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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에 고래 있다면, 제겐 시계죠" 청와대 가는 화가 사연

지난 4일 부산시민회관 갤러리에서 작품 전시를 마친 윤진석 작가. 사진 윤진석 작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수많은 고래가 등장한다. 고래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가 가장 애착하는 존재다. 좌절하거나 희망을 얻는 순간에도 우영우의 눈앞엔 고래가 떠오른다. 누구나 고래를 알고 있지만, 그 순간 고래는 오직 우영우에게만 자기 확신과 결심을 일깨워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런 가운데 오는 31일부터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리는 ‘장애인 문화 예술축제 A+ 페스티벌 특별전시’에 참가하는 부산지역 발달장애 화가가 있다. 부산시 연제구에 사는 윤진석(24) 작가는 다음 달 19일까지 예정된 이 전시회에 시계 작품을 출품했다. 올해 윤씨가 전국 각지에서 이미 치렀거나 진행할 예정인 전시회는 10건에 달한다.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리는 ‘장애인 문화 예술축제 A+ 페스티벌 특별전시’에 출품된 윤진석 작가의 '시계는 내친구#2'. 사진 윤진석 작가
“다른 이와 눈 맞출 수 없어…시선 둘 곳은 시계뿐”
네살 때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그는 시계에 집착한다. 윤씨 어머니 신인섭(52)씨는“벽에 걸린 시계를 내려 앞면은 물론 옆면과 뒷면을 샅샅이 살폈다. 시계를 분해하며 내부를 관찰하는 것도 좋아했다. 이 때문에 시계값을 물어주거나, 시계 도둑으로 오인당한 일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윤진석 작가의 '드림캐쳐와 시계 #2'. 사진 윤진석 작가
윤씨는 이렇게 관찰한 시계를 스케치북에 옮겼다. 종이 앞장에 시계 앞면을 그리고 뒷면에는 직접 관찰한 뒷모습을 새겨넣었다. 그는 해당 시계를 관찰한 장소와 시간까지도 정확히 기억했다. 그림 제목에는 늘 ‘그랜드호텔 수영장 시계’ ‘청도 오리백숙 시계’ ‘이랴이랴 숯불갈비 시계’처럼 그 시계 관찰 장소를 써넣었다.

윤씨 어머니는 “다른 사람 얼굴을 쳐다보거나 눈을 맞추는 것도 진석이에게는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며 “그런데 아이와 함께 간 병원과 식당, 복지관, 학교의 벽에는 늘 벽시계가 걸려 있었다. 진석이는 다른 사람의 눈을 쳐다보는 대신 시계를 바라보며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진석 작가의 '기억속 시계들 #2'. 사진 윤진석 작가
예체능 재주 있던 소년, 한젬마와 만나 ‘시계 화가’로
그는 부산 소재 예술계 특수목적고등학교인 한국조형예술고를 졸업했다. 윤씨 미술활동은 20대 초반의 동료 발달장애 작가 4명을 만나게 되며 이어졌다.
그러다가 2019년 3월 이들 5명은 크레이이티브 디렉터인 한젬마 작가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저서 ‘그림 읽어주는 여자’로 알려진 한 작가는 오래 전부터 장애인 예술가와 그 작품을 발굴, 조명하는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당시 부산시립미술관에서 특별 전시회를 앞두고 있던 한 작가가 “부산에서 활동하는 발달장애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보고 싶다”며 연락해왔다.

한 작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윤 작가의 시계 그림을 소개하기도 했고, 지난 6월에는 윤씨와 ‘한젬마와 천재 아티스트 특별전’을 통해 AHAF 아시아호텔아트페어에 함께 참가했다. 그림이 알려지면서 윤씨 시계 그림은 tvN 드라마 ‘마인’에도 등장했다. 작품 속에서 그 그림은 12억원에 거래된다.

지난 22일 작업실에서 그림에 집중하고 있는 윤진석 작가. 사진 윤진석 작가
“드라마 통한 관심, 감사한 일이죠”
윤씨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취업연계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3월 ㈜더휴에 전업 작가 자격으로 입사했다. 장애인 고용과 직업재활 가치를 표방하는 ㈜더휴는 일회용품과 유니폼 등을 생산하며 현재 윤씨 같은 발달장애 문화·예술인 50여명을 채용하고 있다.
어머니 신씨는 드라마 '우영우'로 인한 발달장애 관심에 대해 “장애인 교육과 채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이 발달장애인과 그 삶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진석 작가의 '제주도 시계'. 사진 윤진석 작가



김민주(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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