 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NYT는 자포리자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면 인근 거주 주민 약 40만 명이 위험에 처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3월 러시아군이 점령한 자포리자 원전과 주변에선 이달 들어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AP통신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참사의 기억이 여전한 우크라이나에서 방사능 재앙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전이 만약 폭발할 경우 피해는 체르노빌 참사의 10배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 최대인 자포리자 원전. [AFP=연합뉴스]
지난 25일엔 자포리자 원전의 원자로 6기 중 가동 중인 2기에 한때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원전 인근에서 포격에 따른 화재가 발생해 원전에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선이 파괴되면서다. 비상전력이 가동돼 사고는 없었지만, 90분 이상 단전이 계속됐더라면 냉각시스템이 멈춰 원자로 중심이 녹는 ‘노심용융’이 발생했을 수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쓰나미로 전력이 차단되면서 냉각시스템이 마비돼 발생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27일에도 서로 상대가 자포리자 원전 인근을 포격했다며 공방을 벌였다. 이 원전 운영을 맡은 우크라이나 국영 에네르고아톰은 이날 “러시아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원전 부지를 포격해 기반 시설에 피해가 발생하고 방사성 물질의 누출 위험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원전 부지를 포격했다”고 주장하고 “자포리자 원전의 방사능 수치는 정상”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 “(자포리자 원전) 상황이 여전히 매우 위험하다”며 IAEA의 조기 방문을 촉구했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젤렌스키와 통화하고 “러시아는 자포리자 원전의 통제권을 우크라이나에 돌려주고 조속히 IAEA의 사찰을 허용하라”고 말했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이 사실상 타결돼 “IAEA 시찰단이 다음 주초 방문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29일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IAEA 시찰단은 발전소 내부 안전을 점검하고, 교전으로 파손된 시설의 수리를 위해 예비 부품과 방사선 모니터링 장치 등을 가져갈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자포리자 원전 등에서 수년간 일해 온 원자력 감독관인 모건 리비는 “체르노빌 참사 이후 IAEA가 맡은 임무 중 가장 중요하다”고 자평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 자포리자 원전 시찰단 13명 중 미국·영국 출신은 포함되지 않았다.



임선영(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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