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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의아한 이은해 남편 그날 행동…'심리부검' 결과 나왔다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씨가 지난 4월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씨가 왜 강요한 것 같으세요? 이씨가 시키면 피해자는 다했어요?”(지난 18일 증인심문 중 검찰측 질문)
“‘이씨와 윤씨의 대화에서 이씨가 윤씨에 주도권을 갖고서 우위를 점하는 듯한 게 느껴졌나요?”(지난 19일 증인심문 중 이은해·조현수씨 변호인의 질문)

9월 23일 결심을 목표로 증인심문이 숨 가쁘게 전개 중인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의 ‘계곡 살인 사건’ 재판에선 피해자 윤모(당시 39세)씨의 사망 전 심리 상태가 지속적인 쟁점이 되고 있다.

재판부가 검찰이 가해자 이은해(31)씨에게 적용한 ‘가스라이팅에 의한 살인’을 인정하려면 이씨가 가스라이팅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 외에 그 결과 윤씨가 스스로 자율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에 놓였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심리상태였길래 수영을 못하는 윤씨는 구조장비도 없이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뛰어들었을까.

검찰은 입증 과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지연 인천대 교수(상담심리전공)와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로부터 의견서를 받아 재판부에 제출했다. 중앙일보는 두 사람의 의견서를 입수했다.

‘심리적 부검’으로 파악한 심리상태
윤씨는 생전 생계곤란에 시달리면서도 이은해씨의 지속된 송금요구에 응했다고 한다. 사진 윤씨 유족
검찰은 이씨 등을 구속기소하기 전 두 교수에게 사건 기록 일부를 보내 윤씨의 사망 전 심리 상태와 윤씨와 이씨의 심리적 관계 등을 분석해달라고 의뢰했다. 윤씨가 사망해 직접적인 심리검사를 할 순 없지만 ‘심리적 부검(psychological autopsy)’으로 윤씨가 심리 상태를 파악해보려는 시도였다.


이지연 교수는 윤씨가 이씨에게 인정받고 싶었지만, 존중받은 적 없는 점과 이씨가 윤씨와 도구적·수단적 관계를 맺은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윤씨의 자기상과 자기개념이 원만한 대인 관계를 맺을 때와 달리 이은해와 만나면서 극도로 쓸모없고 가치 없는 사람으로 변화된 것 같다”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특히 윤씨가 ‘터널시야(Tunnel Vision) 증상’을 겪었다고 판단했다. 터널시야는 극단적 선택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게 된 뒤론 다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상태다. 터널 속의 운전사가 구멍 끝 빛만이 유일한 출구라 생각하는 것처럼 죽음만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라고 믿게 됐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이들에게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교수는 이씨의 거듭된 금전 요구에 윤씨가 장기매매를 시도하는 글을 올리거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긴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장기매매와 극단적 선택을 머릿속에 떠올릴 정도로 윤씨는 협소한 지각의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은해(왼쪽)씨와 조현수씨. 사진 인천지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비슷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 교수는 지난 4월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에 “이씨의 금전 갈취로 신용불량자까지 추락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윤씨는 이씨에게 끊임없이 사과하고 구애 행위를 했다”며 “이씨의 거짓말로 인해 주변인과의 관계가 단절되면서 자신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불가능하게 된 것 같다”고 적었다. 윤씨가 전형적인 가스라이팅 피해자의 행동 징후를 보였다는 게 이 교수의 판단이다. 이 교수는 “이런 상황이라면 사건 당시 윤씨는 심리적 우위에 있는 이씨의 ‘뛰어내리라’는 말에 맹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검찰은 오는 26일 열릴 이씨 등에 대한 11차 공판에 두 교수를 증인으로 불렀다. 가스라이팅이 법적 개념으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도하는 기소 논리에 신뢰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씨측 변호인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상대로 직접 심리검사를 하지도 않고 내놓은 분석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한 사건에 교수 등 전문가가 증언하는 경우가 많다”며 “추후 재판부가 판결을 내리는 데 유의미한 증거로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심석용(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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