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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떨어진 별을 찾다

별을 보러 가잔다. 별? 그러고 보니 별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은지도 꽤 된 것 같다. 어디 별 뿐인가? 하늘을 봐도 보는 둥 마는 둥. 지천에 널린 게 꽃이고 풀이지만 자연의 존재를 잊고 산지 오래다. 감성적으로 메말라 가는 나의 팔을 잡아끄는 두 딸 내외를 따라 나와 남편은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근처에 자리 잡은 숙소는 허름한 겉모습과는 달리 자쿠지까지 딸려있어 집을 떠나기를 잘했다 싶을 정도로 흡족했다. 여럿이 먹는 저녁식사는 별다른 찬이 없어도 입안으로 술술 넘어갔다. 돼지삼겹살과 차돌배기는 불판에서 굽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없어졌다. 창밖에 검은 커튼을 두른 듯 어둠이 짙어지자 우리는 주섬주섬 의자를 챙겨 국립공원 안으로 향했다.
 
맨 처음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을 방문했을 때는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었다. 가시를 달고 있는 식물의 형상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막의 생태계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선인장의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빛이 차단된 공원은 낮의 암벽을 보는 것과 분위기가 또 달랐다.  
 


휴대폰까지 꺼버리니 그야말로 완전한 암흑이 되었다. 손전등을 머리와 손에 달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 깊숙이 들어갔다. 사람들 말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우리처럼 별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어둠에 익숙해졌고 하늘에 떠있는 별들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금가루처럼 하늘에 박혀 있는 별을 바라보았다. 은하수가 보였다. 지구와 아주 먼 거리에 있다는 미지의 존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았다.  
 
행복한 기분으로 숙소로 돌아가려고 의자를 챙기는 데 작은 딸이 “내 귀걸이!” 하고 외쳤다. 머리에 쓴 헤드라이트를 벗다가 귀걸이가 튕겨나간 모양이다.
 
사위가 결혼 선물로 딸에게 사준 다이아 귀걸이란다. ‘다이아’라는 소리에 놀란 우리는 이마에 두른 전등과 손전등을 휘두르며 반딧불이 마냥 움직였다. 칠흑처럼 깜깜한 어둠속에서 무슨 수로 귀걸이를 찾겠는가. 오만가지 감정이 오고갔다. 귀걸이를 찾지 못하면 이 기분 좋은 여행의 끝은 후회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고 모처럼 가족모임을 계획한 딸의 속상함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들 자리를 쉽게 뜨질 못했다. 우왕좌왕 하늘이 아닌 땅바닥을 헤집었다. 무작정 찾을 게 아니라는 생각에 나는 작은 딸에게 한 짝 남은 귀걸이를 보여 달라고 했다. 타원형으로 된 다이아 4개가 방사형으로 붙어 있었다. 흡사 별처럼 보였다.
 
‘별 보러왔다가 별을 찾는구나.’ 이 모순된 상황이 우습기도 하고 어이가 없었다. 서걱거리는 흙을 핸드폰 전등으로 비취다가 가시덤불과는 전혀 다른 재질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또 뭐지?’ 사막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어서 무심코 손을 내밀었다. 찾았다! 귀걸이는 전등불을 비쳐도 빛이 반사될 수 없는 각도로 비스듬히 놓여있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딸은 귀걸이를 찾았다고 좋아라했지만 나는 가족의 행복을 찾아 기뻤다. 별보다 소중한 사랑이었다.

권소희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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