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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 대비' 자포리자 주민 수만명에 약제 지급..."IAEA 곧 시찰”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서 잇단 포격으로 안전 참사가 우려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당국 등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행여나 우려되는 방사능 유출에 대비해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아이오딘(iodine·요오드) 약제를 긴급 배포하는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현지 시찰을 서두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의 주민들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아이오딘(요오드) 약제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부터 자포리자 주민들에게 방사능 피폭시 갑상선 질병에 걸릴 위험을 낮춘다고 알려진 요오드 약품을 나눠주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서 제2의 체르노빌 사태 공포 커져
27일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날부터 자포리자 원전에서 56㎞ 반경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아이오딘 정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배포 장소엔 어린 자녀와 함께 온 주민들도 있었다.

아이오딘 정제는 방사능 피폭시 갑상선 질병에 걸릴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NYT는 전했다. 빅토르 리아시코 우크라이나 보건부 장관은 "전문가가 권장하는 용량만큼 (정부가) 구매했기 때문에 주민이 따로 이를 살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NYT는 자포리자 원전의 방사능이 유출될 경우 이 지역의 거주자 약 40만 명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전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자포리자 원전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AP=연합뉴스
지난 3월 러시아군이 점령한 자포리자 원전과 주변에선 이달 들어 교전이 잇따르고 있다. AP통신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참사의 기억이 여전한 우크라이나에서 핵 재앙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전이 폭발할 경우 피해는 체르노빌 참사의 10배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25일엔 자포리자 원전의 원자로 6기 중 가동 중인 2기에 전력 공급이 한때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원전 인근에서 포격에 따른 화재가 발생해 원전과 외부를 연결하는 송전선이 파괴되면서다.

비상 전력이 가동돼 참사는 막았지만, 단전이 길어질 경우 냉각장치가 멈춰 원자로의 노심이 녹는 '원자로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벌어진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이로 인해 발생했다.

"IAEA 자포리자 시찰단에 美·英 배제"...27일도 포격 공방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27일에도 자포리자 원전 부지를 상대가 포격했다는 공방을 벌였다.

자포리자 원전을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국영 기업 에네르고아톰은 이날 "러시아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원전 부지를 포격해 원전 기반 시설에 피해가 발생했으며 방사성 물질 누출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4시간에 걸쳐 원전 부지를 3차례 포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포리자 원전의 방사능 수치는 정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촬영된 자포리자 원전 모습.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 "(자포리자 원전) 상황이 여전히 매우 위험하다"며 IAEA의 빠른 방문을 촉구했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러시아는 자포리자 원전의 통제권을 우크라이나에 돌려주고 조속히 IAEA의 사찰을 허용하라고 말했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이 사실상 타결돼 "IAEA 시찰단이 다음주 초(오는 29일 이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르면 29일 방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IAEA 시찰단은 발전소 내부 안전을 점검하고, 교전으로 파손된 시설 수리를 위해 예비 부품과 방사선 모니터링 장치 등을 가져갈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자포리자 원전 등에서 수년간 일해온 원자력 감독관은 모건 리비는 "체르노빌 참사 이후 IAEA가 맡은 임무 중 가장 중요하다"고 평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 자포리자 원전 시찰단 13명의 각국 전문가 명단엔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지하는 미국·영국 출신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폴란드·리투아니아, 러시아와 가까운 세르비아·중국 출신 전문가들이 들어갔다. 또 이번 전쟁에서 비교적 한쪽 편을 들지 않고, 러시아와의 대화 창구를 열어 둔 알바니아·프랑스·이탈리아·요르단·멕시코·북마케도니아 출신 전문가들이 시찰단에 합류했다고 NYT는 전했다.



임선영(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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