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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펫팸] 반려견도 안전벨트가 필수

수년 전 서울 동물병원에서 일할 때 응급으로 오는 환자의 상당수는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목끈이나 몸끈(leash)을 하고 다니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다 보니, 자유로운 상태로 산책하다가 차에 치여 교통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오히려 보호자의 차를 타고 가다가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차 안에 있던 반려동물이 크게 다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운전을 하다 보면 차의 보조석 또는 뒤쪽 창문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주변을 탐색하는 개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무엇이 그렇게 궁금한지 연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바깥세상을 구경한다. 그러다가 바람이 너무 세다 싶으면 잠깐 차 안으로 숨었다가 바로 창밖으로 얼굴을 다시 내민다. 리트리버나 저먼 셰퍼드같이 키가 큰 개들은 차의 창문에 얼굴을 내미는 정도가 아니다. 옆이나 뒤에 따라오는 차들이 느끼기에 불안할 정도로 몸이 창문을 넘어 반쯤 나와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면 옆의 차에 부딪힐 수도 있을 것 같고, 길가의 나뭇가지에 걸릴 수도 있을 듯싶다.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차로 이동할 때 자신의 반려견을 케이지에 넣어서 안전벨트로 묶어줄 생각을 하지 않는 듯하다.
 
우연히 겪은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반려견이 크게 다친 지인이 있었다. 네거리에서 좌회전하다가직진 차량과 부딪히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고, 에어백까지 터지다 보니 다행히 많이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뒷좌석에 조용히 누워있던 반려견은 차량 충돌의 충격으로 튀어 올라 앞 좌석 의자에 세게 부딪힌 뒤, 차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반려견은 사고 후 뒷다리를 전혀 쓰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척추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람도 교통사고나 낙상 등으로 인해 척수신경이 손상되어 하반신 마비나 전신 마비를 겪는 경우가 많다. 지인의 강아지도 척수신경을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하반신 마비가 오고 말았다.
 
교통사고나 심한 디스크로 인해 척수신경이 훼손돼 뒷다리를 못 쓰게 된 경우 맞춤형 휠체어에 의존해서 남은 생을 살아가는 방법도 있다. 휠체어의 두 바퀴가 두 다리 역할을 잘 해내는 강아지 영상을 SNS에서 꽤 볼 수 있다. 어떤 경우 네 다리를 다 쓰지 못해서 휠체어의네 바퀴에 의존해서 생활하는 반려동물도 있었다. 하지만 온종일 쫓아다니며 휠체어에 태워주고 내려주며 돌봐주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또한 휠체어를 오래 타면 살이 짓물러서 장시간 이용할 수도 없고 주로 누워있게 된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척수신경이 손상되어  방광이나 항문 쪽으로 가는 신경도 동시에  제기능을 못함으로써 자발적으로 배뇨나 배변을 하기 힘들게 된다. 평생 기저귀를 차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소변줄을 온종일 달고 지내기도 한다. 보호자가 하루에도 여러 번 방광을 압박해서 배뇨를 시키거나 배변 또한 도와주어야 한다. 피부 욕창 또한 잘 생긴다. 결국 감당하기 힘든 보호자들은 반려견의 안락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우리 집에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교통사고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사람들은 안전벨트와 에어백에 의해 보호되겠지만 무방비 상태로 차에서 멋모르고 자고 있거나 휴식을 취하던 반려동물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달리는 차에서 바람을 맞으며 갈기를 날리는 반려동물들을 보며 단순히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런 사고를 겪은 지인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 필자는 반려동물을 차에 태울 때는 무조건 케이지에 넣어서 안전벨트를 채우고 있다.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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