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치카를 찾아서’
‘치카를 찾아서’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쓴 미치 앨봄의 메모아다. 2010년 아이티( Haiti) 대지진 때 엄마는 죽고 고아가 된 치카는 3살이 되었을 때,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 프랭스에서 미치 앨봄이 운영하기 시작한 보육원의 가족이 된다. 그러나 그 보육원을 생기로 가득 채웠던 활달한 치카가 다섯살이 되었을 때 희귀종 뇌종양(DIPG)진단을 받는다. 어린아이에게만 생기는 뇌암으로 생존율이 제로이며 아이티에선 치료조차 어려운 희소 암이다. 결국 미치와 아내 재닌은 치카를 미국 미시간 집으로 데려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온갖 치료를 시작한다.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미시간의 모트 어린이병원을 기점으로 시작된 21개월의 투병생활. 뉴욕의 슬론 캐터링 병원을 비롯해 소아 뇌종양(DIPG)전문의를 찾아 독일까지 세번이나 오가며 자가면역세포 주입치료까지 받는다. 그 모든 치료에도 불구하고 한쪽 다리가 약해져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왼쪽 눈이 감기지 않고 한쪽 입꼬리가 내려앉는 상황이 반복된다. 결국에는 휠체어에 앉아 고개도 가누지 못하고 말도 못하게 된 상태에서 위에 튜브를 연결하여 영양을 공급받다가 7살 생일을 마지막으로 보낸다.
내가 이책을 계속 읽지 못하고 책을 잠시 접게 했었던 부분은 치카의 눈에 붙인 하얀 테이프 대목이었다. 눈이 감기지 않아 안구 건조를 막기 위해 테이프를 붙여 잠을 재우며 그 애처로움에 미치가 하나님께 무릎을 꿇고 울부짖곤 했던 장면이다.
우리는 때로 이처럼 이해할 수도, 감당하기도 힘든 삶을 목격한다. 오래전 내가 다니던 교회의 젊은 유학생 부부에게 생겼던 일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심장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손바닥만 한 붉은 핏덩이에 주삿바늘들이 꽂힌 채 인큐베이터 안에서 시작된 삶. 7일 후에 바늘들은 뽑혔으나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마지막으로 부모의 품에 안겨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아빠는 그 상황을 감당하지 못해 아기를 받아 안지 못하고 엄마가 흐느끼며 아이를 품에 안았다. 후회되지 않게 아빠도 마지막으로 품 안에서 보내주라는 주변의 권유로 마침내 아빠가 아기를 받아 안았고 곧 아기는 그의 품 안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죽어갔던 아픈 기억이다.
5살의 어린 몸으로 치열한 고통을 견뎌내며 미치에게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묻던 치카의 삶과 며칠간의 인큐베이터 삶을 맞으려 9개월간 엄마의 뱃속에서 기다렸던 신생아의 두 삶을 감히 헤아려 본다.
결국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부단히 달려가는 경기자들 같다. 누구도 거슬러 되돌아가지 못하고 계속 달려야 하는 일방통행의 길. 치카는 7년의 삶 속에서 혈육을 초월한 사랑을 남기고 달린 장한 선수였고, 신생아는 7일간의 짧은 경기를 달려 엄마 아빠에게 사랑의 씨를 심어주고 갔다. 7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는 어떤 의미와 어떤 여운을 남기며 마지막 남은 삶의 여정을 달려가야 할까.
김찬옥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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